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퇴직후 작성 · 제출된 재무제표에 미상각신계약비 과다 계상되었다고 전 CFO에 감봉 요구 위법"
[금융] "퇴직후 작성 · 제출된 재무제표에 미상각신계약비 과다 계상되었다고 전 CFO에 감봉 요구 위법"
  • 기사출고 2020.03.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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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제재시행세칙상 '행위자'로 볼 수 없어"

퇴직 후 작성 · 제출된 재무제표에 미상각신계약비가 과다 계상된 책임을 물어 이미 퇴직한 보험회사 CFO에게 감봉 조치를 요구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1월 16일 한 보험회사에서 재무부문 총괄 전무(CFO)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A씨가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54443)에서 이같이 판시, "보험회사에게 한, 원고에 대한 퇴직자 위법 · 부당사항(감봉 상당) 조치요구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앤장이 A씨를, 금융감독원은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9월과 12월 2차례에 걸쳐 A씨가 근무했던 보험회사에 대하여 '2004년 4월 1일부터 2017년 9월 30일까지의 미상각신계약비 회계처리의 적정성'에 관한 부문검사를 실시한 뒤 2018년 11월 이 보험회사에 '미상각신계약비 상각업무 불철저로 사실과 다른 2011년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작성 · 제출하여 보험업법 118조 1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관련 임직원에 대하여 문책 등 조치를 요구하면서, 전 CFO인 A씨에 대하여 '이 조치요구사유의 행위자'로서 '퇴직자 위법 · 부당사항(감봉 상당)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A씨가 소송을 냈다.

신계약비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까지 투입한 경비를 말하는데, 이에는 모집인 경비, 영업소 인건비, 물건비, 계약조달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보험계약 초기에 신계약비를 지출하는 반면 계약자는 장기간에 걸쳐 보험회사에게 보험료를 납입하므로, 보험회사로서는 보험계약 체결만으로 즉시 신계약비를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보험회계와 관련하여 보험회사는 신계약비를 지출한 경우 이를 당기비용으로 처리하지 아니하고 신계약비 전액을 이연자산(미상각신계약비)으로 계상한 후 보험료 납입기간에 균등하게 상각하고, 만일 보험계약이 실효 또는 해약된 경우 해당 사업연도에 미상각신계약비를 일시에 전액 상각하는데, 이를 미상각신계약비 상각 제도라 한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제재시행세칙)상 '행위자'는 '위법 ∙ 부당한 업무처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자'를 의미하는데, 해당 재무제표가 작성되기 이전에 A씨는 이미 회사를 퇴직하였으므로, A씨가 해당 재무제표의 작성 및 제출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제재시행세칙상 행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2012. 3. 31. 2011 회계연도(2011. 4. 1.부터 2012. 3. 31.까지)에 대한 재무제표가 작성되기 전에 회사를 퇴직하였고, 그 후 회사는 원고가 승인하지 않은 2012년 2월 및 3월의 미상각신계약비를 반영하여 2012. 7. 16. 피고에게 재무제표를 제출하였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이 재무제표상 미상각신계약비 수치를 최종적으로 승인하지 아니하였고, 형식적인 면에서 재무제표의 작성 · 제출에 관여하지 아니하였다(원고로서는 재무제표의 최종 수치를 확인할 수 없었는데, 가정적으로 후임 CFO가 최종 수치 확인 과정에서 미상각신계약비의 미상각에 대하여 알게 되어 이를 수정한 후 재무제표를 작성 · 제출하였을 경우에도 원고를 재무제표의 작성 · 제출의 행위자로 의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A씨가 결산보고서를 결재하는 방법으로 매월 미상각신계약비 수치를 확인했으므로 재무제표의 작성 · 제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매월 결산보고서상 미상각신계약비 수치와 장부 폐쇄 이후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확정되는 미상각신계약비 수치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특히 매월 결산보고서상 미상각신계약비 수치는 원고가 최종적으로 결재함으로써 확정이 되지만, 재무제표상 미상각신계약비 수치는 선임계리사의 검증,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점, 원고가 2011. 4.경부터 2012. 1.경까지의 결산보고서를 각 결재하기는 하였으나, 재무제표상 미상각신계약비 수치를 최종 승인하지는 아니한 점(재무제표상 관련 수치 등을 최종 승인한 사람은 후임 CFO로 보인다)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매월 결산보고서를 결재한 것만으로 재무제표 작성 · 제출을 실질적으로 주도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또 "업무의 성질과 의사결정의 관여 정도를 고려하여 실질적인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자는 위법 · 부당한 업무처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자로서 '행위자'에 해당하는데, A씨가 매월 납입중지 기간 상각되지 않은 미상각신계약비가 포함된 결산보고서를 결재함으로써 2011 회계연도의 회계처리에 관여하는 방법으로 재무제표에 미상각신계약비를 반영되게 하였으므로, 실질적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행위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원고가 결재를 한 결산보고서에는 월별 미상각신계약비의 합계액만이 기재되어 있으므로, 그 결재 과정에서 개별 미상각신계약비의 상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는 점, 더욱이 회사 위임전결 규정에 의하면, 시스템 정확성 모니터링은 선임계리사지원팀장의 업무이고, 시스템 정확성 관리는 선임계리사의 업무인데, 선임계리사지원팀장 및 선임계리사 또한 오랜 시간 변액보험에서의 납입중지 기간 미상각신계약비 상각중지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고, 외부회계감사인도 이를 알지 못하였으며, 회사 또한 차세대시스템 검토, 수정 · 개발 과정에서 위 상각중지를 알게 된 것으로 보았을 때, CFO인 원고가 위 상각중지를 알지 못한 것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도 보이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미상각신계약비 상각 업무의 성질과 원고가 CFO로서 미상각신계약비 상각을 결정함에 있어 관여한 정도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납입중지 기간 미상각신계약비의 상각이 중지된 내용이 포함된 매월 결산보고서를 결재한 것'만으로는 원고를 납입중지 기간 미상각신계약비 상각을 중지하도록 한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보기도 힘들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납입중지 기간 미상각된 미상각신계약비가 반영된 재무제표의 작성 · 제출을 실질적으로 주도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제재시행세칙 52조 1항 1호의 행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퇴직자 위법 · 부당사항 조치요구 처분은 위법하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를 대리한 김앤장 관계자는 "이 사건은 오류가 포함된 재무제표 작성에 대해 누가 행위자로서의 책임을 지는가에 관해 법원이 금융감독원과 다른 입장을 취한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사례"라며 "행위자 책임의 법리뿐만 아니라 미상각신계약비 상각업무에 관한 개별 임직원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치를 취소하는 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