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보험 섭외사원도 근로자"
[노동] "보험 섭외사원도 근로자"
  • 기사출고 2020.09.1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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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 제공"

보험대리점에서 고객과 보험설계사를 연결해주는 보험 섭외사원도 출근수당을 받고 회사의 지휘 · 감독을 받아 근무했다면 근로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문성 부장판사)는 8월 13일 김 모씨 등 보험대리점업 등을 하는 S사에서 보험 섭외사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청구소송의 항소심(2019나214447)에서 이같이 판시, S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S사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으로 각 724만여원∼239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1심부터 원고들을 대리했다.

김씨 등은 S사와 보험업무 영업에 관한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S사가 운영하는 사업장인 의정부센터 등에서 2014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각각 섭외사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했으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냈다. 김씨 등이 수행하는 업무(일명 섭외업무)는, 보험영업 대상지역의 회사를 탐색하여 연락한 후 방문가능일자 및 방문장소 등의 일정을 조율하여 섭외일정표를 작성하고, 이를 S사의 업무담당자(중간관리자)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이후 S사의 업무담당자가 섭외된 회사에 연락하여 방문일정 등을 다시 확인한 후(일명 언더라이팅이라고 함) 실제 방문영업을 할 S사 소속 보험설계사를 배정하였고, 그후 보험설계사가 섭외된 회사에 방문하여 보험상품에 관한 홍보와 모집을 했다. 김씨 등은 S사로부터 매달 섭외된 회사에서 성사된 보험계약의 실적에 따라 수당 등을 지급받았다.

재판부는 "피고는 중간관리자를 통해 영업할 지역, 섭외 건수(할당량), 대규모의 회사에 대한 영업 독려, 영업어구 관련 수정 또는 보완해야 할 사항 등에 관한 업무지시를 하였고, 원고들은 섭외가 이루어지면 회사명 및 주소, 방문가능일자, 회사 연락처, 키맨(회사의 연락담당자), 근무인원 및 참석인원 등을 기재한 섭외일정표를 작성하여 피고의 중간관리자에게 카카오톡 등으로 보고하였으며, 피고의 중간관리자는 일명 언더라이팅 절차를 거쳐 원고들에게 섭외된 회사에 방문할지 여부, 방문하기로 한 경우 배정된 보험설계사가 누구인지 등에 관하여 알렸다"며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업무수행에 관하여 피고의 상당한 지휘 · 감독이 있었다고 봄이 옳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의 근로기간은 1년 4개월∼3년 8개월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고와 1년 단위로 위탁계약이 자동갱신되었으며,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비추어 원고들이 다른 직업을 상시 겸업하는 것은 곤란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승낙이 없이는 제3자를 고용하여 섭외업무를 대행하도록 할 수 없었으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원고들이 지급받은 수당이 보험계약 성사실적에 좌우되기는 하나, 출근수당이 존재하고, 기본적으로 섭외업무라는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근로의 대상적 성격을 가진다(게다가 피고는 기본급이 있는 것처럼 섭외사원 채용에 관한 구직광고를 행하고 있다. 피고는 원고들과 같은 성과제 섭외사원이 아닌 월급제 섭외사원을 염두에 둔 광고라고 주장하나, 그 광고내용을 보면 섭외사원을 월급제와 수당제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기본급 없이 매월 수당 또는 성과비만을 지급받았는데, 수당은 출근수당, 업무성과비(원고들이 섭외한 회사에서 보험계약 등이 성사되는 경우 계약성사금액 또는 상품에 따라 피고의 수수료 지급기준에 따라 산정된 수당의 70%를 지급함), 유지수수료(성사된 보험계약 등의 유지 여부에 따라 수수료의 30%를 분할지급함) 등 3항목으로 구성되었다. 출근수당은 월 20∼40만원으로 원고들의 결근이 2번 이상이거나 지각이 3번 이상인 경우 출근수당이 미지급 되었고, 원고들이 1∼2주 등 특정기간 동안 영업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특별수당(일명 시책)을 지급받았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였으나 이는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정할 여지가 크므로, 이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며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강현구 공익법무관은 "회사에서는 채용공고에 기본급을 준다고 했지만 실제 일할 때는 성과 수당으로만 주고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니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때도 많았다"며 "근로자로 인정해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이번 판결이 그런 고생에 대한 조그마한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