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BMW에 들기름 뱉었어도 재물손괴 무죄"
[형사] "BMW에 들기름 뱉었어도 재물손괴 무죄"
  • 기사출고 2020.06.18 14: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원지법] "자동차 효용 해하는 정도 아니야"

BMW 승용차에 들기름을 뱉으면 재물손괴에 해당할까.

주부인 정 모(66)씨는 2018년 9월 9일경 진주시 진양호로에 주차된 한 건축업자 소유의 BMW 승용차 옆을 지나던 중 자신의 입안에 머금고 있던 들기름을 이 차량의 트렁크 부분에 뱉고, 이어 이틀 후인 11일경에도 재차 이 차량의 트렁크 주위에 들기름을 뱉어 수리비용 합계 2,728,343원이 들도록 BMW 승용차를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이 건축업자가 자신의 주택 하자를 보수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있던 중, 평소와 같이 새벽에 운동을 하러 가면서 들기름을 마시고 들기름으로 가글을 하며 걸어가다가 이 건축업자의 자동차를 발견하고 '에이 나쁜 놈'이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이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자 정씨가 항소했다.

창원지법 형사3부(재판장 이용균 부장판사)는 6월 12일 "피고인이 피해자 자동차의 트렁크 부분에 입에 머금고 있던 들기름을 뱉은 행위는 자동차를 손괴하거나 자동차의 효용을 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2019노2503).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들기름은 식용이 가능한 것으로서 이 사건 당시에도 피고인은 들기름을 마시고 들기름으로 가글을 하면서 걸어가다가 입에 머금고 있던 들기름을 뱉었는바, 사람의 신체부위 중 상당히 민감하고 연약한 부위 중 하나인 입 속에 닿아도 별 탈이 없던 들기름이 각종 오염방지를 위한 마감처리가 되어 있는 자동차를 상하게 하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고, 제출된 사진들을 보더라도 사건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세차나 빗물 등에 의한 자연세척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을 살펴보면 들기름이 있었던 부분에 육안으로 얼룩이 관찰되지 않는다"며 "들기름으로 인하여 생긴 얼룩이 통상적인 세척으로 지워지지 않는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제출한 수리비 2,728,343원의 견적서는 얼룩이 통상적인 세척으로는 제거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작성된 것이고, 또한 견적서에는 들기름으로 인한 얼룩 외에 다른 요인으로 인한 수리비가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그래서 원심도 수리비용을 액수미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들기름으로 인해 피해자 자동차의 용도와 기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친 바 없고, 세척 전을 기준으로 보면 자동차의 미관을 약간 해치기는 하나 트렁크 전체 면적 중 약 5% 정도에 이물질이 묻은 정도로서, 자동차의 색깔(검은색과 푸른색의 중간 계열)이나 들기름의 색깔 등에 비추어 자동차의 운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게 미관을 해치는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BMW 승용차의 소유자인 건축업자는 정씨를 상대로 수리비 등에 관한 민사소송도 냈으나, 법원은 도장전문가들을 참석하게 하여 실시한 현장검증 등을 거친 후, 세차로 복원되지 않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