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김장리를 시작으로, 60년이 넘는 역사가 축적된 한국 로펌업계엔 합병을 통해 단숨에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합병 성공사례가 여럿 회자된다. 법무법인 광장, 세종, 화우가 모두 합병을 통해 때로는 송무 쪽을, 때로는 기업자문 분야를 보강하며 종합로펌으로서의 위상을 한층 굳건히 한 성공한 로펌 합병 사례로 소개된다. 송무가 발달했던 법무법인 화백과 기업법무의 강자였던 법무법인 우방의 합병으로 탄생한 화우는 설립시기로 따져 한국의 사실상 두 번째 로펌이었던 법무법인 김신유와 한 번 더 합병을 성사시킨 두 차례 합병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근 몸집을 불리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도 법무법인 지성과 합쳐 한 동안 지평지성이란 이름을 내거는 등 합병을 통해 단숨에 변호사 120여명의 규모로 뛰어오른 합병 DNA가 몸에 배어있는 로펌이며, 법무법인 내일, 한울, 한빛과 연속해서 합병을 성사시킨 법무법인 한결, 지난해 말 충정 강남분사무소를 흡수합병한 법무법인 클라스에 이르기까지 중견 로펌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웬만한 규모의 로펌에선 한두 차례 합병의 역사를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다.
로펌간 합병에선 구체적인 파트너십의 구성 외에도 합병 로펌의 이름과 변호사들이 함께 근무할 합병 로펌의 사무실 위치 등 의견을 조율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각자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합병 로펌의 이름을 정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의견이며, 합병 로펌의 주사무소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갈려 브랜드만 공유하다가 결국 갈라선 사례도 없지 않다. 합병에 반대하는 일부 이탈자가 나오는 경우도 많아 당초 계획대로 합병의 높은 시너지를 확보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A로펌과 B로펌은, 양측 변호사들 얘기를 종합하면, '상당히 잘 되어 가는 분위기' 속에 합류 변호사의 규모와 사무소 이전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국 로펌 역사에서의 로펌 합병은 앞에서 소개한 여러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 매우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대전제가 있다. 합병을 추진하는 양측 당사자들, 특히 두 로펌의 지휘부가 서로 양보하며 합병 성사 이후의 시너지에 집중해야 '1+1=2' 이상의 발전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A, B 두 로펌의 합병은 코로나 위기가 가시면서 조만간 실명 공개와 함께 후속 뉴스를 내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로펌시장과 의뢰인들 사이에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A로펌과 B로펌의 합병이 대단한 시너지를 잉태한 성공적인 합병으로 성사되길 기대한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