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중 · 일 민상법통일연구회' 초대 총괄회장된 이영준 변호사
'한 · 중 · 일 민상법통일연구회' 초대 총괄회장된 이영준 변호사
  • 기사출고 2004.07.0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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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거래 표준일반약관과 표준계약서부터 만들 계획"
"무엇보다도 먼저 한 · 중 · 일 무역거래의 표준일반약관과 표준계약서를 만드는 작업부터 착수할 계획입니다. 또 분쟁을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정기구의 창설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영준 변호사
최근 중국 상해에서 발족된 '한 · 중 · 일 민상법통일연구회'의 한국측 회장겸 초대 총괄회장으로 선출된 법전합동법률사무소의 이영준 변호사는 "현재 한 · 중 · 일 사이의 거래에 관한 분쟁은 어느 나라 법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라는 섭외사법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어디서 재판을 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교역의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문제점부터 지적하고 나섰다.

오래전부터 동아시아 거래법의 통일 작업에 관심을 가져 왔다는 이 변호사는 중국과 일본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이번에 '한 · 중 · 일 민상법통일연구회'가 탄생하게 된 사연만 들어 보아도 동아시아 법학계에서 그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6월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중국 상해에서 열린 '중 ·일민상법연구회' 제3회 대회에 초청을 받아 참석했는데, 한국도 들어 오라고 자꾸 제의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추가로 연구회에 들어가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아 일단 후의에 감사하다고 하고 답변을 보류했는데, 다음날 중, 일의 교수들이 호텔로 찾아와 또다시 진지하게 제의를 하길래 그렇다면 '한 · 중 · 일 민상법통일연구회'를 새로 구성하자고 해 빛을 보게 된 것이지요."

이 변호사는 이어 "지난해 가을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민사법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중, 일의 학자들도 초청을 받아 참석했었는데, 여기서 내가 동아시아 거래법의 통일에 대해 이미 제안한 적이 있고, "올 1월 일본 와세다대에서 개최된 '한 · 중 · 일 민상법연구 학술회의'에서도 이를 다시한번 강력하게 주장했었다"며 "우리측 제의를 이번에 중, 일의 학자들이 받아들여 결실을 보게 되었다고 보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가 연초에 국제매매통일법 조약에 가입하고, 중국이 1999년 국제매매통일법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채권법에 해당하는 '합동법'을 만드는 등 이미 각국의 거래법의 내용이 접근하고 있는 점도 한 · 중 · 일의 민상법 통일연구 작업의 전망을 더욱 고무적으로 해준다. 얼마전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민법 개정안에도 국제매매통일법의 내용이 많이 반영됐음은 물론이다.

이 변호사는 "중국의 합동법 제정은 세기적인 작품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며 "성(省)마다 달랐던 법이 통일된 게 처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상해 일대엔 저당권이 특히 잘 발달돼 있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법이란 원래 역내에서의 통일 등 블록화 과정을 거쳐 발달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민법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 이변호사는 "한 · 중 · 일의 민상법통일 작업을 추진하면서 북한법에 대한 고려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북한 민법은 이념적으로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독일의 판덱텐시스템에 속하고, 우리 민법 등과의 공통분모도 꽤 된다고 한다.

오는 10월 북경에서 첫 학술회의를 가질 예정인 '한 · 중 · 일 민상법통일연구회'의

중국측 회장은 중국 합동법을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관여한 양혜성(梁慧星) 중국사회과학원 교수가, 일본측 회장은 타야먀 테루아끼(田山 輝明) 와세다대 부총장이 추대되었다.

또 간사로는 중국의 취 타오(渠 濤)중국사회과학원 교수, 오우미 코우지(近江 幸治)와세다대 교수와 양창수 서울대 법대 교수가 위촉됐는데, '한 · 중 · 일 민상법통일연구회'엔 각 나라에서 100명씩 약 300명의 법학자와 법률실무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의정부 지원장을 끝으로 변호사가 된 이 회장은 1969년 독일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국대 교수와 한국민사법학회 회장, 한독법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민법 개정작업에선 법무부 특별심의위원회 소위원장으로 활약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