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
[노동]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
  • 기사출고 2020.09.03 23: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전합] "법외노조 통보 규정한 시행령 조항,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해직 교원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1997년 3월 제정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은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교조 합법화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효력정지 가처분은 기각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월 3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두32992에서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고, 따라서 이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법외노조 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다만, 전교조가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법원이 9월 3일 전원합의체 선고를 통해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결, 고용노동부가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에 대해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 이후 전교조 합법화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정에 자리한 12명의 대법관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선고에 임하고 있다.
◇대법원이 9월 3일 전원합의체 선고를 통해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결, 고용노동부가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에 대해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한 이후 전교조 합법화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정에 자리한 12명의 대법관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선고에 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9월 전교조가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허용하는 규약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해직 교원 9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전교조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했다. 이에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냈으나,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법외노조 통보는 이미 적법하게 설립된 노동조합에 결격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그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와 같은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인데,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으로서의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고 지적하고, "교원 노동조합에 대하여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는 것은 단순히 '법상 노동조합'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강력한 기본권 관련성을 가지는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는 법률에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부합하고, 현행 노동조합법(1997. 3. 13. 제정)은 그 제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설립신고서 반려에 관하여는 이를 직접 규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침익적인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하고,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이 시행령 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이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법외노조 통보를 하였으나, 이 시행령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고,  따라서 이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구 노동조합법(1996. 12. 31. 폐지)은 행정관청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위법사항이 있는 노동조합을 해산시킬 수 있는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미 적법하게 설립되어 활동 중인 노동조합을 행정관청이 임의로 해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과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 1987. 11. 28. 위 제도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그 후 불과 약 5개월 만인 1988. 4. 15. 법정요건을 결여한 노동조합이 존립할 수 없도록 한다는 이유에서 구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새로이 도입되었고, 이 제도가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행정관청이 결격사유가 있는 노동조합에게 법외노조 통보를 함으로써 법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와 동일하고, 오히려 구법과 달리 노동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두지 않음으로써 행정관청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확대되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본래 법률에 규정되어 있던 것으로서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노동조합 해산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 내지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으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위헌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제도의 연혁을 마땅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엔 전교조의 1심, 2심, 3심 소송대리인이어 제척사유가 있는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해 다수의견 10명의 의견으로 이러한 결론을 도출했다.

다수의견 중 김재형 대법관은 또 "원고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원고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이 잘못"이라며 "원고가 법외노조임을 전제로 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는 파기환송 별개의견을 냈다. 안철상 대법관도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나, 그 이유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의 위법사항에 비하여 과도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별개의견을 냈다.

반면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은 "이 사건 법령의 규정은 매우 일의적이고 명확하므로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며 법외노조 통보는 적법하다는 상고기각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법리에 기초하여 해고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문제, 결격사유가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규율 문제 등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와 입법적 · 정책적 해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여는과 시민, 창조, 송경, 권영국 변호사가 상고심에서 전교조를 대리했다. 고용노동부는 정부법무공단과 법무법인 케이씨엘, 광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