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소수에게만 다른 사람 험담했어도 전파가능성 있으면 명예훼손"
[형사] "소수에게만 다른 사람 험담했어도 전파가능성 있으면 명예훼손"
  • 기사출고 2020.11.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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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공연성'에 관한 기존 판례 유지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소수에게만 개별적으로 했더라도 전파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에 관한 기존 판례의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월 19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여)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5813)에서 이같이 판시,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8년 3월 7일 같은 마을 주민인 B씨의 집 뒷길에서 자신의 남편과 B씨의 친척인 이 모씨가 듣는 가운데 "저것(A)이 징역 살다온 전과자다. 전과자가 늙은 부모 피를 빨아먹고 내려온 놈이다"라고 큰소리로 말하여 A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다른 주민들을 폭행한 혐의 등과 함께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자, A씨가 "남편은 피해자의 전과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씨도 피해자의 친척이므로 피고인의 발언에 전파가능성이 없어 공연성이 없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기존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침해의 결과를 요하지 아니하고 명예를 훼손할 위험성이 발생한 것으로 족한 이상, 소수의 사람에게 발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도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나아가 "공연성의 의미는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시대 변화나 정보통신망의 발달에 따라 그 개념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현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표현이 이루어지며 이를 이용한 명예훼손도 급격히 증가해 가고 있으며, 정보통신망의 특성은 비대면성 등을 그 본질적 속성으로 하는 정보유통과정으로서, 정보의 무한 저장, 재생산 및 전달의 용이성으로 인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행위 상대방'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명예훼손 내용을 소수에게만 보냈음에도 행위 자체로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형성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게 된다"며 "따라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행위에 대하여, 상대방이 직접 인식하여야 한다거나, 특정된 소수의 상대방으로는 공연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법리를 내세운다면 해결기준으로 기능하기 어렵게 되고, 오히려 특정 소수에게 전달한 경우에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대한 전파가능성 여부를 가려 명예가 침해될 일반적 위험성이 발생하였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공연성 판단에 부합되고, 공연성의 범위를 제한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파가능성 법리는 학계에서도 오랜 논쟁이 있어 왔으나,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법리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함을 확인했다"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