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 투자와 성장
로펌의 투자와 성장
  • 기사출고 2007.03.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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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파트너 변호사들을 구조조정하느라 야단인 미국 로펌업계와는 달리 국내 로펌들은 여전히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펌마다 매출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실정을 알기는 어렵지만, 들리는 얘기로는 지난해 실적도 괜찮았다는 게 중론인 것 같다. 사정이 어려워 사람을 줄여야겠다는 등 볼멘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김진원 기자
무엇보다도 로펌마다 경쟁적으로 변호사를 영입하며, 몸집을 늘리고 있는 게 '국내 로펌들이 순항중'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구조조정 대신 신규 투자를 통해 규모를 늘리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게 국내 로펌 업계의 현주소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로펌마다 편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로펌들은 올해도 상당한 규모의 리쿠르트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변호사 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성장중에 있는 국내 로펌들로서는 규모 확대가 의미없지 않다. 우선 로펌 입장에서 볼 때 신입변호사의 영입은 다름아닌 투자로 표현된다. 생산설비를 늘리고, 생산라인을 확장해 매출 증대를 꾀하는 고도의 경영판단에 따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해마다 리쿠르트 철이 되면, 로펌들 사이에 007작전 뺨치는 우수 인재 쟁탈전이 펼쳐지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올해는 특히 중견 판, 검사 출신의 영입이 활발한 게 로펌 리쿠르트 시장의 특징중 하나로 꼽힌다. 부가가치가 높은 송무 분야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여러 사람들의 지적이다.

시장이 열려 미국 로펌 등이 진출할 경우 기업 자문 분야는 이들 외국 로펌과의 경쟁에 곧바로 노출되지만, 송무 분야는 여전히 국내 로펌, 국내 변호사들만의 고유의 시장으로 남을 수 있어 송무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목할 것은 변호사의 영입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사업연수원을 마친 새내기 변호사의 충원보다도 판, 검사 출신 등 중량급 변호사를 영입할 때가 특히 그렇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영입에 상당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펌마다 다음해 충원해야 할 신규변호사 수요를 감안해 유보를 쌓는 등 미리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적인 비용만 따져보아도, 추가로 늘어날 변호사 보수 외에 임대 공간을 늘려 변호사 방을 확보해야 하고, 여직원 등 부대인력도 충원해야 한다. 합류하는 변호사의 경력에 따라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해야 할 경우도 있다. 또 컴퓨터와 사무실 집기 등 새로 장만해야 할 게 하나 둘이 아니다. 여기에 개업소연과 광고 비용 등을 합치면 중견 변호사 한 명 확보하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이런 당장의 비용은 별 것 아니라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변호사 영입에 뒤이은 신규 수요가 뒤따라 줘야 투자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 합류한 변호사가 투자 대비 매출 증대라는 순효과를 내지 못하면 얼마 안 있어 유휴설비의 증가라는 부담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 다 따져선 로펌의 규모를 키울 수 없다"는 한 로펌 변호사의 말은 변호사 영입이 내포하는 이런 양날의 측면을 지적하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또 로펌 개별적으로는 투자가 곧 성장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많겠지만, 업계 전체의 파이가 그에 걸맞는 속도로 증가하지 않을 경우 제살깍기식 경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로펌 업계의 전체 파이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있는 파이를 나눠 먹는 '제로 섬 게임' 식의 경쟁이 계속된다면, 구조조정이 화두에 올라 있는 미국 로펌들 꼴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신규투자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 개별 주자들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업계 전체의 내성이 더욱 길러진다고 본다.

시장개방을 앞둔 국내 로펌업계로서는 우수한 변호사의 영입과 경쟁을 통해 한층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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