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계약자에 보험금 절반 찾아준 조태욱 변호사
[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계약자에 보험금 절반 찾아준 조태욱 변호사
  • 기사출고 2020.06.0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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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사기에 보험사도 절반 책임"

"이 사안에서 사기를 친 보험모집인에겐 소송을 내 이겨보았자 단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야 한다, 이렇게 의뢰인을 설득해 피해회복에 나섰는데 절반의 배상을 받아내게 되어 나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태욱 변호사
◇조태욱 변호사

최근 보험모집인에게 사기를 당해 1억 5,000만원을 날린 50대 여성을 대리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7,500만원의 승소판결을 받아낸 조태욱 변호사는 "정확하게 표현하면 90%의 승소판결"이라고 말했다. 피해액의 60%인 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해 50%인 7,5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청구액 대비 승소금액을 계산하면 83.3%이지만, 담당 재판부는 "소송비용의 10분의 1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인 삼성화재가 각 부담한다"고 주문에 명시, 90% 원고 승소임을 분명히 했다.

"소송비용의 9/10, 삼성화재가 부담하라"

조 변호사에 따르면, 보험모집인으로부터 보험사기를 당한 경우 사기를 친 보험모집인은 무자력인 경우가 많고, 따라서 뒤에 있는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업법 102조 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하는데, 현실에선 사기를 당한 보험계약자가 승소한 판결보다 진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또 이긴 경우에도 보통 보험계약자도 잘못이 있다며 과실상계를 하기 때문에 피해액의 60% 정도 받아내면 손해배상을 많이 받아낸 것이라고 한다.

조 변호사도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처음부터 피해액의 60%만 청구했다. 인지대도 줄이고, 패소 부분이 많으면 나중에 상대방의 변호사비용 등 소송비용을 그만큼 많이 부담하게 되어 실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안의 경우 청구액보다 10% 더 적게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거의 조 변호사의 예상대로 판결을 받아낸 셈.

재판에선, 비록 피해자와 전부터 알고 지내던 보험모집인이 보험증권과 영수증을 위조하고, 삼성화재 몰래 보험에 든 것처럼 1억 5,000만원의 보험료를 편취한 사기행위이지만, 외형상 본래의 모집행위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또 대법원 판례상 보험회사가 면책되는, 피고 측이 제기한 보험계약자의 고의 · 중과실 주장도 막아냈다.

조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한 삼성화재 보험설계사가 약 18년간 삼성화재에 근무하며 경기도 구리사업팀 팀장이라는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업무에 사용하는 태블릿컴퓨터를 열어 피해자에게 보험상품에 대하여 설명하고 가입에 필요한 질문을 하였으며, 비록 판결문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이 보험설계사가 피해자에게 교부한 보험증권이 삼성화재 측 주장대로 컬러 복사된 것이 아니라 원본 자체를 가지고 나와 직인을 찍어 제공한 것이라는 점 등을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조 변호사는 보험증권의 날인 난에 입체적인 금박 장식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컬러 복사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보험증권 자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전에도 2차례 자동차보험 가입

또 피해자에게 중과실이 있다는 삼성화재의 면책 주장에 대해서도, 전에 해당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받아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에 2차례나 가입하는 등 정상적인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 등을 내세워 방어했다며 예상대로 보험사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받았으나, 결국 50%의 과실상계 비율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험설계사 등의 사기행위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보험에 들 때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 조 변호사는 "사기라는 것이 의외로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많이 일어나고, 사기를 피한다는 게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보험 가입 후 반드시 보험회사와 통화하여 실제 본인이 가입한 내용대로 보험회사에 보고되어 가입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중에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피해구제에 나서더라도 재판에서 이기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100% 승소하기가 어려운데다 소송비용 등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도 2018년 1월 소장을 제출한 후 2년이 더 걸려 1심 판결이 선고되었고, 원, 피고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반대로 보험설계사의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에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조 변호사는 "보험회사는 보험모집원을 통하여 영업 등 보험가입의 기회를 대폭 확대시키게 되는바, 보험모집원이 불법행위를 했다면 원칙적으로 회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고 지적하고, "보험모집원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예방과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보험모집원들을 충실히 교육시키는 것에 더 많은 투자를 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다른 보험가입자 소개로 수임

한양대 법대를 나와 2005년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조태욱 변호사는 주로 보험계약자 등 보험소비자 측을 대리해 보험약관의 해석, 설명의무 위반 등이 문제 된 암진단비나 상해보험금 관련 보험분쟁, 교통사고 분쟁 등 보험회사가 관련된 소송을 많이 수행한다. 이번 소송도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던 다른 의뢰인의 소개로 알게 되어 맡게 되었다고 한다.

2014년 겨울 단행본 《그럴법한 생활법률 특강》을 공저한 조 변호사는 공무원연금공단, 부산대, 고려대 대학원 등에서의 여러 생활법률 강의에서 주로 포인트로 잡아 얘기하는 것이 '사기를 피하는 법'이라며 사기 범죄에 대한 주의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