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5년 송사 '눈알가방' 사건 승소한 강경태 변호사
[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5년 송사 '눈알가방' 사건 승소한 강경태 변호사
  • 기사출고 2020.08.0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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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성과물 무단 도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죠"

"유명 회사의 명품 가방 형태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창의적인 도안을 부가했더라도 성과물 도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어 제조 · 판매 등을 해선 안 되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죠."

강경태 변호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지식재산권(IP) 관련 사건을 많이 수행하는 지재 전문 변호사다. 특허법원 판사 3년, 서울고등법원의 지식재산권 전담 재판부 고법판사로 3년간 근무하는 등 판사 시절부터 IP 분야의 사건을 많이 다뤘으며, 2014년 김앤장에 합류한 이후 줄곧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 5년에 걸친 송사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에르메스 핸드백 판결도 이런 전문성이 축적되어 일구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강경태 변호사
◇강경태 변호사

1,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에르메스의 명품 가방인 '켈리 백(Kelly Bag)'과 '버킨 백(Birkin Bag)' 디자인을 흉내내고 여기에 눈알 모양의 도안을 추가해 만들어 판 국내 브랜드를 상대로 제조 · 판매 등의 금지와 폐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한 것으로, 대법원은 피고들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카목, 피고들의 침해행위 당시의 법조문에 따르면 차목의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에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있긴 했지만, 핸드백 사건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의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의 해당요건 등을 명확히 밝힌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법원 판결만 3년 넘게 걸려

리걸타임즈 취재에 따르면, 이 소송은 실제로 2017년 2월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후 에르메스 측의 상고로 그해 3월 대법원에 관련 기록이 송부되었으나 전원합의체에 회부된다는 등 여러 얘기가 나오다가 지난 7월 9일 소부(小部) 판결을 통해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의 요건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에 해당해야 하고, ▲타인의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하며,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하여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13년 7월 30일 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부정경쟁방지법 2조 차목은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방위를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판결에서 차목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 ·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켈리 백과 버킨 백의 형태는 국내에서 계속적 · 독점적 · 배타적으로 사용되어 옴으로써 전면부와 측면부의 모양, 손잡이와 핸드백 몸체 덮개의 형태, 벨트 모양의 가죽 끈과 링 모양의 고정구 등이 함께 어우러진 차별적 특징으로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특정의 상품 출처로서의 식별력을 갖추게 되었으므로, 공공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한 경쟁질서에 부합하지 않아"

이제 남은 요건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였느냐 여부.

대법원은 "피고들이 원고들과 동일한 종류의 상품인 피고들 제품을 국내에서 계속 생산 · 판매하게 되면 원고들 제품에 대한 일부 수요를 대체하거나 원고들 제품의 희소성 및 가치 저하로 잠재적 수요자들이 원고들 제품에 대한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원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고, 피고들이 사용한 슬로건 'Fake for Fun'을 보더라도 켈리 백과 버킨 백의 형태와 유사한 형태를 사용하여 두 백의 상품표지의 주지성과 인지도에 편승하려는 피고들의 의도를 추단할 수 있다"며 "타인의 동의 없이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 표지에 스스로 창작한 도안을 부착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공정한 경쟁질서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Fake for Fun'은 '재미를 위한 가짜'의 의미로 풀이된다.

우리 법은 독일법과 달라

강 변호사는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민법상 불법행위 또는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에서 규정하는 부정경쟁행위와 관련, "타인의 성과 모방이나 이용행위에 공정한 거래질서 및 자유로운 경쟁질서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허용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제시하고, 그러나 "이 사안의 경우 '특별한 사정' 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것과 관련, '특별한 사정'을 성과물 도용
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중 하나로 요구하는 것은 독일법의 이론인데, 우리의 부정경쟁방지법은 일반조항으로 규정된 독일법과 달리 차목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추가적으로 '특별한 사정'까지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상고심에서 주장, 관철시켰다고 환영했다.

강 변호사는 "타인의 성과물에 독창적인 디자인을 추가해 사용할 경우에도 서로 협의를 해서 허락을 받고 로열티를 주고 이용해야지 자신의 도안이 특징이 있다고 해서 남의 성과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안 된다는 것이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법원도 "피고들은 의류 제조업체인 '제일모직', 화장품 프랜드인 '라네즈', 가방 브랜드인 '샘소나이트', '바비 인형' 제조업체인 '마텔' 등과 제휴나 협업 등을 통하여 눈알 모양의 도안과 피고들의 '플레이 노모어(PLAYNOMORE)'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제품들을 널리 홍보하고 판매해왔고, 외국의 유명 명품 브랜드인 구찌(GUCCI), 루이비통(LOUIS VUITTON), 프라다(PRADA), 코치(COACH) 등도 다른 브랜드와 제휴나 협업을 통해 제휴 업체의 상표나 상품표지, 브랜드 등을 결합한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여 판매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핸드백을 비롯한 패션잡화 분야에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표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약 등을 통해 제휴나 협업을 하는 것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강 변호사는 에르메스의 켈리 백과 버킨 백 디자인을 3D 포토프린팅 기법으로 폴리에스터 소재 천에 인쇄하여 입체적으로 보이게 제조한 가짜 가방인 이른바 '프린트 백' 사건에서도 에르메스 측을 대리해 2016년 1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을 끝으로 부정경쟁행위라는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승소 판결의 이유도 프린트 백의 제조 · 판매행위가 유명가방 브랜드 업체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한 성과물인 가방 형태의 경제적 가치에 무임승차(free-riding)하는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프린트 백' 사건에서도 승소

한마디로 에르메스의 켈리 백과 버킨 백을 베낀 두 건의 부정경쟁방지법 차목 사건에서 모두 승소한 주인공이자 이 법리에 관한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 강 변호사라고 할 수 있다.

강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3D 프린팅의 결과물이든, 독창적인 자신의 디자인을 추가한 것이든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타인의 성과물을 무단 도용하면 부정경쟁행위로서 위법하고,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지게 된다"며 "향후 핸드백, 패션업계의 개발 실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거듭 강조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