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 브랜드 통일
로펌의 브랜드 통일
  • 기사출고 2007.02.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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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최대 로펌으로 발돋움한 김&장법률사무소는 창업자인 김영무 변호사와 김 변호사의 대학 동기인 장수길 변호사의 성을 따 이름을 지었다. 창업자 등 주요 파트너 변호사의 성을 따 법률사무소의 이름을 짓는 미국 로펌들의 작명 관행을 따른 결과다.

◇김진원 기자
김&장 이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로펌이었던 '김 · 장 · 리' 나 사실상 두번째 로펌인 '김 · 신 & 유'도 작명 경위는 김&장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른바 네임 파트너들의 성을 가지고 로펌의 이름을 만들었다.

그러나 김&장 다음인 1977년 문을 연 한미합동법률사무소부터는 로펌의 브랜드 론칭에 조그마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국내 · 해외용으로 나눠 두개의 이름을 사용해 온 것이다. 기업법무 · 국제법무를 중시하는 대형 로펌의 경우 외국 고객들을 무시할 수 없어 국내 브랜드 외에 외국 고객을 겨냥한 별도의 해외 브랜드가 필요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은 합병을 통해 법무법인 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한미는 설립당시부터 국내용으론 한미합동법률사무소를, 해외 고객을 위해선 '이&고' 란 영어식 이름을 나란히 내걸었다. 창업자인 이태희 변호사와 이후 한미를 떠난 고 모 파트너 변호사의 성이 영어식 이름 '이&고'가 됐음은 물론이다.

그 다음에 문을 연 법무법인 세종은 영어식 이름이 '신&김'이다. 83년 3월 설립 당시 세종로에 위치한 교보빌딩에 사무실을 둬 세종합동법률사무소로 이름을 지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게 세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김은 신영무 변호사와 김두식 현 대표변호사를 가리킨다.

얼마 안 있어 문을 연 법무법인 태평양도 외국 고객들에겐 '배 · 김 & 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후 국내 · 해외용으로 나눠 로펌마다 2개의 이름을 갖는 관행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영어식 이름은 물론 창업자 등 주요 파트너 변호사의 성을 따 지은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내용 이름엔 사연도 많이 깃들여 있다.

93년 설립된 법무법인 화백의 경우 신라시대 화백의 만장일치제에 의미를 부여해 화백으로 했다가 국제법무가 발달한 법무법인 우방과 합치며 화우로 이름을 바꾸었다는 유명한 얘기가 있다. 단순히 두 법인의 앞글자를 딴 게 아니다. 상금을 내걸고 이름을 공모해 합병 법인의 이름을 정했다. 화우엔 또 '화목한 집안' '화목한 벗'이란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화우 관계자는 전한다. 영어식 이름은 합병 법인의 두 파트너 변호사의 성을 따서 '윤&양'으로 했다가 '김 · 신 & 유'와 또 한번 합친 이후엔 '윤 양 김 신 & 유'란 이름을 사용한다.

송무 전문으로 이름이 높은 법무법인 바른은 순 한글식 이름에다 국내 · 국외를 가리지 않고 '바른(BARUN)'이란 똑같은 이름을 사용해 성공한 케이스로 통한다. '바른'이 뜻하는 의미도 법률사무소가 추구하는 이념과 일맥상통하고 있어 그야말로 안성마춤이라는 게 바른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허전문인 법무법인 다래도 성공한 작명으로 손꼽힌다. '다 올래' '많이 와라'란 뜻에서 받침이 없는 다래로 이름을 지었다는데, 영어식 이름도 파트너 변호사의 성을 따지 않고 그냥 '다래(DARAE)'로 했다. 다래 사람들에 따르면, 부르기 쉽고, 뜻도 가볍지 않은 다래란 이름이 비즈니스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최근들어 일고 있는 로펌의 브랜드 통합 움직임을 얘기하려고 한다. 국내 · 해외로 나뉘어 있는 두개의 법인 이름을 하나로 통일하려고 하는 노력이다.

법무법인 율촌이 먼저 활을 당겼다. '법률가의 마을'이란 뜻의 훌륭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외 고객을 겨냥해 '우 윤 강 정 & 한'이란 기다란 이름을 병행해 온 율촌이 얼마전 국내 · 해외를 가리지 않고 순 한글식인 '법무법인 율촌(Yulchon)' 하나로 브랜드를 통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해외 고객 증가로 국 · 영문 법인명을 구별해 쓰는 게 오히려 고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하나로 통일하게 됐다"는 게 율촌의 설명이지만, 기자는 무엇보다도 율촌의 자신감에 주목하고 싶다. 10여년을 써 오던 법인의 이름을 건드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법무법인 세종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벌써부터 오가고 있다. 세종과 '신&김'을 별개의 로펌으로 혼동하는 사람이 없지 않아 두 브랜드의 통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도 기자는 로펌업계의 이런 노력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비록 브랜드 통일이라는 조그마한 이벤트에 불과할 지 몰라도, 약 반세기의 연륜이 쌓인 국내 로펌업계가 또한번 탄탄한 기반을 다지려는 의미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FTA협상에서 국내 법률시장 개방 일정이 타결될 것이라는 등 뒤숭숭한 요즈음이다. 변호사 수를 늘리는 등 외형적인 성장 못지않게 이름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내부 단도리 또한 경쟁력 강화의 조그마한 포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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