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한 달짜리 근로계약 뒤 공개채용 거쳐 2년간 근무했어도 무기계약직 전환 안 돼"
[노동] "한 달짜리 근로계약 뒤 공개채용 거쳐 2년간 근무했어도 무기계약직 전환 안 돼"
  • 기사출고 2020.09.20 23: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근로관계 단절…근로기간 합산 불가"

전임자의 갑작스런 사직으로 한 달 기간의 계약직 임용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한 후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다시 2년을 근무했다. 합산 근무기간이 2년을 넘겼으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볼 수 있을까. 대법원은 두 계약 사이에 근로관계가 단절되어 근로시간을 합산할 수 없고, 따라서 근로기간이 총 2년을 초과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8월 27일 A대 직장예비군연대 참모로 근무하다가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받은 김 모씨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61874)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대가 피고보조참가했으며, 세계 법무법인이 A대를 대리했다.

육군 예비역 소령인 김씨는 A대 직장예비군연대 참모가 예비군훈련기간 직전인 2013년 6월 19일 갑작스럽게 사직하자,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기 전에 긴급히 계약기간을 그해 6월 20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로 정해 계약직원 임용계약을 체결하고 직장예비군연대 참모로 근무했다. 계약서에선 '계약기간 중일지라도 정규직으로 대체시 우선하여 해당일에 계약이 자동 종료된다'고 정했다.

이후 A대는 2013년 7월 1일 직장예비군연대 참모 공개채용 공고를 냈고, 김씨가 이에 응시해 최종합격, 2013년 7월 22일 계약기간이 1년인 계약직원 임용계약을 체결했으며, 2014년 7월 22일 다시 1년 계약기간의 계약을 맺고 근무했다. 대학 측은 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인 2015년 5월 김씨에게 계약기간 만료를 통보하고, 다시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김씨는 다시 응시했으나 이번에는 면접전형에서 탈락하여 최종합격자에 선발되지 못했다. 이에 김씨가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했으나,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노위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2년을 초과하여 근무했으므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4조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기간제법 4조는 1항 본문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있고, 2항에서 "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참가인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인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하였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체결되거나 갱신되어 일정한 공백기 없이 기간제근로자가 계속적으로 근로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 기간제 근로계약에서부터 최종 기간제 근로계약에 이르기까지 기간 전체가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간으로서 '계속 근로한 총기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기간제 근로계약의 대상이 되는 업무의 성격,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 또는 갱신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의사, 반복 또는 갱신된 기간제 근로계약을 전후한 기간제근로자의 업무 내용 · 장소와 근로조건의 유사성,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와 반복 또는 갱신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나 그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사자 사이에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의 단순한 반복 또는 갱신이 아닌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간제근로자의 계속된 근로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에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 결과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때 그 시점을 전후한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을 합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2013. 7. 22. 제2계약이 체결됨으로써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기존 기간제 근로계약의 단순한 반복 또는 갱신이 아닌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 그 시점에 근로관계는 단절되었고, 결국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산정할 때 2013. 7. 22.을 전후한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을 합산할 수 없어 원고의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원고를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참가인과 원고는 제1계약에서 계약기간을 1개월로 정하면서 다만 계약기간 중이라도 정규직이 선발되는 경우 계약이 자동 종료된다고 정하였고, 참가인은 계약직원 인사세칙에서 계약직원은 공개채용을 통하여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계약기간은 최대 2년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에서 위 점을 공고에 명시하였다"며 "원고는 위 공고에 따라 공개채용 절차에 응시하였는데, 이로써 원고와 참가인은, 제1계약은 전임자의 중도사직이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긴급하게 임시로 체결된 것으로 정규직이 선발되는 경우 종료시키고, 공개채용 절차에 따른 계약관계는 최대기간을 총 2년으로 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진 신규 채용 절차로 보이고, 이러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이 원고를 계속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거나 원고가 제1계약을 반복 또는 갱신한다는 인식이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제1계약의 종료 및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참가인의 계약직원 인사세칙 제14조에는 무기계약직 전환절차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데, (원고에 대한) 계약기간 만료 통보 무렵 원고에 대하여 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공개채용 절차가 진행되었으며 원고는 신규응시자로서 이에 응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