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증권금융범죄 단상(斷想)
[리걸타임즈 칼럼] 증권금융범죄 단상(斷想)
  • 기사출고 2020.12.0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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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석 변호사]

최근 뉴스의 홍수 속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증권금융범죄에 관한 기사이다. 자산운용 회사의 대표, 사주, 실무자는 물론이고 권력기관의 공무원들까지 등장하면서 연일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혼탁한 상황이 유독 최근에만 발생했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계속 있어왔다. 일종의 데자뷔 현상을 느끼게 한다.

안정적인 투자대상 발굴(deal sourcing), 철저한 투자대상 실사(due diligence), 성공적인 투자대상 확보(deal closing), 만족스러운 수익 배분(profit share)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선순환이 이루어지기란 대단히 어렵다.

◇장기석 변호사
◇장기석 변호사

어느 단계에서든 인간의 본능인 탐욕과 꼼수가 개입될 수밖에 없고, 고리가 약한 부분은 쉽게 끊어지기 마련이다. 내부자들은 어딘가로 투자금을 빼돌리고, 주변을 배회하는 속칭 야메꾼들은 콩고물을 낚아채고, 투자자들만 거액의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한마디로, '투자라고 쓰고 사기라고 읽는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증권금융범죄 유형은 매우 다양하며 점차 첨단화되어가고 있다. 증권금융 관련 거래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고, 많은 과정으로 얽혀있으며, 여러 역할이 개입되기 마련이므로, 각 단계 · 과정 · 역할 분야에서 다양한 유형의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이다.

전형적인 유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불공정거래행위이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사기적 부정거래행위가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의 임직원, 특정 이벤트의 거래상대방, 외부의 자금유치회사, 자금대출회사 등 많은 관계인들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지득한 경우 인간의 본성상 이를 활용한 주식 매수 또는 매도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소위 '작전'이라고 불려지는 시세조종행위, 즉 통정 매매, 가장 매매, 고가 매수, 허수 매수, 시 · 종가 관여 행위도 여러 시장 이해관계자들에 의하여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이러한 불공정거래행위 이외에도 다양하게 급변하는 증권범죄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포괄적인 규정으로서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란 금융투자상품의 모집, 매출, 매매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최근 판례에 의해 인정되는 사례로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실제 사주가 차명으로 참여하는 경우, 인터넷 경제전문방송이 허위의 호재성 기사를 보도하는 경우, 무자본 M&A를 하면서 외국계 우량 투자회사 인수에 관한 허위 공시 및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DCF 방식' 주의 요망

허위 공시와 관련하여, 현실 거래에서 'DCF(Discounted Cash Flow)' 방식의 회사 가치평가 방식이 문제 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평가 대상 회사가 보유한 현재의 자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회사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사업계획이나 영업을 통해 기대되는 현금흐름(추정 매출액)을 가정한 후 이를 일정한 할인율로 할인하여 회사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DCF 방식'은 종종 과장 또는 허위의 사업계획 및 추정매출액을 검증 없이 그대로 가정한 채 이를 근거로 회사가치를 과대평가함으로써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범행에 활용되고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기업사냥꾼들이 'LBO(Leveraged Buy-Out)' 방식으로 무자본 M&A를 추진하여 피인수회사를 부도나게 하고 주주들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LBO' 방식이란 자금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사냥꾼들이 어떠한 회사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으로 회사를 인수하고, 피인수회사의 자산을 대출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법원은 2012도1283호 판결에서 인수자가 피인수회사에 아무런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고 임의로 피인수회사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하였다면, 피인수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이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기업사냥꾼들은 이와 같이 피인수회사의 우량 자산을 악용하고, 그 과정에서 허위의 사업계획을 근거로 한 호재성 공시를 통해 주가를 부양시킨 후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금융거래질서를 저해하고 있다.

"반대급부 없이 담보 제공하면 배임죄"

다단계 금융 피라미드 사건에 해당하는, 소위 '폰지사기(Ponzi Scheme)' 범죄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1920년대 미국의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허위의 사업계획을 근거로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고, 기존 투자자에게는 신규 투자자의 돈을 내주는 방식으로 장기간 지속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이러한 일종의 '돈 놓고 돈 먹기' 또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근근이 지탱해 나가는 금융 피라미드는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탐욕의 바벨탑'과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통하여 유사수신행위를 규제하고 있으며, 사법기관은 금융 피라미드 범행에 대하여 형법상 사기죄 및 유사수신행위법위반죄를 적용하여 형사처벌하고 있다.

증권금융범죄 예방을 위하여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FIU(금융정보분석원) 등 다양한 기관들이 관련 거래에 대하여 상시 점검하고 있으나, 인적 · 물적 조직의 한계로 인하여 모든 사건 ·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이 분야 수사를 전담하던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수단은 2020년 1월에 폐지된 상황이다.

금감원 산하에 특사경 출범

다만, 2019년 7월에 금융감독원 산하에 특별사법경찰이 출범하였고 최근 활발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향후 증권금융범죄에 대하여 신속하게 대응하는 전문조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전 피해 예방과 관련하여 어떤 경제학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결국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투자자들이 투자 전에 스스로 펀드의 투자대상, 회사의 재무제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시스템)상 공시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사고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적인 감독기관도 예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스스로 피해 가라고만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것이다. 결국은 감독기관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사전에 철저히 감독, 관리,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나마 현재의 혼탁한 상황이 정리됨과 아울러 정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상적인 금융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kschang@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