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은 행정소송 대상"
[행정]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은 행정소송 대상"
  • 기사출고 2020.05.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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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권력 행사하는 확인적 행정행위"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은 행정처분에 해당, 이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4월 9일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추가 보험료를 부과받은 냉연, 열연 철강재 판매업체인 C사가 "사업종류 변경결정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두61137)에서 이같이 판시, C사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요수가 C사를 대리했다.

C사는 1992년 1월 시흥시 시흥공단에 있는 철판코일 가공 공장에 관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사업종류를 '도 · 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으로 하여 산재보험관계 성립신고를 하고, 그에 따라 산재보험료율 0.9%를 적용받아 산재보험료를 납부하여 왔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이 2018년 1월 이 사업장의 사업종류를 2014년 1월 1일 기준으로 '도 · 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에서 '각종 금속의 용접 또는 용단을 행하는 사업'으로 변경하고 산재보험료율을 1.9%로 높였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C사에 산재보험료 1억 5300여만원을 추가로 납부하라고 고지하자, C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사업종류 변경결정과 추가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종류변경처분과 산업재해보상보험료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업종류 변경결정 취소청구 부분을 각하하자 C사가 상고했다. C사는 항소심에서 추가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청구 부분의 피고를 근로복지공단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경정하는 내용의 피고경정허가를 신청하여 허가를 받았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업장의 사업종류는 '도  ·  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은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 결정의 절차와 방법, 결정기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거나 하위법령에 명시적으로 위임하지는 않았으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의 사업종류 변경신고에 관한 규정들과 근로복지공단의 사실조사에 관한 규정들은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사업종류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이 결정되어야 함을 전제로 하고 있어, 근로복지공단이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를 결정하는 것은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행정작용"이라고 지적하고,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에 대하여 하는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종류별 산재보험료율은 고용노동부장관이 매년 정하여 고시하므로,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가 구체적으로 결정되면 그에 따라 해당 사업장에 적용할 산재보험료율이 자동적으로 정해진다.

고용노동부장관의 고시에 의하면,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 결정은 그 사업장의 재해발생의 위험성, 경제활동의 동질성, 주된 제품 · 서비스의 내용, 작업공정과 내용,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사업내용 분류, 동종 또는 유사한 다른 사업장에 적용되는 사업종류 등을 확인한 후, 매년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사업종류예시표'를 참고하여 사업세목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1차적으로 사업주의 보험관계 성립신고나 변경신고를 참고하지만, 사업주가 신고를 게을리하거나 그 신고 내용에 의문이 있는 경우에는 산재보험료를 산정하는 행정청인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사실을 조사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따라서 "이러한 사업종류 결정의 주체, 내용과 결정기준을 고려하면,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 결정은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확인적 행정행위'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개별 사업장의 사업종류를 변경하고 산재보험료를 산정하는 판단작용을 하는 행정청은 근로복지공단이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그 자료를 넘겨받아 사업주에 대해서 산재보험료를 납부고지하고 징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의 당부에 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소송행위를 하도록 하기보다는, 그 결정의 행위주체인 근로복지공단으로 하여금 소송당사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그 사업종류 변경결정을 기초로 이루어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각각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은 그 법적 · 사실적 기초를 상실하게 되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직권으로 각각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고, 사업주가 이미 납부한 보험료 중 정당한 액수를 초과하는 금액은 반환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사업주로 하여금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개개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을 다투도록 하는 것보다는, 분쟁의 핵심쟁점인 사업종류 변경결정의 당부에 관해서 그 판단작용을 한 행정청인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다투도록 하는 것이 소송관계를 간명하게 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분쟁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