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마약 피의자 거부에도 소변 제출받아…증거로 못 써"
[형사] "마약 피의자 거부에도 소변 제출받아…증거로 못 써"
  • 기사출고 2020.06.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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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영장 발부받아 확보했어야"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서에 임의동행한 피의자가 소변과 모발의 임의제출을 거부하는데도 경찰이 소변과 모발을 제출받았다. 대법원은 이렇게 제출받은 소변과 모발은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A(여)씨는 2018년 3월 13일 오전 9시 40분쯤 택시 무임승차 혐의로 의정부경찰서 지구대에 임의동행되었다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의정부경찰서로 다시 임의동행되었다. 경찰관들은 A씨에게 소변과 모발을 임의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A씨는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며 소변과 모발의 임의제출을 거부했다. 경찰관들이 계속 설득하자 A씨는 소변과 모발을 임의로 제출하겠다고 말하였다가 다시 의사를 번복하며 제출을 거부했다. 경찰관들은 A씨를 다시 설득, 회유하기 위하여 A씨의 어머니를 경찰서로 불렀는데, A씨는 어머니의 설득을 받고도 경찰관들의 눈을 피해 양변기 안에 있는 물을 담아 소변 대신 제출하였고, 경찰관이 아닌 어머니가 채취하는 조건으로만 모발채취에 동의했다. 그러다 결국 A씨는 어머니와 여성경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좌변기가 있는 화장실 내 용변 칸의 문을 개방한 상태에서 소변도 제출했다. A씨의 소변으로 간이시약검사를 한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고, A씨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은 임의제출된 증거로 보기도 어렵고, 소변과 모발 감정결과 등 2차적 증거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원심 법정에서 그 당시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로 정신이 혼미해 보였지만 임의제출의 의미와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심신상태였고, 피고인에게 임의제출의 의미와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였다고 증언하였는데, 그렇다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경찰관들의 설명을 듣고도 임의제출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므로 경찰관들은 임의제출을 통한 압수를 포기하고 압수 · 수색 ·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소변과 모발을 확보하는 절차로 이행하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소변과 모발을 제출한 데에 임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수사기관은 압수 · 수색 · 검증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았으므로 소변과 모발은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들이 피고인으로부터 소변과 모발을 제출받은 행위가 위법한 이상 피고인의 소변으로 간이시약검사를 하고 양성반응을 얻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와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역시 2차적 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5월 14일 "원심은 수사기관이 위 소변과 모발을 형사소송법 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로 압수함에 있어 그 제출의 임의성도 부정하였고, 검사가 위 임의성의 존재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는 데에 실패하였다고 볼 수 있어서 임의성을 부정한 판단 부분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임의제출물 압수의 임의성,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과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지적하고, "결국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398).

A씨는 향정신성의약품 17정을 소지한 혐의로도 기소되었으나, 대법원은 "일부 약품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과거 처방받아 보관하였을 개연성이 있고, 나머지 약품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불면증 등 치료를 위해 처방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 이어 이 부분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