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미 원정 소송 대비전략은…
한국 기업의 미 원정 소송 대비전략은…
  • 기사출고 2020.10.2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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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훈 미 변호사의 《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법원으로 가는가》

LG화학이 2차전지 관련 영업기밀 이슈로 SK이노베이션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사건이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둘 다 한국 기업인데 왜 한국 법원을 마다하고 굳이 워싱턴에 있는 미 국제무역위원회에 가서 이른바 '원정 소송'을 하는 것일까. 최근 단행본 《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법원으로 가는가》를 펴낸 심재훈 워싱턴DC 변호사에 따르면, 첫째는 미국의 법원이나 ITC에서 재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입증에 유리하고, 또 하나는 승소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액수가 한국 법원과 비교할 때 확연히 크고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법원으로 가는가
◇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법원으로 가는가

특히 미국 법원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디스커버리(E-Discovery) 즉, 전자증거개시 제도가 심 변호사가 주목한 대목으로, 심 변호사가 이 책에서 이디스커버리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 전략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미 연방법원은 물론 ITC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디스커버리 제도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가 소송에서 필요하거나 활용될 수 있는 상대측 기업의 전자문서와 이메일 내용을 포함한 모든 '잠재적 증거'를 훼손, 파기, 삭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증거보존 의무'를 양측에 부여하고 있다. 보존된 증거들은 소송 당사자들 간에 교환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확보될 수 있으며, 미 연방민사소송규칙에서 강제하는 전자증거 보존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거나 의도를 가지고 전자증거를 삭제, 변경, 수정, 파기, 훼손 등을 할 경우엔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그러한 행위를 한 당사자에게 조기 패소판결, 심 변호사의 표현에 따르면 몰수패를 내릴 수도 있다.

심 변호사는 책 뒷 부분에서 미국 소송 대비 실무전략으로, 첫째 소송에 관련된 회사의 모든 임직원에게 증거보존 의무를 통지하라, 둘째 데이터맵을 만들고 ECA(케이스 조기진단) 시스템을 가동하라, 셋째 원 · 피고 양측이 사전 미팅을 통해 전자증거개시의 과정과 절차에 대해 로드맵을 정하는 전자증거개시 관련 첫 회의인 26(f)컨퍼런스 전략을 세우라 이 세 가지를 주문했다.

심 변호사는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미시건주립대 로스쿨에서 JD학위를 취득한 미 워싱턴DC와 메릴랜드주 변호사다.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에서 20년 가까이 사내변호사로 활동한 기업분쟁 전문가로, 지금은 기업분쟁 해결 분석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 사법연수원에서 미국 민사법을 강의하고, 전경련 국제경영원, 성균관대, 국가정보원 등에서 국제 영문계약과 미국의 전자증거개시 제도 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의한 인기강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