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ITC 소송의 특징과 유의점
[리걸타임즈 칼럼] ITC 소송의 특징과 유의점
  • 기사출고 2020.12.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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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사건이 증가함에 따라 ITC는 어느덧 국내 뉴스에서도 자주 접할 수있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 되었다. 과거 한국기업은 ITC에 주로 피신청인으로서 제소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신청인으로서 자신의 IP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ITC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나아가 한국기업간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ITC를 이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높은 관심과 인기는 ITC가 가지는 여러 특징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바,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헌 변리사(좌) · 장희용 외국변호사
◇이상헌 변리사(좌) · 장희용 외국변호사

ITC Section 337 조사(이하, "ITC 소송")는 ITC가 관세법 337조에 근거하여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불공정 무역 · 경쟁 행위를 조사, 제재하는 절차이다. 불공정 무역 · 경쟁 행위에는 IP 권리의 침해가 포함되며, ITC 소송의 대부분은 이와 같은 IP 권리의 침해에 관한 사건들이다. 그 중 특허침해 사건이 가장 주류를 이루지만, 그 외에 상표권, 저작권 침해는 물론 영업비밀 침해 사건도 존재한다.

강력한 구제조치

IP 권리의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ITC는 침해품에 대한 수입배제명령(exclusion order)과 중지명령(cease & desist order)을 내릴 수 있다. 수입배제명령은 말 그대로 침해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명령인데, 미국의 높은 수입 의존도를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미국 내 판매금지명령(injunction)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이다. 중지명령은 이미 미국으로 수입된 재고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명령이다. 이는 패색이 짙은 피신청인이 사건의 결론에 앞서 침해품을 미리 다량 수입하여 수입배제명령을 우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따라서 수입배제명령이 내려지는 경우 중지명령도 함께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신청인이 수입배제명령 내지 중지명령을 위반하여 침해품을 계속 수입 · 판매하는 경우, ITC는 하루에 최대 1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 권한도 가진다. 실제로 수입배제명령 및 중지명령에도 불구하고 침해품인 재생 잉크 카트리지를 187일간 계속하여 수입 · 판매한 중국회사에게 약 11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사례도 있다(Ninestar Tech v. ITC, 2012).

절차의 신속한 진행

연방지방법원 특허소송이 통상 2~4년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반하여, ITC 소송은 불과 16~18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 ITC 소송 개시 후 대략 7~9개월 정도면 구두심리(oral hearing)가 열리고, 12~14개월 정도면 1차 결론인 ITC 행정판사의 예비 판정(initial determination)이 내려지며, 16~18개월이면 사건의 최종 결론인 ITC 위원회의 최종 판정(final determination)이 나온다. 더욱이 ITC 소송에서는 해외 소재 피신청인에 대한 우편발송만으로도 적법한 송달이 완료되었다고 인정되기 때문에, 연방지방법원 소송과는 달리 통상 수개월이 걸리는 헤이그 송달 협약에 따른 국제송달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또한 ITC는 연방지방법원과는 달리 제소 특허의 유효성을 다투는 IPR(Inter Parte Review)이 제기되더라도 그 절차를 중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는 "가능한 빨리(at the earliest practicable time)" 조사 · 판정을 완료해야 한다는 법 규정(19 U.S.C. 1337(b)(1))에 의한 것인데, 애당초 ITC의 빠른 절차 진행상 유효성 판단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IPR의 결론을 기다릴 실익이 별로 없기도 하다. 반면 연방지방법원은 IPR의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절차를 중지하는 경우가 많아 절차의 진행이 보다 늘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

ITC 행정판사의 IP 전문성

연방지방법원 특허소송의 상당수는 배심원 재판인 반면에, ITC 소송은 IP 전문성이 뛰어난 6명의 행정판사가 사건을 나누어 심리한다. ITC에서 Section 337, 즉 불공정 수입과 관련하여 매년 40~70건의 사건이 제기되는데, 이중 약 90%의 사건이 특허 사건인 점을 고려하면 ITC는 사실상 특허법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TC 행정판사들은 수년간의 사건 경험을 통해 높은 IP 전문성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그중 절반은 행정판사로 임명되기 전부터 특허 소송 전문 변호사, 특허 심사관 등으로 재직하며 IP 경험을 쌓은 IP 전문가들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ITC 소송은 연방지방법원의 배심원 재판에 비하여 예측 가능성이 더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ITC 소송은 대물관할(In Rem)만으로 관할이 인정되기 때문에, 미국에 제품을 수출한다면 해외 소재 회사에 대해서도 관할이 쉽게 인정된다. 즉, 연방지방법원과 달리 대인관할이나 사물관할을 요구하지 않는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경우 영업비밀 침해 행위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해당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생산한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이상 ITC의 관할권이 인정된다. 이는 철도 차량용 바퀴 생산 기술과 관련하여 중국회사 간에 중국에서 발생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이유로 제기된 사건에서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이 ITC의 관할권을 인정하면서 처음으로 확인되었고(TianRui v. ITC, 2011), 이러한 판례법은 그 후 중국회사 간의 또 다른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Sino Legend v. ITC, 2017). 그로 인하여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발생한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ITC에 사건을 제기하는 경우가 꾸준히 있어 왔으며, 2019년에도 이러한 사건이 3건 제기되었다. 그중 2건은 우리나라 언론에도 많이 보도된 한국회사간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다.

디스커버리는 각 당사자가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해당 사건과 관련된 자료나 정보를 확보하는 절차이다. 이를 통해 각 당사자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나 정보를 확보하고 상대방의 주장과 증거를 파악한다. 이와 같이 디스커버리는 양 당사자와 판단 주체로 하여금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보다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절차적 장치이다. 디스커버리는 여러 미국 소송제도의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ITC에서의 디스커버리는 연방지방법원에서보다 그 기간은 더 짧으면서도 범위는 오히려 더 넓은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연방지방법원에서는 기본적으로 서면질의(interrogatories)가 25개, 법정 외 증인신문(deposition)은 10명으로 제한되는 반면 ITC에서는 기본적으로 서면질의가 175개, 법정 외 증인신문은 20명까지 허용된다.

폭넓은 Discovery 제도와 정보 보호

또한 폭넓은 디스커버리를 통해 여러 민감한 기업 자료가 제출되는 만큼, ITC는 기밀 정보에 대한 강력한 보호를 제공한다. 사건이 개시되면 즉시 표준 보호명령(protective order)이 내려지는데, 이는 디스커버리를 통해 제출되는 기밀 정보(confidential business information)에 대한 열람을 원칙적으로 ITC의 관계자, 상대방 당사자의 외부 변호사(outside counsel) 및 전문가 증인으로만 제한한다. 상대방 당사자의 내부 변호사(in-house counsel), 경영진, 직원 등은 이를 볼 수 없다. ITC는 이와 같은 장치를 통해 민감한 정보가 상대방 내지 다른 경쟁사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ITC 소송에는 위와 같은 특징들 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예컨대 ITC 소송은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법 규정에 기반한 것이므로, 신청인은 제소 IP 권리와 미국 산업 간의 관련성(즉, 국내산업 요건)을 주장ž · 입증해야 한다. 또 ITC 소송의 제기는 연방지방법원 소송보다 중대한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예컨대 연방지방법원 특허소송의 경우 재판(trial)까지 가기 전에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ITC 소송은 구두심리까지 진행되는 사건의 비율이 훨씬 높고 합의로 마무리되는 사건의 비율도 30~50%정도로 매우 낮다. 따라서 ITC 소송의 제기에 앞서 철저한 준비와 소송 과정에서 소요될 자원, 비용, 출구 전략에 대한 검토 및 계획수립이 충분히 선행되어야 한다.

이상헌 변리사 · 장희용 외국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shlee8@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