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요 로펌의 여성변호사 비율은
한국 주요 로펌의 여성변호사 비율은
  • 기사출고 2020.11.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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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소 37.64%, 시니어 13.34%, 파트너 9.62%

2019년 대한변협의 변호사 신규 등록자 중 41.1%가 여성변호사였다. 1990년대 여성변호사는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법정에서 변호사, 판사, 검사가 모두 여성인 경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로스쿨 학생이나 변호사시험 합격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45%에 이른다. 그러나 로펌의 육아 휴직제도는 아직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경영진으로의 진출도 아직도 여성변호사에게는 높은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여성변호사들은 법조 직역에서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가 11월 11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로펌 운영과 양성평등"을 주제로 국내외 로펌의 변호사와 로스쿨 교수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자로 참가한 가운데 심포지엄을 개최, 로펌의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개선책을 모색했다.

심포지엄에선 먼저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가 국내 20대 로펌을 상대로 실시한 남성변호사와 여성변호사의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을 끌었다. 모두 4,338명의 변호사가 포진한 18개 로펌에서 회신한 내용을 분석한 것으로, 질의 내용은 ▲성비 현황 ▲여성변호사에 대한 인식 ▲여성변호사를 위한 제도 구비 ▲여성 파트너 양성 노력 등이다.  

◇주요 18개 로펌의 경력별 남여 변호사 성비
◇주요 18개 로펌의 경력별 남여 변호사 성비

18개 로펌의 전체 변호사 4,338명 중 여성 변호사는 1,055명으로 24.32%에 이른다. 경력별로는 어소(associate)변호사가 37.6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시니어는 13.34%이며, 파트너는 9.62%, 경영위에 참가하고 있는 여성변호사는 5%로 중요 직급으로 갈수록 여성변호사의 비율이 떨어진다. 경영위 참가 여성변호사는 로펌 1곳에선 2명이었으나, 나머지 로펌들에선 여성변호사가 없거나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로펌의 여성변호사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15개 로펌에서 파트너와 어소변호사 모두 여성의 비율이 증가한다고 답했으며, 변동이 없다고 한 곳은 1곳에 불과했다.

또 로펌 15곳에서 로펌의 운영에 여성변호사의 의견이 잘 반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2곳만 '그저 그렇다'고 회신했다.

변호사 채용시 남성변호사를 선호한다고 한 로펌도 한 곳도 없었다. 8곳이 '전혀 그렇지 않다', 5곳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4곳은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파트너 승진 때는 어떨까. 남성변호사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로펌 10곳은 '전혀 그렇지 않다', 7곳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남성변호사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로펌은 없었다. 또 파트너 변호사의 성비가 어떠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9곳의 로펌에서 '여성 비율이 늘어나야 한다'고 대답했다. 7곳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질문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이어졌다. '여성 파트너의 증가가 로펌의 수입 및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8개 로펌에서 '그저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답했다. '매우 그렇다'고 답한 로펌은 2곳이었으며, 1곳은 '전혀 그렇지 않다', 1곳은 '그렇지 않다'고 답해  로펌에서 여성 파트너의 증가가 수입 증대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반반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 어소가 파트너로 승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7곳에서 '영업능력의 차이'를 꼽았으며, 이어 '파트너 승진 대상 여성변호사 부족'(6곳), '임신 · 육아 휴 · 퇴직 가능성'(5곳), '업무강도를 소화하는 체력 차이'(2곳)의 순서로 나타났다. 로펌 9곳에선 '여성임을 이유로 겪는 어려움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여성변호사가 성장하기 위해 로펌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11곳에서 '임신 · 육아 휴 · 퇴직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를 꼽았다. '영업능력 차이 극복을 위한 교육 · 멘토링'과 '개인의 노력'도 각각 5곳에서 응답이 나왔다.

로펌들은 또 여성변호사의 채용 및 파트너 승진을 위하여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5곳에서 '리더십 교육 등 멘토링'을 제공한다고 응답했으며, '남녀 동수 채용 · 승진 노력' 4곳, '동등한 기회 부여' 6곳 등이다.

여성을 위한 사회적 배려 장치 · 제도의 구비에 대해서도, '매우 그렇다'(3곳)를 포함해 11곳에서 '그렇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저 그렇다'는 4곳, 1곳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사회적 배려 장치 ·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은 ▲육아 · 출산 휴가 ▲Flexible Work Arrangement ▲재택근무를 스스로 결정 ▲스트레스 심리상담 서비스, 멘토링, 여성 휴게실 및 착유실, 직장어린이집 위탁교육비 지원, 주요 사건 참여비율 적극 고려, 성희롱 · 성폭력 지침 제정, 고충상담원 제도 운영 등이다.

해외 로펌의 상황은 어떨까. DLA Piper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김우정 미국변호사가 이날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로스쿨 JD 졸업생의 47%가 여성이며, 주니어 어소변호사는 45%, 비지분파트너(non-equity partners) 30%, 지분파트너(equity partners)의 20%가 여성으로 중요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이 줄어든다. 법률매체 The American Lawyer도 지분파트너 수로만 볼때 로펌내 양성평등은 2181년에나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가 11월 11일 "로펌 운영과 양성평등"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 로펌의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개선책을 모색했다.
◇대한변협 양성평등센터가 11월 11일 "로펌 운영과 양성평등"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 로펌의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개선책을 모색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김진오 변호사는 "최근 5년간 김앤장에 매년 입사하는 1년차 여성변호사의 비율이 30~40%였다"며 "김앤장내 한국 여성변호사의 비율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고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저희 사무소는 변호사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개인의 업무능력, 프로페셔널로서의 자세, 책임감 등을 기준으로 뛰어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며 능력 위주의 채용이 김앤장의 인사방침임을 강조하고, "채용을 담당하는 변호사들 또한 남녀 변호사들이 균형있게 포함되어 있어 채용 대상자에 대한 논의 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올해 COVID-19로 인해 사람들의 업무방식과 생활습관 등 모든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김앤장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일부 재택근무를 운영하기도 했으며, 이를 위한 IT인프라와 업무 프로토콜이 마련되어 있으면 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도 충분히 높은 퀄리티의 업무 대응이 가능함을 경험한 바 있다"며 "향후 개인 변호사들의 니즈와 상황에 맞추어 필요한 경우 재택근무 등을 더욱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양성평등 실현의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김앤장의 경우 업무를 수행할 팀을 구성함에 있어서도 남녀의 비율을 고려하여 여성변호사를 포함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며, 이를 통해 여성변호사에게 업무 배정이 증가하고 기회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소개하고, "이는 또한 고객들이 다양성을 위해 로펌에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사항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한이봉 변호사는 "일부 미국 기업에서 국내로펌에 여성변호사의 비율, 여성파트너의 비율, 당해 고객을 위한 업무에 여성변호사의 관여비율을 알려달라고 하고, 더 나아가 여성변호사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그 이행상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며 "아직 한국의 대기업에서 로펌에 이러한 요구를 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보여지나, 향후 이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이 점차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러한 고객들의 요구는 로펌운영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갈파했다. 이어 "코로나 유행과 IT기술의 발전은 기존 로펌의 업무수행방식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재택근무가 강제되기 이전에는 재택근무가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였으나, 현재까지 업무효율의 현격한 저하나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이러한 뉴노멀의 상황은 로펌 경영에 있어서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기반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현아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법전원의 여성 학생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2013년까지 42.47%인데, 이는 같은 시기 사법시험 합격자 여성 비율(33.33%)를 10% 정도 넘는 것이어서 법전원이 여성법률가 증가에 불리하게 작용한 교육기관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법전원 도입 이전 시기에 여성 사법시험 합격자들은 공무원인 판사, 검사 직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였으나, 2009년 이후 운영된 법전원과 변호사시험 제도, 판사임용 방식의 변화(Law Clerk 제도의 도입)에 따라 법전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여성법률가들의 주요 직역은 변호사로 변화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또 "조사 대상 18개 로펌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여성변호사가 어소 변호사에 몰려 있다는 점인데, 이런 현상에는 법전원 출신 여성 변호사들의 낮은 연령과 짧은 경험이라는 Junior 변수가 개입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이 변수와 여성변호사에 대한 체계적 차별이나 배제, 이와 중복된 여성변호사 자신의 이탈 등의 요인과 경력변수를 분리해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