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IP 칼럼] 러시아에서의 저명상표 등록과 보호
[리걸타임즈 IP 칼럼] 러시아에서의 저명상표 등록과 보호
  • 기사출고 2020.08.0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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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식재산권 법원은 지난 5월 27일 '도시락'의 키릴어 표기인 "Доширак"이 '라면'과 관련하여 러시아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알려진 저명한 상표임을 인정하고 이를 러시아 특허청에 저명상표로 등록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국기업 상표 첫 저명상표 등록

이번 판결은 러시아에서 최초로 한국기업의 상표를 저명상표로서 등록받을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 동안 많은 한국기업의 다양한 제품들이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오랜 기간 큰 인기를 얻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등록되어 있는 200여 건의 저명상표 가운데 아직 한국기업의 상표는 없었다.

◇장홍석(좌) · 윤원길 변리사
◇장홍석(좌) · 윤원길 변리사

저명상표 인정에 관한 제도는 국가마다 다르며, 한국과 같이 별도의 등록은 인정하지 않고 개별 사건마다 관할 기관에서 저명상표임을 인정받아야 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러시아와 같이 저명상표임을 관할 기관에서 인정받은 후 이를 별도의 등록부에 등록하여 관리하는 국가도 있다.

일반적인 상표 등록은 지정 상품 · 서비스와 동일 · 유사한 상품 · 서비스에만 권리범위가 인정되는 반면 러시아에서 저명상표로 등록을 받게 되면 상표가 사용된 상품과 유사하지 않은 상품 · 서비스에까지 상표의 보호범위가 확장되어, 상품 · 서비스와 관계없이 제3자의 동일 · 유사상표 등록을 방지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상표의 사용에도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갱신 절차 없이 반영구적 유지 또한 러시아 저명상표 등록은 일반적인 상표 등록과는 달리 별도의 갱신 절차 없이 반영구적으로 등록이 유지되며, 등록일로부터 상표권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일반적인 상표 등록과는 달리 신청 시 저명상표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일자를 특정하고, 일단 등록이 되면 신청일 및 등록일과 무관하게 해당 일자로 소급하여 저명상표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정 일자로 소급해 반영구적 등록 유지

따라서 러시아에서 저명상표 등록을 받게 되면 실제 상표가 사용되고 있지 않은 상품 ·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하여 여러 류에 걸쳐 상표권 등록을 확보할 필요가 없겠으며, 이러한 상표권의 유지 · 행사를 위하여 상표의 불사용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카자흐스탄에서도 러시아와 유사한 저명상표 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식회사 팔도는 이번 러시아 저명상표 등록 신청 이전인 2017년에 카자흐스탄에서도 “Доширак”을 저명상표로 등록받은 바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러시아와 달리 법원까지 가지 않고 특허청 단계에서 등록에 성공하였으며, 주식회사 팔도는 이번 판결을 통해 러시아에서도 “Доширак”을 저명상표로 등록 받음으로써, 동유럽 지역의 소비자들로부터 '도시락' 제품의 명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러시아에서 저명상표 등록을 받은 주식회사 팔도의 '도시락' 상표
◇최근 러시아에서 저명상표 등록을 받은 주식회사 팔도의 '도시락' 상표

러시아 특허청은 저명상표 등록과 관련하여 권리자, 권리자와 상표의 관계 및 권리자와 상표에 대한 수요자 인지도 조사 결과를 비롯한 저명성 입증 자료에 대한 해석 방법,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독자적인 심사 관행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저명상표 등록을 받는데 장애물이 되어 왔다. 주식회사 팔도의 이번 저명상표 등록 신청 역시 러시아 특허청은 이와 같은 독자적인 심사 관행에 따라 그 등록을 거절하였다.

러 특허청 심사 관행 파악 필요

따라서 러시아 저명상표 등록을 위해서는 러시아에서의 영업 상황을 바탕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 특허청의 심사 관행을 미리 파악하고, 신청 전부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러시아 저명상표 등록 사건을 담당한 김·장 법률사무소는 경험이 풍부한 현지대리인을 선임한 다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러시아 특허청의 심사 관행을 미리 파악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지대리인과 긴밀히 협업하여 법원 단계까지 포함된 심사 관행의 극복을 위한 법리 구성, 그러한 법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적절한 저명성 입증 자료의 수집과 작성 등을 진행하였다.

"특허청 거절 결정 잘못"

러시아 지식재산권 법원은 러시아 특허청의 독자적인 심사 관행에 따른 거절 결정에도 불구하고, 신청 전부터 미리 구성해 놓은 법리를 받아들여, 특허청의 거절 결정은 관련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데에서 비롯된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며, 특허청으로 사건을 환송하지 않고, 특허청이 인정한 사실관계만을 바탕으로도 "Доширак"의 저명성을 인정하기에는 충분하다 보고 직접 저명상표 등록을 결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일이 저명상표 등록일

이와 같은 지식재산권 법원의 판결은 판결일로부터 즉각 효력을 발생하여, 특허청이 항소하여 지식재산권 법원의 판결을 취소시키지 않는 이상, 판결일이 저명상표 등록일로 간주된다.

이와 같은 러시아 지식재산권 법원의 판결은, 앞으로 많은 한국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저명상표를 등록받아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보다 용이하게 모방상표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장홍석 · 윤원길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hsja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