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불법 쟁의에 대한 회사의 손배청구, 권리남용 아니야"
[노동] "불법 쟁의에 대한 회사의 손배청구, 권리남용 아니야"
  • 기사출고 2020.09.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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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노조관계자 등, 현대차 펜스 복구비용 배상하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시위를 하면서 회사 소유 펜스를 손괴한 노조 관계자들에게 펜스 복구비용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노조 측은 재판에서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가 노조 활동 통제를 목적으로 한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8월 27일 현대자동차가, 민주노총 관계자 A씨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을 역임한 노조원 등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8다11053)에서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 "A씨 등 3명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2,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등은 현대차에 비정규직지회 소속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사측과 특별협의를 진행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2013년 7월 20일 오후 7시쯤 현대차 울산 명촌 정문 앞 도로에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진행한 뒤 집결된 시위대 300여명에게 철조망을 뜯으라고 지시하고, 공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회사 소유의 시가 2,800만원 상당의 펜스 약 25m를 무너뜨려 손괴했다. 이후 노사는 2016년 3월 비정규직지회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특별채용하고, 노사간 모든 민 ‧ 형사 소송 취하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현대차는 담장 손괴와 관련, 2억 3,500여만원을 지출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일부청구로 2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먼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고 있으나, 여기서 민사상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국한되고,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들을 비롯한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및 민주노총 소속 시위대 300여명은 '희망버스 기획단'을 조직하고 강제로 공장 진입을 하겠다고 예고한 다음, 2013. 7. 20. 19:00경 원고 회사 명촌 정문 앞 도로에 집결하여 집단적인 위세를 보이며 공장 진입을 시도하고, 원고 회사 소유의 펜스를 무너뜨려 손괴하였으며, 시위대를 저지하는 원고 회사 관리자와 경찰관 등에게 상해를 가하는 등 폭력을 행사하였고, 이는 원고 회사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법질서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폭력행사에까지 나아간 것으로 방법과 태양에 관한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쟁의행위는 정당성이 없는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피고들은 "원고 회사의 매출규모 등 경제적 지위를 고려할 때 손해배상청구로 원고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거나 미미한 수준인데 반하여 원고 회사가 구하는 손해배상금은 피고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로서, 손해배상청구는 손해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조합 활동 통제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쟁의행위를 비롯한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임에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목적과 절차 등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피고들의 쟁의행위가 위와 같은 범위를 벗어났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 회사가 구하는 손해배상금이 다소 다액이라는 사정만으로 원고 회사가 오로지 피고들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에서 소를 제기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권리 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주관적으로 그 권리 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 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록 그 권리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잃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를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