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휴대폰 분실보험금 산정기준은 출고가"
[보험] "휴대폰 분실보험금 산정기준은 출고가"
  • 기사출고 2020.03.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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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SK텔레콤에 한화손보에 승소 확정

휴대폰 분실보험금의 산정기준은 처음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할 때 대리점 등에 지급하는 휴대폰 가격이 아니라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공표한 휴대폰 단말기의 출고가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통사가 고객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출고가보다 낮게 단말기를 판매했다고 하더라도 분실 보상은 출고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최근 SK텔레콤이 "휴대폰 분실보험금 약 130억원을 지급하라"며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다224428, 2016다22443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세종이 1심부터  SK텔레콤을 대리했다. 한화손해보험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양사 간 소송은 휴대폰 출고가 부풀리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원인이 됐다. 공정위는 2012년 7월 SK텔레콤이 위계에 의하여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SK텔레콤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다. SK텔레콤이 휴대전화 단말기의 제조사들과 협의하여 총 120종에 달하는 단말기의 공급가(제조사가 이동통신사에 단말기를 판매하는 가격) 또는 출고가(이동통신사가 대리점에 단말기를 판매하는 가격)를 부풀려 장려금 용도로 사용할 재원을 조성한 다음, 이러한 재원을 사용하여 대리점, 판매점, 양판점 등 단말기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유통망에 장려금을 지급하였고, 유통망은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SK텔레콤의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 장려금 중 일부를 보조금의 형식으로 소비자에게 지급하였는 바, SK텔레콤이 이러한 방법으로 소비자로 하여금 고가의 단말기를 할인받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으로 오인하게끔 하여 자신의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인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한화손보가 SK텔레콤이 부풀려진 출고가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허위 · 과대 청구했다며 2012년 10월 휴대폰 분실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SK텔레콤이 약 130억원의 보험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한화손보는 공정위 의결에서 출고가 중 부풀려진 금액의 비율을 39.06%로 보았다며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39.06% 상당액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한화손보가 지급해야 하는 미지급 보험금채권과 상계처리하고, 부당이득 반환으로 685억원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2009년 11월 SK텔레콤의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하였을 때 신규 단말기 구매비용을 지원하여 주는 '폰세이프'라는 이름의 부가서비스 상품을 도입하고, 한화손보와 단말기분실보험계약 및 관련 업무약정을 체결해 폰세이프 부가서비스를 보험과 연계하여 운영해왔다.

재판에선 한화손보가 SK텔레콤에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출고가'의 구체적인 의미를 놓고 원, 피고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소비자가 특정 이동통신회사의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면서 당해 이동통신회사의 대리점을 통해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하는 경우 이외의 경우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하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가격, 즉 제조사와 이동통신회사가 '출고가'라는 이름으로 공표한 가격이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자 피고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보험계약은 원고의 폰세이프 부가서비스 가입 고객을 피보험자로 하는 것으로 그 부가서비스와 연계되는 것이고, 폰세이프 부가서비스는 고객이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휴대전화 단말기를 대신하여 새로운 단말기를 구입할 때 그 구매대금 중 일부를 대리점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금전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각 보험계약과 함께 체결된 업무약정에 의하면, 보험계약과 업무약정 사이에 상충되는 내용이 있을 경우 업무약정이 우선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한편 피고가 피보험자인 고객이 아니라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과 그 산정기준만 정하고 있을 뿐, 원고가 단말기를 구매하여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거나 피고가 원고의 단말기 구매비용을 원고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보험계약의 보상내용은 원고가 피보험자인 고객에게 단말기를 새로 구입하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급하고 피고로부터 피보험자인 고객을 대신하여 고객이 지급받아야 할 보험금을 지급받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보험계약은 원고가 피보험자인 고객에게, 고객이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단말기와 동일한 단말기를 새로 구매하여 이를 현물로 고객에게 교부하고 그에 소요된 비용을 피고로부터 보험금으로 보상받는 내용이라는 피고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단말기에 대하여는 2가지의 소매가격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소비자가 특정 이동통신회사의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하면서 단말기를 구입하는 경우 지급해야 하는 가격이고, 또다른 하나는 소비자가 그 외에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 경우 지급해야 하는 가격, 즉 제조회사와 이동통신회사가 '출고가'라는 이름으로 공표한 가격"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원고의 폰세이프 부가서비스 가입 고객을 피보험자로 하여 고객이 단말기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했을 경우 당해 고객에게 단말기를 새로 구입하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계약이므로, 이와 같이 기존 고객이 단말기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하여 새로 단말기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신규 가입 고객이 단말기를 구입하는 경우의 혜택이 부여되지 않아 위 '출고가'로 공표한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피고가 지급할 보험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출고가'란 소비자를 비롯한 시장에 '출고가'라는 이름으로 공개되는 가격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나아가 폰세이프 부가서비스가 폰세이프 1.0부터 폰세이프 4.0까지 변경되는 동안 관련 보험약관의 영문 용어가 달라졌음에도 국문 번역문에서는 모두 '출고가'라는 용어로 번역하여 사용해왔고, 보험계약 약관보다 우선 적용되는 업무약정에서도 일관되게 '출고가'라는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보험금 정산 기준이 달라지지도 않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폰세이프 1.0, 2.0의 경우와 폰세이프 3.0, 4.0의 경우 '출고가'의 의미를 달리 해석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보험가액이란 피보험이익을 금전적으로 평가한 가액으로, (원고와 피고가 맺은) 보험계약의 피보험이익은 결국 피보험자인 고객이 단말기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하였을 경우 이를 새로 구입하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 상당액을 의미하고, 이는 '출고가' 상당액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을 대리해 승소 확정 판결을 이끌어낸 법무법인 세종의 김경호 변호사는 "휴대폰 분실보험의 본질 및 운용 경과, 휴대폰 단말기 '출고가'의 의미 등에 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