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총수익률스왑과 관계된 제문제(2)
[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총수익률스왑과 관계된 제문제(2)
  • 기사출고 2020.11.0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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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변호사]

9월호에 이어 TRS(Total Return Swap)에 관해서 설명을 이어간다.

(3)순환출자 해소의 문제

공정거래법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해당 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들의 자산총액의 합계액이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자기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여서는 안 된다는 순환출자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공정거래법 제9조 제1항, 시행령 제21조 제2항). 다만, 예외적으로 담보권의 실행 또는 대물변제의 수령 등의 사유가 있어 출자를 한 회사는 당해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한 날부터 6월 이내에 이를 처분하여야 한다(공정거래법 제9조 제2항).

◇최영익 변호사
◇최영익 변호사

9월호에서 설명한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주식 TRS 사건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출자전환으로 취득한 금호산업 주식이 대물변제의 수령에 해당하여 6월 이내에 처분하면 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이를 TRS 계약을 통해 처분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TRS 계약을 이용한 주식의 처분이 주식의 진성매각으로 볼 수 있는지, 혹은 외관상 매매일뿐 실질적 권리 이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가장매매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금호석유화학 청구 기각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금융감독원에 TRS를 통한 주식양도 시 회계처리에 관하여 TRS 계약 이후에 아시아나항공의 자산항목에서 금호산업 주식을 포함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하였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금호산업 공정가치의 변동에 따른 위험과 보상의 대부분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을 근거로,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의 주식을 TRS 거래 시점에 회계장부에서 제거하지 않고, 계약이 끝나 손익정산이 완료된 시점에 장부에서 제거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회신하였다.

'차입거래' vs '소유 판단과 무관'

이를 두고 금호석유화학 측은 TRS 거래가 진성매매가 아니라 차입거래임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하였고(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은 자기의 계산으로 금호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상호주 제한 규정에 따라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의결권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취지), 금호산업 측은 금융감독원의 유권해석은 회계처리 기준을 제시한 것일 뿐, 법률상 소유 판단의 기준과는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양도한 경우 양도자가 금융자산의 소유에 따른 위험과 보상의 대부분을 보유하면 해당 금융자산을 계속 (보유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는, 위 유권해석은 당시 진행 중이던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소송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고 금호석유화학의 청구는 기각되었다.

(4)계열회사 및 특수관계인 부당지원의 문제

TRS 거래를 통한 계열회사 지원은 흔히 상대적으로 신용이 뛰어난 그룹 내 지주회사 또는 모회사가 자회사가 보유한 기초자산의 가치를 보장하여 계열회사에 간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급 보증을 제공하는 형태를 띈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 · 대여금 등을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상당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지원하는 행위 등을 부당지원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공정거래법 제23조, 시행령 제36조).

효성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사건

효성 조현준 회장 개인이 지배하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이하 "갤럭시아")의 재무상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효성은 계열회사인 효성투자개발로 하여금 갤럭시아를 구제 지원하도록 교사하였다. 이에 따라 갤럭시아는 여러 금융회사들이 설립한 SPC를 상대로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효성투자개발은 이 SPC와 위 전환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 계약을 체결하여 손익을 상호 정산하도록 사실상 지급보증을 제공하였다. 위 TRS 계약이 이행되자 대주단은 250억원을 위 전환사채 인수대금으로 지급하였다. 효성투자개발은 자신의 손실 정산의무 이행을 위해 원금보다 큰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고, 나아가 담보가치를 훼손하는 일체의 경영활동(자산 처분, 배당, 차입 등) 시대주단의 사전 동의를 받기로 약정하기까지 했다. 효성투자개발의 TRS 거래에 힘입어 갤럭시아는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저리로 전환사채를 발행하여 거액의 자금(자본금의 7.4배)을 자본처럼 조달할 수 있게 되었지만, 효성투자개발의 입장에서 본 건 TRS 거래는 오로지 갤럭시아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로서 참여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거래였다.

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효성 및 효성투자개발의 지원행위로 갤럭시아 및 특수관계인인 조현준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되었다고 보고 효성, 효성투자개발, 갤럭시아, 조현준에 향후 행위 금지명령 및 효성투자개발 4,000만원, 갤럭시아 12억 2,700만원, 효성에 17억 1,900만원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효성에 과징금 등 부과

현재 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소송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효성 측은 효성투자개발의 합리적 경영 판단에 따른 투자였다고 주장하면서, 효성투자개발은 부동산 담보만 제공했을 뿐 투입자금 없이 전환사채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전환사채 이자율도 5.8%로 상당히 높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5)기업지배구조와 주주권 침해의 문제

TRS 계약을 통한 기초자산, 특히 주식 확보의 목적이 의결권 확보, 계열사 지원 등 지배구조 안정화에 있는 경우 기업지배구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배주주와 결탁한 경영진이 회사의 손실을 가져올 위험이 큰 불리한 내용의 TRS 계약을 유지함으로써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고, 소액주주들은 기업의 장외파생상품 계약 내역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낮다는 점에서 주주권 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사건

현대중공업그룹은 2006. 5. 2. 현대상선 지분 26.68%를 매수하여 당시 최대주주였던 현대엘리베이터를 밀어내고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이에 대한 경영권 방어책의 일환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넥스젠캐피탈(Nex Gen Capitial Ltd), 케이프포춘(Cape Fortune B.V.), NH농협증권 등 금융회사들과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 계약을 체결하였다. 현대엘리베이터 명의로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경우 상당 자금이 필요하고, 당시 공정거래법상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하는 주식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총자산의 50% 이상이 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로 간주되어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었다. 위 TRS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에 대해 약 10%의 우호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였던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AG(Schindler Holding AG)는 2014. 1. 10. 현정은 회장을 포함한 현대엘리베이터 이사들로 하여금 회사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취지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들이 현대그룹 대주주 일가의 현대그룹에 대한 지배권 · 경영권 확보를 위하여 현대엘리베이터에게 불평등한 내용의 TRS 계약을 체결하게 함으로써, 현대엘리베이터에게 고정 지급수수료 만기 정산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공시에 의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기초자산인 현대상선의 주가 하락으로 자기자본 대비 적게는 5.3%, 많게는 49.3%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보유함으로써 얻는 유무형의 이익 등을 고려할 때 TRS 계약 중 일부가 현대엘리베이터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해 보이는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TRS 계약이 전체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게 불리한 내용의 계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보고 청구를 기각하였다(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2016. 8. 24. 선고 2014가합10051 판결).

현대엘리베이터 이사들에게 배상 판결

그러나 2019. 9. 26. 항소심 법원은 피고 이사들에게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서울고등법원 2019. 9. 26. 선고 2016나2063874 판결). 항소심 법원은 이사들이 파생상품(TRS) 거래로 인한 손해의 원인이 된 주가하락을 예측하지 못한 데 과실을 인정하였으며, 현대엘리베이터가 속한 현대그룹의 순환출자구조의 특성상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방어행위는 동시에 지배주주의 그룹 지배권의 방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 그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들에게 회사 및 소액주주의 이익을 고려할 특수한 주의의무가 생긴다는 점을 전제로 이사들이 이러한 주의를 게을리하였음을 인정하였다. 현재 위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5. 종합: TRS 규제에 관한 논의

일반적인 TRS는 거래 쌍방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보편적으로 쓰이는 거래 방식이다. 그동안 TRS는 전문투자자나 헤지펀드들이 단기거래의 투자전략으로 주로 이용하는 금융기법으로 이용되었으나, 최근 국내 기업들이 기업자금 조달, 순환출자 등 규제 우회, 계열사 지원, 지배주주 지배력 유지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헤지를 목적으로 고안된 TRS 거래의 구조가 다양한 거래 동기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고도화되면서, TRS가 부당한 목적 혹은 규제 회피의 의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 자체로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재무활동의 일환인 TRS가 기존 법 체계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회피로 단정 짓고 그 동기의 불법성을 의심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자의적인 규제는 새로운 거래나 금융상품의 개발을 위축시키고 투자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존하는 법 체계 내에서 TRS 계약의 체결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엄격히 감시하여 시장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할 필요 또한 있을 것이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