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각막 화상 입은 주유소 직원, 15년 만에 장해급여 인정받아
[노동] 각막 화상 입은 주유소 직원, 15년 만에 장해급여 인정받아
  • 기사출고 2020.06.2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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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3년 지나 시각 장애 진단…장해급여청구권 새로 취득"

주유소에서 근무하다가 사고로 각막 화상을 입은 직원이 이후 상태가 악화되어 13년 만에 시각 장애 진단을 받았다. 시각 장애에 대한 장해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A씨는 2005년 7월 22일경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근무하다가 세차용 가성소다에 오른쪽 눈이 노출되는 사고를 당하여 '우안 각막 화학 화상'을 진단받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요양을 승인받은 뒤 2005년 9월 30일까지 통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상태가 악화되어 약 13년이 지난 2018년 2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우안 각막 화학 화상, 우안 안내염 및 우안 망막 박리를 원인으로 한 시각 장애' 진단을 받고, 한 달 뒤인 3월 2일 근로복지공단에 이에 대한 장해급여를 청구하였으나, '선행상병은 선행요양 종료일인 2005년 9월 30일에 치유되었고, 그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112조 1항 1호에서 정한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 장해급여청구권이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요양급여를 받아 치유된 후에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에는 장해급여를 지급한다(57조 1항). 이 때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5조 4호). 따라서 장해급여청구권은 장해급여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 즉 치유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기승인상병인 우안 각막 화학 화상이 완치된 날로 볼 수 있는 2005. 9. 30.의 다음날부터 이와 관련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A씨는 2005. 10. 1.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한 날인 2018. 3. 2. 피고에게 우안 각막 화학 화상과 관련한 장해급여청구를 한바, 우안 각막 화학 화상과 관련한 장해급여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원고가 상고했다. A씨는 1심 계속 중인 2018년 9월 사망하였고, A씨의 배우자가 소송절차를 수계했다.

그러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6월 4일 "원심 판단에는 산재보험법에 따른 '재요양 요건',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청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두31774). 법무법인 평화가 1심부터 원고 측을 대리했다.

대법원은 2015년 4월 16일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2012두26142)을 인용해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신체장해를 입은 사람이 그 당시에 판정된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청구하지 아니하여 기존의 장해에 대해서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기존의 장해상태가 악화되어 장해등급이 변경된 후 비로소 변경된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한 경우에는, 중복지급의 불합리한 결과는 발생하지 아니하므로, 피고로서는 재요양 후 치유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부터 변경된 장해등급에 해당하는 장해보상연금의 지급일수에 따라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이치는 기존의 장해등급에 대한 장해급여청구를 하지 않고 있던 중 그 청구권이 시효 소멸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행상병의 발병 경위나 그 이후의 경과, 이 사건 장해(시각 장애) 발병 원인에 관한 의학적 소견 등에 비추어 보면, 선행상병이 선행요양 종결일인 2005. 9. 30.에 일단 증상이 고정되어 치유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후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우안 망막 박리' 등의 상병이 발병하여 재요양이 필요한 상태가 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사실관계가 그러하다면, A씨가 적절한 시점에 '우안 망막 박리' 등에 관하여 재요양급여를 신청하지 않아 실제 재요양급여를 받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안 망막 박리' 등에 관하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 증상이 고정되어 치유된 시점에 '재요양 후의 장해급여청구권'을 새로 취득하고, 이때부터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6년 9월 오른쪽 눈에 대하여 '외상성 백내장'으로 진단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재요양을 신청하였으나, 외상성 백내장과 이 사건 사고 및 선행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대해 불복하지 않은 채,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이후에도 2011년 4월 우안 각막이식 수술을, 2011년 9월에는 우안 유리체 절제술 등을 받았다. A씨는 2016년 11월 다시 오른쪽 눈에 대한 진료를 받기 시작하였고, 2017년 2월 우안 각막 재이식 수술을 받았다. 차의과대 분당차병원 안과 전문의가 발급한 2006년 9월 18일자 진단서에는, A씨의 백내장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또 원심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차의과대 분당차병원장은 '(A씨의) 우안 시력의 악화 원인은 이 사건 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