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노동강도 늘었다'며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세운 현대차 노조 대의원…업무방해 유죄
[형사] '노동강도 늘었다'며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세운 현대차 노조 대의원…업무방해 유죄
  • 기사출고 2020.10.1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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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정당방위 · 정당행위 아니야"

울산지법 문기선 판사는 9월 24일 노동강도가 늘었다는 이유로 자기 몸에 쇠사슬을 묶고 신차인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시킨 현대자동대차 노조 대의원 A(40)씨에게 업무방해 유죄를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2019고단5432).

A씨는 2019년 9월 23일 오후 3시 30분쯤 울산 북구에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2공장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인 의장22라인 T-201공정에서 비상정지 스위치를 눌러 생산라인을 정지시킨 후 미리 준비한 쇠사슬과 자물쇠를 꺼내어 생산라인과 자신의 몸을 쇠사슬로 묶은 다음 생산 중인 차량 안으로 들어가 앉아 점거하는 방법으로 같은 날 오후 4시 31분쯤까지 약 61분 동안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써 현대차는 차량 43대, 약 12억 4,200만원 상당의 생산손실을 입었다.

현대차는 이에 앞서 울산공장 2공장에서 신차인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2019년 7월 22일경부터 9월 19일경까지 생산설명회, 요구사항 검토내용 설명회 등 총 10차례에 걸쳐 노조와 신차 양산 과정을 협의하였고, 9월 19일경 의장22라인 대의원들이 회사 제시안에 동의하여 9월 20일경부터 노조 대의원들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설명회를 실시하였으며, 9월 23일경 노사 합의내용에 따라 신차 양산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2공장 대의원인 A씨는 '신차 생산에 따른 노동강도가 증가하였다'는 이유로 회사 제시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였고, 자신을 제외한 다른 대의원들의 동의로 신차 생산이 시작되자 생산라인을 정지시켜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로 마음먹고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정지시킨 의장22라인은 원래 산타페와 투싼 차량을 생산하는 라인이었다.

A씨와 변호인은 "피해 회사는 노사간 체결된 단체협약을 위반한 채 팰리세이드 차량(이 사건 차종)을 울산 2공장 의장22라인에서 병행 생산하도록 강행하였는바 그러한 피해 회사의 이 사건 차종 생산업무는 형법상 보호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 회사의 단체협약 위반행위 즉, 피해 회사의 피고인 및 노동조합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고자 한 행위이므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문 판사는 그러나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으면 되고, 반드시 그 업무가 적법하거나 유효할 필요는 없으므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며,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거나 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에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된다"고 전제하고, "비록 피해 회사가 노동조합과 사이에 '합의' 에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이 대의원으로 있는 의장22라인에서 이 사건 차종을 병행 생산하기 시작하였더라도, 그러한 피해 회사의 업무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거나 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피해 회사의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문 판사는 또 "피해 회사가 위와 같은 사전 협의를 진행한 후에 이 사건 차종의 병행 생산을 시행한 이상, 설령 노사간 정식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단체협약에 위반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피해 회사의 병행 생산 개시가 현재의 부당한 침해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정당방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문 판사는 "앞서 본 사정들과 피고인의 방법 즉, 피고인이 가동 중인 생산라인을 비상정지 시킨 후 생산라인과 자신의 몸을 쇠사슬, 자물쇠로 묶고 생산라인 위에서 생산 중이던 산타페 차량 내부에 들어가 차량을 점거하여 의장22라인의 정상가동을 중단시킨 점, 이로 인해 이 사건 차종의 생산은 물론 위 라인에서 원래부터 생산 중이던 산타페차량의 생산 역시 중단되어 피해 회사로 하여금 차량 43대(약 1,242,000,000원 상당)의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을 입게 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노동조합의 승인이나 조합원의 찬성결의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단 또는 방법도 사회적으로 상당하지 않고, 긴급성, 보충성, 사용자의 재산권과의 조화 등 제반 요건을 갖추었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