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유류분 제도 위헌 여부 다시 가린다
[가사] 유류분 제도 위헌 여부 다시 가린다
  • 기사출고 2020.09.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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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 본질적 침해"…위헌심판 제청

민법상 유류분 제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어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부산지법 민사2부(재판장 김태규 부장판사)는 9월 3일 유류분 조항인 민법 1112조 등에 대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2020카기10149).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판사가 특정 법조항에 대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때 헌법재판소에 의뢰해 해당 법조항의 최종적인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을 구하는 제도다.

2014년 10월 사망한 A씨는 아내와의 사이에 네 자녀를 두고 있었는데 사망 직전인 2014년 3월 두 자녀에게만 부동산을 증여했다. 이에 재산을 증여받지 못한 자녀 중 1명(사망)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받은 자녀와 A씨의 부인을 상대로 유류분 청구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일부 패소 판결을 받자 항소했고, 항소심 계속 중 부동산을 증여받은 자녀와 A씨의 부인이 유류분 조항인 민법 1112조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 항소심 재판을 맡은 부산지법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A씨의 부인은 A씨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은 자녀 중 한 명이 사망, 이 자녀의 재산을 단독상속했다.

재판부는 유류분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민 개개인이 소유한 재산을 어느 시기에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처분하는지는 원칙적으로 자유이고, 한국 민법은 유언의 자유를 인정하여 피상속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재산을 자기의 의사대로 처분할 수 있게 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자유에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어느 정도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개별사안에서의 구체적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 · 소급적으로 그 생전처분을 무효로 만들거나 피상속인의 유언의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 내용과 반대되는 법적 효과를 인정하는 것은, 피상속인에 대한 재산처분권(유언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상속재산이 가족 전체의 재산이라는 관념은 현대 사회 및 현행법 하에서 인정되기 어렵고, 배우자를 제외한 다른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경우도 찾기 어려우며, 상속인들의 어느 정도의 기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반드시 유류분이라는 개념을 두어 청산하여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부양의 필요성도 유류분제도의 존속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류분 도입 당시인 1977년경 기대여명이 62.3세였던 것과는 달리, 최근 2018년 기준으로 기대여명이 82.7세까지 상승함에 따라 오늘날의 상속은 그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한 한참 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바, 그렇다면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상속인들이(특히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부양이 필요한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고, 생전에 상속인들은 '채권'인 부양청구권 등을 근거로 피상속인의 제3자에 대한 재산처분을 막을 수 없는데, 피상속인의 사후에는 부양적 의미를 가지는 유류분을 근거로 이미 행해진 피상속인의 처분을 소급하여 실효시키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2010년 4월 29일과 2013년 12월 26일 유류분 제도는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 등에 입법취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민법 제1113조 제1항 중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는 부분 및 제1118조 중 제1008조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부분에 관하여 합헌 결정한 바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