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조합 자금으로 자신의 변호사비용 지출한 지역주택조합장, 업무상 횡령 유죄
[형사] 조합 자금으로 자신의 변호사비용 지출한 지역주택조합장, 업무상 횡령 유죄
  • 기사출고 2020.08.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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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조합 이사회 결의 있었어도 마찬가지"

조합의 자금으로 자신의 형사사건 변호사비용을 지급하고 벌금을 납부한 지역주택조합장에게 업무상 횡령 유죄가 인정됐다.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한 지역주택조합장이던 A(70)씨는, 2018년 4월경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하여 진행된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해 변호사비가 필요하자, 2018년 12월 6일경 조합 명의 통장에 업무상 보관 중이던 550만원을 변호사 선임비 명목으로 한 법무법인 명의 은행 계좌로 입금해 주고, 같은 해 12월 13일경 이 형사사건에 대해 처분 받은 벌금 150만원을 조합 명의 통장에 보관 중이던 돈으로 납부하여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조합의 이사회에서 나의 형사사건 비용을 조합에서 부담하기로 의결하였고 조합 총회에서 이를 추인하였으므로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 오규희 판사는 그러나 7월 24일 "피고인 주장과 같이 2018. 8. 조합 이사회에서 조합의 자금으로 피고인의 형사사건 비용을 지출하는 내용의 결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결의는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 대한 업무상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2020고정384).

오 판사는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비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한다 할 것이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 · 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에서 형사고소당한 당사자는 조합이 아닌 피고인 개인이므로, 위 사건의 변호사 비용과 벌금은 원칙적으로 조합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업무방해 등 사건의 분쟁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그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인 조합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 개인이 위 사건의 당사자가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의 위 사건에서의 관련 행동들이 조합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에 업무방해 등 사건의 법적 분쟁이 단체인 피해자 조합과 업무적인 관련이 깊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이어 "조합장이 조합장 개인을 위하여 자신의 위법행위에 관한 형사사건의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을 조합의 업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가 조합의 자금으로 자신의 변호사비용을 지출하였다면 이는 횡령에 해당하고, 위 형사사건의 변호사 선임비를 지출함에 있어 이사 및 대의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하여도 조합의 업무집행과 무관한 조합장 개인의 형사사건을 위하여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하는 것이 위법한 이상 위 승인은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이러한 법리는 조합장이 피해자나 고소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 "주주총회나 이사회, 부녀회 등에서 위법한 예산지출에 관하여 의결을 하였다 하더라도 횡령죄나 배임죄의 성립에 지장이 없고, 그 의결에 따른 예산집행이라고 하여 횡령행위나 배임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