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항소심 재판부가 기소되지 않은 내용 양형 사유에 기재…
[형사] 항소심 재판부가 기소되지 않은 내용 양형 사유에 기재…
  • 기사출고 2020.10.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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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심과 형 같아 문제 없어"

항소심 재판부가 필로폰 수수 · 투약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양형 사유에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필로폰 매매 혐의도 기재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하여 필로폰 판매 혐의를 양형에 반영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9월 3일 필로폰 수수 · 투약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8358)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8월과 추징금 145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8358).

A씨는 2019년 7월 26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모텔에서 B씨로부터 70만원을 받고 C씨로부터 전달받은 필로폰 약 0.7그램을 B씨에게 건네주어 필로폰을 수수하고, 같은해 8월 15일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모텔에서 C씨로부터 필로폰 약 0.4그램을 건네받아 B씨에게 전달하고, 9월 10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위 모텔에서 C씨로부터 필로폰 약 0.35그램을 건네받아 필로폰을 수수한 혐으로 기소됐다. A씨는 또 9월 11일 필로폰 약 0.05그램을 투약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8월과 추징금 145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필로폰 수수 · 투약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피고인이 여러 차례 필로폰을 수수, 투약, 판매한 것으로 필로폰의 중독성과 환각효과 등으로 인한 사회적 해악이 큰 점, 수수하고 판매한 필로폰의 양이 작지 않은 점, 피고인에게 폭력 범죄로 집행유예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2회 있는 점, 피고인에게 마약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은 없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점 등 변론 과정에 나타난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공소사실에 기재되지 않은 필로폰 판매가 양형 사유에 언급되어 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형량은 1심과 똑같은 징역 8월과 추징금 145만원을 선고했다. 

상고심에선 항소심의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필로폰 매매가 기재된 부분이 쟁점이 되었다.

대법원은 먼저 "사실심법원의 양형에 관한 재량도,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 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비추어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나타난 범행의 죄책에 관한 양형판단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내재적 한계를 가진다"고 전제하고, "사실심법원이 피고인에게 공소가 제기된 범행을 기준으로 범행의 동기나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형법 제51조가 정한 양형조건으로 포섭되지 않는 별도의 범죄사실에 해당하는 사정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력을 갖춘 증거에 따라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핵심적인 형벌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삼아 형의 양정을 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하여 사실상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범행을 추가로 처벌한 것과 같은 실질에 이른 경우에는 단순한 양형판단의 부당성을 넘어 죄형 균형 원칙이나 책임주의 원칙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필로폰 '판매'를 양형 사유로 기재하지 않은 제1심과 같은 형을 정하여 선고하였으므로, 위 필로폰 판매 사실을 핵심적인 형벌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삼아 양형에 반영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결 이유 중 '양형의 이유'란에 피고인 A씨에게 공소가 제기되지 않았고 따로 양형조건도 될 수 없는 사실인 메트암페타민(필로폰) '판매'가 양형 사유처럼 기재된 부분이 있으나, 원심이 A씨에 대하여 사실상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필로폰 판매 범행을 추가로 처벌한 것과 같은 실질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심의 양형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죄형 균형 원칙이나 책임주의 원칙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