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1년마다 위촉계약 갱신하며 근무한 신용정보사 채권추심원도 근로자"
[노동] "1년마다 위촉계약 갱신하며 근무한 신용정보사 채권추심원도 근로자"
  • 기사출고 2020.05.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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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채권회수액 비례해 받은 수수료는 임금"

신용정보회사와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고정급 대신 본인의 채권회수액에 대한 일정률의 수수료를 받은 채권추심원도 반복된 재위촉으로 업무 계속성이 있고 업무수행에 관하여 회사의 지휘 · 감독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4월 29일 S신용정보회사에서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한 정 모씨가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S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다229120)에서 이같이 판시, 정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조승우 변호사가 정씨를 대리했다. 

정씨는 2008년 12월 S사와 채권추심업무 위촉계약을 체결한 이후 1년마다 위촉계약을 갱신하여 2015년 9월까지 약 6년 9개월 동안 S사의 부천지점에서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뒤 퇴직금 3200여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정씨는 S사로부터 배정받은 채권에 관한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는데, S사는 정씨를 비롯한 채권추심원으로 하여금 매일의 실적과 채권관리 현황을 S사가 제공한 컴퓨터를 통하여 내부전산관리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했다. 정씨는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사무실의 지정된 자리에서 근무하였고, 회사로부터 책상, 컴퓨터, 전화기 등의 사무집기를 제공받았다. 또 S사는 각 지점에 지점장을 두고 지점장 또는 중간책임자인 팀장에 대한 업무연락 공문을 통하여 업무지침 등을 전달하고, 각 지점장에게 내부전산관리 시스템에 채권회수계획을 입력하도록 하였고, 실적이 부진한 채권추심원들에 대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치나 해촉 조치와 같은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실적이 우수한 채권추심원에 대하여는 포상도 실시했다.

S사는 정씨를 비롯한 채권추심원들을 대상으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유의사항, 불법추심 근절에 관한 사항 외에도 채권추심활동에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 및 영업성과 증대를 위한 추심기법 등을 정기 또는 수시로 교육했다. S사는 채권추심원 중 조회교육 불참자와 일정 매출액 미만자를 부진 매출조직으로 선정하여 신규 채권 배정 금지, 보유 채권 임의 회수, 해촉 처리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관리기준을 설정하기도 했다. 정씨는 회사의 승낙 없이는 제3자를 고용하여 채권추심업무를 대행하도록 할 수 없었다. 정씨는 회사로부터 기본급이나 고정급의 정함이 없이 본인의 채권회수액에 대한 일정률의 수수료를 매달 15일 정기적으로 지급받았고, 수수료 외에 자격증 수당, 장기활동 수당, 매출성장 수당 등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대법원은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배정받은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내부전산관리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하고, 각종 업무상 지시, 관리기준 설정, 실적관리 및 교육 등을 함으로써 원고가 수행할 업무 내용을 정하고, 원고의 업무수행에 관하여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약 6년 9개월 동안 계속하여 피고의 채권추심원으로 종사하여 업무의 계속성이 인정되고,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은 수수료와 자격증 수당, 장기활동 수당 등은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채권추심활동을 위한 일부 비용을 스스로 부담한 면이 있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사무집기를 제공하고, 내부전산관리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였으며, 원고로서는 피고가 배정한 채권의 추심과 관련하여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할 수도 없었다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가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에 대하여 피고의 엄격한 제한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이는 잦은 외근이 이루어지는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의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않았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았으며, 피고로부터 받은 수수료 등과 관련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다른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였으나,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들어 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쉽사리 부정할 것은 아니다"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계약관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