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소멸시효 중단 위한 조세채권 확인소송 가능"
[조세] "소멸시효 중단 위한 조세채권 확인소송 가능"
  • 기사출고 2020.03.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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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법인세 331억 체납한 전 레이크사이드 주주사 상대 승소

법인세를 체납한 일본법인이 국내에 재산이 없어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면 국가가 조세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해 조세채권 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재판관)는 3월 2일 국가가 "법인세와 가산금 채권이 존재함을 확인해달라"며 주사무소가 일본에 있는 S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41771)에서 S사의 상고를 기각, "원고의 피고에 대한 가산금 포함 법인세 331억여원과 소장 접수 다음날 부터의 가산금 채권이 존재함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동인이 국가를 1심부터 상고심까지 대리했다. S사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1964년 5월 골프장의 경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주사무소가 일본에 있는 S사는 2006년 10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서울레이크사이드의 주식 3만 2000주를 국내 법인에 양도하고 97억 8000만엔을 지급받았으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신고 · 납부하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중부지방국세청이 용인세무서에 통보, 용인세무서가 2011년 3월 S사에 2006∼2007년 귀속 법인세 223억여원을 부과 · 고지하자 S사가 불복하여 심판청구를 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심판청구 기각에도 불구하고 S사가 법인세와 가산금을 체납하자  정부가 조세채권의 소멸시효을 우려해 2015년 5월 소송을 낸 것이다. 2015년 5월 현재 S사의 가산금 포함 법인세 체납액은 331억여원. S사에 대한 납세고지 당시 시행되던 구 국세기본법 27조 1항은 현행법과 달리 국세의 금액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그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S사는 "재판상 청구는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하여 조세채권의 존재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세기본법 28조 1항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압류의 집행에 착수할 수 없는 경우 등과 같이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없는 상태에 있고, 조세채권자가 그 징수를 위한 조치를 충실히 취하는 등 조세채권의 실현을 태만히 방치하지 않았으며, 소멸시효의 완성 시기가 근접하여 다가오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민법 168조 1호에서 정한 재판상 청구를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로 인정함이 상당하다"며 국가의 손을 들어주자 A사가 상고했다.

대법원도 "위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는 국세징수를 위해 국세징수법에 규정된 특유한 절차들로서 국세기본법이 규정한 특별한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사유이기는 하나, 국세기본법은 민법에 따른 국세징수권 소멸시효 중단사유의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조세채권도 민사상 채권과 비교하여 볼 때 그 성질상 민법에 정한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준용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며 "국세기본법 28조 1항 각 호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를 제한적 · 열거적 규정으로 보아 국세기본법 28조 1항 각 호가 규정한 사유들만이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세는 국가존립의 기초인 재정의 근간으로서, 세법은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과세관청에 부과권이나 우선권 및 자력집행권 등 세액의 납부와 징수를 위한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여 그 공익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다만 납세의무자가 무자력이거나 소재불명이어서 체납처분 등의 자력집행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국세기본법 28조 1항이 규정한 사유들에 의해서는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이 불가능하고 조세채권자가 조세채권의 징수를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충실히 취하여 왔음에도 조세채권이 실현되지 않은 채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용인세무서는 2011년 4월 8일 S사에 법인세와 가산금에 대한 독촉장을 발송하여 4월 11일 S사에 도달하였다. 중부지방국세청은 2014년 6월경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30조 및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 11조에 따라 국세청을 통하여 일본에 이 조세채권에 대한 징수위탁을 요청하였으나, 협약 발효 전의 과세기간에 부과된 조세에 관하여 일본과 상호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징수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 후 중부지방국세청 소속 국세조사관이 2014년 12월경 일본에 있는 S사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S사에 납부최고기한을 2014년 12월 31일로 지정한 납부최고서를 교부하고자 하였으나 S사가 수령을 거부하였고, 중부지방국세청은 2014년 12월 24일 국제등기우편으로 납부최고서를 S사에 발송하였다. 이후 국가가 2015년 5월 조세채권의 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낸 것이다.

대법원은 "외국법인인 피고에게 국내사업장이 없어 과세관청이 법인세법 97조 1항, 60조 1항에 따라 국내원천소득에 관한 법인세 신고 ·  납부의무가 있는 피고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과 · 고지하였는데, 피고의 재산이 외국에는 있으나 국내에는 없어 압류 등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고, 징수위탁을 위한 상호합의 등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그 법인세와 가산금을 징수하지 못하고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하였으므로, 그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이 사건 소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소의 확인의 이익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