[리걸타임즈 특집] 2020 국제중재 분야 리그테이블
[리걸타임즈 특집] 2020 국제중재 분야 리그테이블
  • 기사출고 2020.12.09 15: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앤장 · 광장 · 태평양 vs 피터앤김 · KL 파트너스

국제중재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전문 로펌의 설립, 변호사의 이동 등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장이 국제중재 분야다. 올 초 김갑유 변호사가 이끄는 법무법인 피터앤김이 출범하면서 국제중재 분야에 전문 로펌 시대가 본격 개막되었으며, 김앤장과 광장 등 메이저 로펌과 피터앤김, KL 파트너스 등 국제중재 전문 부티크가 사건을 나누어 맡으며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구도가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중재 변호사들의 로펌간 이동이 가속화되며 빠르게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2020년을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이 국제중재 분야엔 일종의 호재로 작용했다. 건설계약, 공급계약 등 각종 계약상의 의무이행 지연으로 인하여 국제거래 관련 분쟁이 많아지면서 국제중재 사건이 올해 전반적으로 늘어났으며,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국제중재를 진행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거듭되고 있다.

뉴노멀로 자리잡은 화상심리

국제중재의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인 심리(hearing)가 video conference 혹은 가상회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화상심리(virtual hearing)가 국제중재의 뉴노멀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증인신문도 화상신문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중재를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화상방식으로 심리를 진행할 경우 비용이 크게 감소하고 여러 차례 심리를 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코로나19 이후에도 화상방식으로 심리를 진행하는 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상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대면회의를 병행하는 소위 '하이브리드' 형태의 절차로 수렴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분쟁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분쟁 즉, 무역거래, 인수합병, 해외지부 근로자에 대한 수당지급 등의 분쟁 증가가 예상되고 계약의 미이행이 '불가항력'으로 인한 것인지, 그 인정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평양 국제중재팀의 한 변호사는 "아직까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초래된 국제분쟁사건의 숫자가 급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세로 접어들 경우, 여러 글로벌 기업들에서 '뒷수습'이 시작되면서 국제중재 등 국제분쟁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회 각 분야의 국제거래에 신기술의 사용이 수반되며 기술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것도 국제분쟁의 새로운 모습 중 하나로, 김앤장의 한 변호사는 "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법원 소송으로 해결되었던 기술 라이선스 분쟁을 중재 등 사적 분쟁해결 절차를 통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입법례들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2019년, 홍콩은 2017년부터 IP 침해 및 유효성에 관한 분쟁도 중재절차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국제중재 시장은 특히 외국 로펌들도 관할의 제한 없이 사건을 맡아 분쟁해결에 나설 수 있는 오픈된 시장으로, 영미 로펌들도 한국기업 등이 관련된 국제중재, 국제분쟁의 수임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 로펌들 사이에선 김앤장과 광장 등 메이저 로펌과 함께 국제중재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피터앤김과 5년 전 문을 열어 탄탄한 성장을 일구어온 KL 파트너스가 주요 사건에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피터앤김, 미래에셋 소송 대리

김갑유 변호사가 이끄는 피터앤김은 올해 한국기업이 관련된 가장 큰 국제분쟁으로 주목을 받은, 미국내 고급호텔 15곳에 대한 매매계약 해지와 관련해 발생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중국의 안방보험(현 다자보험)간 7조원대의 미 소송에서 미래에셋의 한국 측 대리인으로 활약하며 시장 데뷔 첫 해를 큰 성공으로 장식했다. 이외에도 피터앤김은 분쟁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국내 유통업체의 주주간 국제중재, 경제적 파급효과가 2조원 이상인 국내 기간산업 업체와 해외 공급사간 장기계약에서 발생한 공급가격에 관한 국제중재 등 신건을 잇따라 수임하며 올해 가장 성공적인 국제중재 로펌 중 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5년 전 문을 연 KL 파트너스 국제중재팀도 지난 5월 대한상사중재원(KCAB) 사상 청구금액이 가장 컸던 위메이드와 중국 게임회사 지우링(Hangzhou Jiuling)과의 '미르의 전설2' 라이선스 분쟁에서 위메이드 측을 대리해 사실상 완승을 거두는 등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범수 대표에 이어 이은녕 변호사와 김앤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후 지난해 3월 합류한 오동석 변호사, 마찬가지로 김앤장에서 경력을 쌓은 박영석 변호사 등으로 진용이 이어진다. 창립멤버 중 한 명이었던 김준민 외국변호사는 올 초 새로 법률사무소를 차려 독립했다.

윤병철, 박은영 변호사가 공동팀장을 맡아 이끌고 있는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미래에셋 대 안방보험 국제분쟁에서 안방 측을 대리하고, 연료전지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둘러싸고 미국의 퓨얼셀 에너지(FuelCell Energy)와 포스코에너지가 맞붙은 ICC 중재에서 포스코에너지를 대리하는 등 올해에도 새로 제기된 주요 분쟁에 빠지지 않고 관여하며 압도적인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지난 3월 어피너티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요구하며 제기한 2조원에 달하는 ICC 국제중재에선 투자자들을 대리해 수행 중에 있으며, 한국기업을 대리한 중국국제경제무역 중재위원회(CIETAC) 상해 중재에서의 승소, 한국 회생회사를 대리한 스웨덴 스톡홀름 상사중재원(SCC) 긴급중재 및 본안중재에서의 전부 승소 등 김앤장 변호사들의 실력이 발휘된 승소판정도 잇따라 타전되고 있다.

김세연, 이형근, 윤석준 변호사 김앤장 합류

윤병철, 박은영 변호사에 이어 건설중재 전문의 임병우 변호사와 해사중재에 밝은 이철원 변호사 등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중재변호사 중 한 명인 김세연 변호사와 한국의 다른 주요 로펌에서 활동하던 이형근, 윤석준 변호사가 합류하는 등 전문가 진용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김앤장과 함께 가장 바쁜 국제중재팀 중 한 곳이 광장 국제중재팀으로, 광장은 어피너티와 신창재 회장과의 ICC 중재에서 신 회장 측을 대리하고, 국내 자동차회사와 브라질 자동차 회사 간의 distributorship agreement 관련 1조원 상당의 ICC 중재에선 국내 자동차회사를 대리하고 있다.

또 국내 주요 발전회사를 대리해 일본 터빈공급업체를 상대로 터빈 결함으로 인한 약 3,0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KCAB 중재를 수행하고, 잠수함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부과와 관련하여 독일의 잠수함 건조기업과 방위사업청 사이에 진행 중인 900억원 상당의 ICC 중재에서 방위사업청을 대리하는 등 광장 국제중재 변호사들이 다양한 사건에서 활약하고 있다.

임성우 변호사와 Robert Wachter 미국변호사가 공동팀장을 맡아 한상훈, 김선영, 구현양, 김연미, 주현수, 이준원, 우한얼 변호사와 데이비드 김 캐나다 변호사 등이 포진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강동욱, 김성수, 김홍중, 김준우 변호사와 방준필, 데이비드 맥아더 외국변호사, 지난 7월 1일자로 합류한 방형식 외국변호사 등으로 국제중재팀의 구성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홈쇼핑 업체가 중국 홈쇼핑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중재에서 중국 홈쇼핑 업체의 계약 위반에 따른 영업손실 등 손해를 배상하라는 중재판정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중국 법원에서 이 중재판정을 이행하라는 집행판결을 받았으며, 국내 헬스케어장비 제조업체와 해외 OEM 도급업체와의 ICDR 중재에서 국내 업체를 대리해 해외 도급업체의 긴급중재신청(emergency arbitration)을 기각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국내 건설회사가 특정 동남아 국가에서 EPC 사업자로 참여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관련 분쟁에서, 국내 건설회사를 대리하여 본안중재와 동시에 국내 건설회사에 대한 Bond Call을 금지하고 전문가 결정 절차를 중지하는 내용으로 성공적인 긴급 임시처분을 받아내는 등 활약이 이어지고 있으나, 김갑유 변호사의 독립에 따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과제로 제기된다.

세종, '미르의 전설2' ICC 중재 승소

법무법인 세종은 김두식 대표변호사와 함께 팀장인 전재민 변호사, 윤영원 변호사, 록키 유, 아리 어너시 외국변호사 등이 국제분쟁해결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한국 투자자를 단독 대리하여 외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해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 승소 사례 중엔 국내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중국 킹넷의 계열회사인 절강환유를 상대로 제기한 '미르의 전설2' 관련 ICC 중재에서 절강환유는 위메이드에 이자를 포함하여 미니멈개런티(MG)와 미지급 로열티 등 807억원을 지급하라는 승소판정을 받은 것이 있다. 절강환유 측에 법률비용 약 20억원과 중재비용 약 3억원도 지급하라고 판정한 완승이다.

율촌 국제중재팀은 공동대표인 백윤재, 안정혜 변호사가 이끄는 가운데 지난 5월 오멜버니앤마이어스(OMM) 서울사무소에서 활약하던 김용상 외국변호사가 합류, 전력이 보강되었다. 또 11년간 미 연방검사로 근무한 경력의 Tim Laske 외국변호사와 한국인 최초로 러시아연방 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상사중재원과 카자흐스탄 국제상사중재원 중재인으로 위촉된 이화준 러시아 변호사, 영국 바리스터 챔버스에 파견 나가 있는 박현아 변호사, 우재형 변호사 등으로 팀 구성이 이어지며, 특히 한국법과 국내 송무와의 유기적인 연계를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업무사례에선 여러 의미 있는 사건과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기업용 ERP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가 국내 공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관련 국제분쟁이 가장 먼저 소개되며, 이 사건에서 율촌은 피신청인들을 대리해 중재판정부로부터 SAP가 주장한 라이선스 대금의 극히 일부인 저렴한 금액으로 추가 라이선스를 구입할 것을 명하도록 하는 결과를 이끌어낸 데 이어 2단계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을 대리해 프랑스 원자력 설비 업체와의 원전 안전설비 공급계약 관련 KCAB 중재를 수행하고, 국내 주요 보험회사와 일본 최대 가스터빈 제조업체 사이의 보험계약 관련 ad hoc 중재에서 피신청인인 국내 보험회사를 대리하고 있다.

화우, 투자자중재 방어 성공

미국 시민권자가 한미 FTA에 근거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중재(ISDS)에서 정부 측을 대리해 청구인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판정을 받아낸 법무법인 화우 국제중재팀은 이준상 변호사의 지휘 아래 차지훈, 이상필, 이준우 변호사와 김명안, 김샘, 신상헌, 김연수 외국변호사 등이 포진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 다수의 국내 건설사와 금융사, 외국 부동산 개발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과 한국 지방공사 사이의 합작투자계약 관련 ICC 중재에서 지방공사를 대리해 분쟁가액 2,000억원 상당 외에 법률비용까지 인용 받는 승소판정을 받았으며, 국내 유명 F&B 기업과 해외 디저트 브랜드에 관한 프랜차이즈 권리를 보유한 외국 기업 간의 합작투자계약 관련 SIAC 중재에서도 국내 F&B 기업을 대리하여 상대방의 신청을 기각시키는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

법무법인 지평 국제중재팀은 국내 대기업을 대리하여 파키스탄 방산업체를 상대로 한 SIAC 중재에서 승소하고, 국내 중장비 제조사를 대리한 중동 지역의 무역 용역업체를 상대로 한 SIAC 중재에서도 승소했다고 소개했다. 파키스탄 방산업체를 상대로 한 중재는 특히 지평이 단독으로 중재를 진행하면서 파키스탄 현지 소송까지 지휘한 지평의 원스톱 서비스가 효과를 발한 의미 있는 사건이다.

지평은 또 해상팀과 함께 2019년 5월 헝가리에서 발생한 유람선 사고의 피해자와 유가족 등을 대리하여 가해 선주 등을 상대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단체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국내 제조업체를 대리하여 아제르바이잔 국영업체를 상대로 LCIA 중재를 진행하여 성공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외국 유통업체를 대리하여 국내 주주 등을 상대로 대규모의 JCAA 중재를 수행하고 있다.

팀장을 맡고 있는 김진희 외국변호사와 함께 이용익, 정해윤 외국변호사 등의 활약이 돋보이며, 한국변호사 중에선 김지홍 변호사가 활발하다.

넥서스, 동양생명 매각 중재 승소

국제중재 사건이 늘어나며 국제중재 사건을 맡아 대리인으로 활약하는 중소 로펌이 늘어나는 등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안방보험을 대리해 동양생명 인수와 관련, 매도인 측을 상대로 ICC 중재를 제기해 승소한 법무법인 넥서스와 기업사건을 많이 다루는 법무법인 리앤파트너스 등이 주목되며, 최영익 변호사가 이끄는 넥서스팀은 동양생명 ICC 중재에서 지난 8월 피신청인은 손해배상액 1,666억원과 이자, 변호사 보수 등 중재비용을 포함해 한화 기준으로 약 2,140억원을 지급하라는 승소판정을 받았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