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해외 유명 가방 디자인에 '눈알 도안'만 추가…부정경쟁행위"
[지재] "해외 유명 가방 디자인에 '눈알 도안'만 추가…부정경쟁행위"
  • 기사출고 2020.07.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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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에르메스, 국내 브랜드 플레이노모어 상대 승소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ÈS)가 에르메스의 '켈리 백(Kelly Bag)'과 '버킨 백(Birkin Bag)' 디자인을 흉내내고 여기에 눈알 모양의 도안을 추가해 만들어 판 국내 브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이겼다. 스스로 창작한 도안을 부착해 변화를 주었더라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플레이노모어'라는 브랜드로 여성용 핸드백, 의류 등을 제작 · 판매하는  김 모씨와 '플레이노모어 명동점'의 대표자인 오 모씨는 켈리 백, 버킨 백과 유사한 모양의 핸드백에 큰 눈알 모양의 도안을 부착한 핸드백(일명 '눈알가방')을 10만~20만원에 판매했다. 이에 에르메스 본사와 에르메스 코리아가 "켈리 백과 버킨 백의 형태를 무단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며 김씨와 오씨를 상대로 제품의 제조 · 판매 등의 금지와 폐기, 1억원의 배상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켈리 백과 버킨 백은 원고들의 프랑스 현지공장에서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 소량 생산하여 품질을 유지해 오고 있고, 그 국내 소비자가격은 1,000만원 이상으로, 고급 명품 핸드백 중에서도 최고가에 속한다.

◇원고들의 상품표지(좌)와 피고들 제품
◇원고들의 상품표지(좌)와 피고들 제품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의 행위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현 카목)의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들에게 원고들 제품 형태의 인지도에 무단으로 편승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에르메스의 청구를 기각하자 에르메스 측이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그러나 7월 9일 "피고들이 원고들의 켈리 백과 버킨 백의 형태(이 사건 상품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원고들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7다217847). 피고들의 행위는 구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의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에르메스 측은 1심부터 김앤장이, 피고들은 1심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2심과 상고심은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규정하는 2조 1호 차목을 신설했다.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입법자가 부정경쟁행위의 모든 행위를 규정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여 법원이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대법원은 먼저 "구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 ·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상품표지는 국내에서 계속적 · 독점적 · 배타적으로 사용되어 옴으로써 전면부와 측면부의 모양, 손잡이와 핸드백 몸체 덮개의 형태, 벨트 모양의 가죽 끈과 링 모양의 고정구 등이 함께 어우러진 차별적 특징으로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특정의 상품 출처로서의 식별력을 갖추게 되었으므로, 공공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들 제품과 피고들 제품은 재질, 가격 및 주 고객층 등에 차이가 있지만, 원고들 제품 중 일부 모델은 피고들 제품의 무늬와 비슷하여 전체적 · 이격적으로 관찰하면 유사해 보이고, 피고들 제품을 눈알 모양의 이 사건 도안이 부착되지 않은 후면과 측면에서 관찰하면 원고들 제품과 구별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들 제품이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이 사건 상품표지와 유사한 특징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들은 켈리 백과 버킨 백의 공급량을 제한해왔는데, 이와 유사한 형태의 피고들 제품이 판매되면서 점차 이 사건 상품표지의 희소성을 유지하는데 장애요소가 될 수 있고, 피고들이 원고들과 동일한 종류의 상품인 피고들 제품을 국내에서 계속 생산 · 판매하게 되면 원고들 제품에 대한 일부 수요를 대체하거나 원고들 제품의 희소성 및 가치 저하로 잠재적 수요자들이 원고들 제품에 대한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원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며 "타인의 동의 없이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표지에 스스로 창작한 도안을 부착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공정한 경쟁질서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명품 가방 형태를 그대로 이용한 후 창작적 도안을 부가한 행위가 성과물 도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판결"이라며 "향후 핸드백, 패션업계에 개발 실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