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사망 3년 전 유언대용신탁한 재산, 유류분 반환 대상 아니야"
[상속] "사망 3년 전 유언대용신탁한 재산, 유류분 반환 대상 아니야"
  • 기사출고 2020.03.2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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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지원] "유류분 부족 알았다는 증거 없어"

사망하기 3년 전에 은행에 신탁한 재산은 유류분 반환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3부(재판장 김수경 부장판사)는 1월 10일, 2017년 11월 11일 사망한 박 모(여)씨의 며느리와 그 자녀들이, 박씨가 2014년 4월 은행에 신탁한 부동산과 현금 3억원을 박씨의 사망 직후 취득한 박씨의 둘째 딸을 상대로 "유류분 부족액 11억여원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2017가합408489)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유류분 부족분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청파가 원고들을, 피고 측은 법무법인 바른이 대리했다.

1973년 사망한 남편과 사이에 두 딸과 한 명의 아들을 두었던 박씨는, 사망하기 3년 전인 2014년 4월 현금 3억원과 서울 관악구에 있는 단층주택,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부동산 등을 신탁재산으로 하여 A은행과 유언대용신탁인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 신탁계약'을 체결하며 생전수익자를 자신으로, 사후 1차 수익자를 둘째 딸로 정하고, 신탁계약에 따라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A은행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둘째 딸은 박씨의 사망 직후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2018년 4월 나머지 신탁재산인 현금 3억원을 신탁계좌에서 출금했다.

박씨의 사망 전에 사망한 박씨의 아들의 상속인들인 원고들은, "대습상속인으로서 박씨의 상속재산에 대하여 유류분을 주장할 권리가 있는데, 박씨가 생전에 피고에게 부동산 및 현금을 증여하여 11억여원의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했다"며 소송을 냈다. 신탁재산 역시 피고에게 증여된 재산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6다13682)을 인용,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범위에 관한 민법 1113조 1항에서의 '증여재산'이란 상속개시 전에 이미 증여계약이 이행되어 소유권이 수증자에게 이전된 재산을 가리키는 것이고, 아직 증여계약이 이행되지 아니하여 소유권이 피상속인에게 남아 있는 상태로 상속이 개시된 재산은 당연히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이든 제3자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을 구성한다"고 전제하고, "(박씨가 A은행에 신탁한) 신탁재산은 박씨의 사후에 비로소 피고의 소유로 귀속되었으므로, 박씨가 피고에게 이 신탁재산을 생전증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박씨의 사망 당시 이 신탁재산은 수탁인인 A은행에 이전되어 대내외적인 소유권이 수탁자인 A은행에게 있었으므로, 이 신탁재산이 박씨의 적극적 상속재산에 포함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신탁재산의 수탁자로의 이전은 수탁자가 위탁자에게 신탁재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바 없다는 점에서 성질상 무상이전에 해당하고, 민법 1114, 1113조에 의해 유류분 산정의 기초로 산입되는 증여는 본래적 의미의 증여계약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상처분을 포함하는 의미로 폭넓게 해석되므로, 민법 1114조에 해당하는 경우나 상속인을 수탁자로 하는 경우에는 민법 1118조, 1008조에 따라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증여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신탁계약의 수탁자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이 신탁재산이 민법 1114조에 의하여 증여재산에 산입될 수 있는지 보건대, 신탁계약 및 그에 따른 소유권의 이전은 상속이 개시된 2017. 11. 11.보다 1년 전에 이루어졌으며, 수탁자인 A은행이 이 신탁계약으로 인하여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리라는 점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신탁재산은 민법 1114조에 따라 산입될 증여에 해당하지 않아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법 1113조 1항은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이를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1114조는 "증여는 상속개시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1113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액을 산정한다.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전에 한 것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박씨는 사망할 당시 적극재산으로 원고들에 대한 금전채권 1억 1000만원을 보유하고 있었고, 채무는 없었다. 피고는 2014년 4∼6월 박씨로부터 403,340,495원을, 원고들은 1993년부터 2014년 11월까지 15억여원을 증여받았다.

재판부는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상속개시 전 1년간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도 증여재산 전부가 유류분 산정을 위한 기초재산에 포함된다며 이 사건의 경우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을 2,015,635,306원으로 보고, 여기에 원고들의 각각의 유류분 비율을 곱하고, 특별수익액과 순상속액을 빼면 원고들에게 유류분 부족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원고들의 유류분 반환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