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초등학교 방과 후 컴퓨터 강사도 근로자…퇴직금 지급하라"
[노동] "초등학교 방과 후 컴퓨터 강사도 근로자…퇴직금 지급하라"
  • 기사출고 2020.06.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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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 제공"

초등학교의 방과 후 컴퓨터 교육 강사도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8년 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대교에듀캠프와 1년 단위로 위탁사업자계약을 체결하고 대교에듀캠프가 지정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컴퓨터 교육 강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김 모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대교에듀캠프를 상대로 퇴직금과 미지급 연차수당 1,8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대교에듀캠프는 초등학교와 방과 후 컴퓨터, 영어, 수학 또는 전체 방과 후 수업에 관하여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초등학교에 강사를 보내 방과 후 컴퓨터 교육 등의 사업을 하는 회사로, 2019년 7월 현재 대교에듀캠프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전체위탁을 포함하면 255개교, 강사는 1,147명이고, 전체위탁을 제외하면 226개교, 강사는 302명이다. 강사들은 대교에듀캠프의 사업장 근로자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는 않았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과 연차수당 1,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방과 후 컴퓨터 학교는 피고와 학교 사이의 위탁운영계약에 따라 설치, 운영되는 것으로 각 학교에 설치된 방과후 컴퓨터 학교의 운영 주체는 어디까지나 피고이지 컴퓨터 강사가 아니고, 학교와의 관계에서 권리와 의무의 종국적인 귀속주체는 피고"라고 지적하고, "강사들이 진행하는 방과 후 컴퓨터 교육 과정의 내용은 학교의 프로그램 편성계획을 기초로 하여 위탁업체인 피고가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제시하는 제안서 등에 의하여 기본적으로 결정되는 점, 피고는 지부-교육실장-리더강사-전문강사-지도강사로 이어지는 조직체계를 확립하고, 강사들에 대한 각종 회의, 교육 및 교학상장 등을 통하여 기본과정 등의 프로그램, 커리큘럼, 시간표 등을 소개하고 교육 강의법을 공유하여 이를 향후 수업에 활용하도록 한 점, 피고는 연간교육계획서 등을 작성하여 강사들에게 배포하였고 시간표를 제공, 검토 또는 그 수정을 지시하였으며, 기본과정의 교재 등 대부분의 교재도 피고에 의하여 정해지는 점, 강사들에게 수업일지 등을 작성하게 하고 이를 제출받은 적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을 비롯한 컴퓨터 교육 강사들의 본래적인 업무영역인 컴퓨터 수업은 그 기본적인 내용이 피고에 의하여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고, 그에 대하여 피고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를 포함한 강사들은 시간표의 배치, 수업의 진도, 진행방식과 관련하여 일정한 자율성을 가지고 있고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 감독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으나, 이는 지적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강의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일 뿐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를 포함한 강사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원고를 비롯한 강사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1년 단위로 위탁사업자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용종속관계를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므로 그 점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강사들의 보수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다든가, 강사들에게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든가 하는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교에듀캠프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도 6월 25일 "소액사건임이 분명한 이 사건에서 상고인이 상고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사유는 소액사건심판법 3조가 정한 상고허용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20다204353). 대한법률구조공단이 1심부터 상고심까지 김씨를 대리했다. 대교에듀캠프는 법무법인 바른이 1심부터 대리했으며, 상고심에서는 김창규 변호사와 법무법인 클라스가 소송대리인에 추가됐다.

상고심에서 김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의 오충엽 법무관은 "방과후 교사의 근로자성은 하급심에서 여러차례 인정되었으나 대법원 판결이 없어 송사가 계속 이어져 왔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논란이 종식되고 방과 후 교사들이 폭넓게 보호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