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변조된 문서 다시 변조…무죄"
[형사] "변조된 문서 다시 변조…무죄"
  • 기사출고 2020.06.22 09: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 부분 아니야"

문서의 내용 중 이미 변조된 부분을 다시 변경하는 것은 사문서변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미 변조된 부분은 진정하게 성립된 부분이 아니어 더 이상 변조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박 모씨는 2002년 6월경 가구회사인 N사가 I사에 발행한 2002년 4월 10일자 세금계산서의 공급받는자 란에 기재된 '상호 I사, 성명 이○○' 부분 중 '이○○' 부분을 지우고 그 자리에 자신의 개명 전 이름인 '박○○'을 기재한 다음 이를 사본하는 방법으로 변조해 사용한 데 이어 지인인 정 모씨와 공모하여 2017년 8월 28일경 이와 같이 변조한 세금계산서의 공급받는자 란에 기재된 '박○○' 부분을 다시 지우고 이를 사본하는 방법으로 변조한 다음, 그 무렵 정씨가 다른 사람을 상대로 낸 양수금 반환 민사소송의 담당판사에게 제출했다.

박씨와 정씨는 결국 두 개의 사문서변조와 변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이와 별개로 위조공문서행사와 명예훼손 혐의로도 기소되어 함께 유죄가 인정되어 1심에서 징역 1년 3월의 실형을, 정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을 각각 선고받았다. 박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그러나 6월 4일 박씨의 상고로 열린 재판(2020도3809)에서, "사문서변조죄에서 '변조'는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의 내용에 권한 없는 자가 문서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변경을 가하여 새로운 증명력을 작출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와 같이 권한 없는 자에 의해 변조된 부분은 진정하게 성립된 부분이라 할 수 없다"며 "따라서 문서의 내용 중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이미 변조된 부분을 다시 권한 없이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문서변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 박씨의 두 번째 변조 범행인 2017년 8월 28일자 사문서변조죄와 변조사문서행사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서평이 상고심에서 박씨를 변호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2002. 6.경 권한 없이 N사 명의의 세금계산서 중 '이○○' 부분을 지우고 '박○○'을 기재하는 방법으로 이를 변조하였으므로, 위와 같이 변조된 '박○○' 부분은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로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박○○' 부분을 임의로 삭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사문서변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