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남편과 별거 중인 내연녀 집에 들어가 술 마셨어도 주거침입 무죄"
[형사] "남편과 별거 중인 내연녀 집에 들어가 술 마셨어도 주거침입 무죄"
  • 기사출고 2020.08.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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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남편은 거주권자 지위 상실"

남편과 별거 중인 내연녀 집에 들어가 함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신 남성이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A(44)씨는 2019년 7월 16일 오후 5시 30분쯤 내연녀인 B씨와 B씨의 딸이 함께 생활하는 울산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가 잠을 자고 나오는 등 B씨의 남편인 C씨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C씨는 B씨와 2019년 5월경 별거생활을 시작하면서 집에서 자신의 짐을 모두 가지고 퇴거하였고, 그 이후로는 출입한 적도 없다"며 "C씨는 주거권자가 아니므로, 단독 주거권자인 B씨의 동의하에 출입한 행위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울산지법 문기선 판사는 7월 9일 "피해자(C)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울산에 있는 아파트의 주거권자로서 주거 평온의 이익을 향유함을 전제로 피고인이 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갔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확신이 갖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2020고정280).

문 판사에 따르면, C씨와 B씨는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하던 중 2019년 4월 11일경 A씨와 B씨가 새벽까지 단 둘이 술을 마신 사건으로 부부싸움을 크게 하게 되었고, 그 이후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져 2019년 5월 26일경 C씨가 자신의 짐을 가지고 아파트에서 퇴거하여 자신의 부모님 집으로 주거를 옮기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이 사건이 있기까지, 이혼할지 여부에 대해 상호간 의사가 확정되지도, 재산분할, 양육권 등에 관한 협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문 판사는 "피해자와 B가 그와 같이 별거를 결정한 데에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일시적 분쟁완화를 위한 목적'과 B가 주장하는 '구체적으로 이혼에 관해 상의하기 위한 목적'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후 두 사람이 협의이혼에 관하여 대화한 적은 있어도, 언제 피해자가 아파트로 돌아올지에 관하여는 대화한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B의 진술은 물론 피해자의 진술에도, 피해자가 위 별거 이후 한 번이라도 아파트를 출입하거나 출입을 원하는 말 또는 제스처를 취하였다는 언급이 없고, 피해자의 짐이 아파트에 남아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피해자와 B의 진술에 차이가 있는데, 물론 아파트에 남아있던 가구, 가전제품 등 부부 공동생활에 사용되던 물품들은 부부의 공유라고 볼 여지도 있으나, 적어도 별거가 시작된 이후 피해자가 (자녀의 짐이 아닌) 자신의 짐을 더 가져나오거나 B에게 보내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어 보이는바, B의 진술대로 피해자는 자신이 단독으로 소유하는 물품을 거의 다 가지고 나가 아파트에는 개인 물품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자료도 제출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아파트에서 나간 이후 피해자와 B는 2 내지 3번 만나 쇼핑을 가거나 1박 2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으나, 항상 딸이 동행하였기 때문에, 별거기간에도 부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아파트에서 퇴거한 이후 거주권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문 판사는 "사건 당시,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B, 딸과 함께 장을 봐 아파트로 들어갔고, 함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으며 새벽이 되어서야 피고인 혼자 귀가하였다'는 것 외에, 피고인이 아파트에 출입한 목적이 피해자 처와의 성관계 또는 불법적인 목적을 가지고 들어간 것이라고 볼만한 구체적 정황이나 자료 역시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