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혐의 인정 안 되었다고 '고소 · 고발 남발' 이유 노조위원장 징계 부당"
[노동] "혐의 인정 안 되었다고 '고소 · 고발 남발' 이유 노조위원장 징계 부당"
  • 기사출고 2020.09.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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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고소 · 고발 진위 · 경위 등에 따라 신중 판단해야"

노조위원장이 회사 임직원을 고소 · 고발했다가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범죄행위라고 의심할 만한 사항에 대한 문제제기였고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8월 20일 울산과학기술원이 "전 노조위원장 A씨 등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두34480)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고소 · 고발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앤장이 울산과학기술원을, 피고보조참가한 A씨 등은 법무법인 시민이 대리했다. 

울산과학기술원의 전 노조위원장인 A씨와 노조 회계감사를 맡았던 B씨는 17건에 걸쳐 울산과학기술원의 총장 등 임직원, 인사위원회 위원장, 학생, 공인노무사 등을 상대로 업무상 배임 · 횡령이나 특가법상 뇌물,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 · 고발하거나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으나, 모두 각하되거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17건 중 A씨가 고소 · 고발한 것이 5건, B씨가 고소 · 고발한 것이 12건이었다. 이에 울산과학기술원이 2015년 8월 '무분별한 고소 · 고발' 등을 이유로 두 사람을 징계해고하자 A씨와 B씨가 부당해고이자 불이익취금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부산지노위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만 징계양정이 과하여 징계해고가 부당해고에는 해당하나,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하자 울산과학기술원과 A씨 등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는데 중노위는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울산과학기술원이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울산과학기술원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무분별한 고소 · 고발로 위 참가인들과 원고의 임직원들 사이에 강한 불신과 적대감, 마찰과 갈등을 초래하였고, 원고의 신뢰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며 "징계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자 중노위와 A씨, B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뚜렷한 자료도 없이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왜곡하여 소속 직장의 대표자, 관리자나 동료 등을 수사기관 등에 고소 · 고발하거나 진정하는 행위는 징계규정에서 정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으나, 다만 범죄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행위에 대해 처벌을 구하고자 고소 · 고발 등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한 적법한 권리 행사라고 할 수 있으므로 수사기관이 불기소처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고소 · 고발 등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위와 같은 고소 · 고발 등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는 고소 · 고발 등의 내용과 진위, 고소 · 고발 등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횟수 등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노동조합 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사용자 측을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등으로 수사기관 등에 고소 · 고발 · 진정한 내용에 과장되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이 대체로 사실에 기초하고 있고 그 목적이 사용자에 의한 조합원들의 단결권 침해를 방지하거나 근로조건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고소 · 고발 등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를 이유로 노동조합의 대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는 피고 보조참가인 A씨가 원고의 총장, 보직자와 동료직원에 대해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근로기준법 위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무분별하고 반복적으로 고소 · 고발하고, 동료직원을 비방할 의도로 근거 없는 허위 주장으로 성희롱 진정을 제기하는 등 '무분별한 고소 · 고발'을 했다는 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데,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피고 보조참가인 A씨가 한 두 건의 고발은 범죄행위라고 의심할 만한 사항에 대한 처벌을 구하기 위한 적법한 권리 행사임과 동시에 노동조합의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하고, 1건의 진정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포함하여 진정을 한 것이라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며, 게다가 고도의 공공성을 갖는 원고의 업무는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수행되어야 하고, 위법행위가 없도록 감시 · 견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노동조합이나 피고 보조참가인 A씨의 고발과 진정 행위를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A씨가 5차례에 걸쳐 원고의 대표자, 관리자나 동료 등을 고발하거나 진정한 사건은 모두 혐의사실이 인정되지 않았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행위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피고 보조참가인 B씨에게 보안문서 불법해킹, 무분별한 고소 · 고발, 행정절차를 무시한 업무처리 등의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사유의 내용과 정도에 비추어 보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며 B씨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