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업계] 개인은 어렵고 로펌은 바쁘다
[변호사 업계] 개인은 어렵고 로펌은 바쁘다
  • 기사출고 2004.07.06 21: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황속 사건 수임 차별화 가속…개점 휴업 변호사도 많아
변호사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다고 하는 가운데 변호사들 사이에 사건 수임의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차별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단 한건도 수임하지 못하는 개점 휴업 상태의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사건이 몰리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특히 개인변호사는 사건 유치가 어려운 반면 법무법인 등 대형 법률회사에 사건이 집중되고, 특정 분야에 특화한 전문변호사들도 사건을 꾸준히 수임하는 등 규모와 전문성에 의한 차별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 중견변호사는 "앞으로 변호사들 사이의 사건 차이가 더욱 벌이지게 될 것"이라며 "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사무실 운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황=계속되는 경기 불황의 여파로 변호사 업계도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개업변호사 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여건은 점점 어려워지는 형편이다.

6월 16일 현재 전국의 개업변호사는 6278명이며, 서울에만 4111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올 상반기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사건이 30% 정도 줄었다"며 "지난해만 해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말들을 잘 안해서 그렇지 사건다운 사건이 아예 없는 변호사들도 꽤 되는 것 같다"고 서초동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모 변호사는 "2달째 집에 돈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고 어려운 사정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들의 휴업 또는 사무실 이전이나 개업 형태의 변화등도 잦은 편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올들어 휴업계를 내고 변호사업무를 중단한 변호사가 모두 48명으로, 신고된 휴업 사유는 제각각이지만 변호사 업계의 불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서울변회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또 올초 개업한 사법연수원 33기의 한 변호사는 사건 수임이 여의치 않자 사무소를 연 지 두달만에 문을 닫고, 재조 출신 변호사의 고용변호사로 들어갔다.

고용변호사로 들어갔으나 월급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올초 모 법무법인의 고용변호사가 된 모 변호사는 월급을 받지 못해 또다른 법률사무소의 고용변호사로 옮겼으며, 고용변호사인데 월급을 받지 못하자 함께 비용을 분담하며 사무실을 같이 쓰는 동업 관계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건 꾸준한 전문변호사들=교통사고, 의료, 개인파산 등 특정분야에 특화한 이른바 전문변호사들은 이런 불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꾸준히 사건을 맡고 있다.

스스로닷컴(www.susulaw.com) 사이트를 운영하며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로 유명한 한문철 변호사는 "지난 6월 한달간 64건의 사건을 수임했다"며 "월 60건 정도의 사건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닷컴엔 한 변호사 등 6명의 변호사가 포진해 있으며, 교통사고 관련 사건만 맡는다.

또 의료 사고 전문인 서상수 변호사는 "일반 사건은 지난해에 비해 많이 줄었으나 의료 사고 소송은 꾸준한 편"이라고 했다.

헌법 소송 전문인 황도수 변호사 사무실에도 헌법이나 행정법 등에 관련된 사건이 꾸준히 의뢰되고 있다. 그는 "앞으로 헌법 등 공법 소송 쪽을 더욱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인 파산 전문인 김관기 변호사는 "상반기중 지난 한햇동안 수임한 1백50여건의 사건을 처리했다"며 "불황에 따라 개인 파산 신청이 늘어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펌은 바쁘다=수십명에서 많게는 1백명 이상의 변호사가 포진하고 있는 로펌 등 대형 법률회사는 여전히 밀려드는 사건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한 로펌의 변호사는 "IMF때와는 다르지만 경기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업무등 불황 수요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로펌의 변호사도 "송무 사건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섭외쪽도 좋다"며 "사건은 꾸준하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기업등의 투자가 워낙 위축돼 있어 호황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긋는 분위기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경기 호황에 따른 사건이 많아야지 불황 사건은 변호사 사무실 입장에서 한계가 있게 마련"이라며 "경기가 회복돼야 본격적으로 좋은 사건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