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Law Talk] 사모펀드
[리걸타임즈 Law Talk] 사모펀드
  • 기사출고 2020.11.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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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하고 실력 있는 토종 사모펀드 육성 지속돼야"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는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소위 'Private Equity Fund', PEF)와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일명 헤지펀드)로 구분된다. 특정기업을 매수해 기업가치를 제고하여 이를 매각한 후 수익을 올리는 buyout 전략을 기본으로 하는 PEF는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어 이제 완연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헤지펀드는 주로 상장주식과 채권, 통화 또는 파생상품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특성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논의 끝에 2015년 7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펀드 투자자 49인까지만 가능

◇이행규 변호사
◇이행규 변호사

PEF와 헤지펀드는 공모(公募)에 대비되는 '사모(私募)'라는 특성을 공통분모로 하고,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프로들'의 투자 시장이다.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들과 개인들 중에서도 사모투자에 수반되는 위험을 직접 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분석하여 감수할 수 있는 고액자산가(high-net-worth individual)들을 위한 상품인 것이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펀드 판매행위는 금지되고, 펀드 투자자 숫자는 49인까지만 가능하다.

이러한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운용회사들의 가장 중요하고 큰 자산은 소수의 베테랑 핵심운용인력이고, 투자자들은 이러한 핵심운용인력들의 운용경험과 운용전략을 직접 듣고 판단하여 당해 펀드의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PEF는 비교적 위와 같은 사모펀드의 기본 속성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고, 또 실제로도 그와 같이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EF 투자자들은 대부분 연기금이나 금융기관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이고 펀드결성 과정에 운용사들의 적격성을 심도 있게 검토한다. 또한 규모가 큰 블라인드펀드(blind fund)는 출자약정을 토대로 일단 펀드가 결성되고 개별 투자건이 확정될 때 출자요청(capital call)에 응해 실제 금전 출연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PEF 투자자들은 투자대상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게 된다.

특정 거래를 목적으로 설정되는 프로젝트펀드(project fund)도 당해 거래에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운용사로부터 듣게 되고 일정한 의사를 개진할 수 있다.

적합성 원칙 등도 면제

이와 달리 헤지펀드는 그 도입 연원과 시기 및 관련 시장참여자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위와 같은 사모펀드의 본질적인 속성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는 일반적으로 투자신탁 방식으로 설정되는데, 우리 자본시장법상 투자신탁의 판매는 대부분 증권회사나 은행 창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운용사와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헤지펀드 운용상품과 운용전략 등을 실제 운용하는 주체로부터 듣지 못하고 펀드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헤지펀드 판매과정에는 헤지펀드가 소수의 전문적인 투자자만을 상대로 판매되어야 하는 사모펀드의 일종이라는 이유로 적합성의 원칙(자본시장법 제46조), 적정성의 원칙(제46조의2)에 따른 판매행위 준칙이 면제되었다.

그리고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PEF와 달리 펀드 가입시 투자금을 전액 납부하게 된다.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유동성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개방형(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한)으로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투자금을 펀드 가입시 출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라임이나 옵티머스 펀드는 이러한 일반적인 헤지펀드의 성격과 달리 설정, 운용된 것으로 보인다.

운용-소유 분리 허점으로 작용

또한 헤지펀드는 공모펀드와 마찬가지로 운용사가 신탁계약과 상품설명서에 따라 적법하고 적정하게 운용하는 것을 담보하기 위해 운용재산을 신탁업자 명의로 소유하도록 하고 있고, 사무관리도 외부기관이 맡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운용사-판매사-신탁업자-사무관리회사로 분리된 펀드 관리구조가 결과적으로 허점으로 작용했고, 투자자와 운용사간의 긴밀한 소통과 신뢰를 기초로 하는 사모펀드의 본질에 비추어 적정한 것인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진행 중인 사모펀드 사태가 어떠한 결말에 이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모펀드(특히 PEF)가 이미 한국 자본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고, IMF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외국계 사모펀드들에게 다시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서는 건전하고 실력 있는 토종 사모펀드 산업의 지속적인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행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hglee@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