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로펌 태평양이 다시 종로로 간 까닭은?
메이저 로펌 태평양이 다시 종로로 간 까닭은?
  • 기사출고 2020.03.0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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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서울 서소문에서 테헤란로로 이전하며 로펌 강남시대를 열었던 법무법인 태평양이 다시 강북의 종로로 유턴하며 한국 로펌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광화문-종로 일대는 특히 김앤장, 광장, 세종 등이 이미 둥지를 틀고 있는 한국의 로펌 역사가 시작된 중심지여서 태평양의 종로 이전에 한층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변호사 등 전문가 약 650명과 스태프 등 총 1300여명으로 구성된 태평양은 그동안 테헤란로를 따라 3개의 사무실을 나눠 써왔으나, 건물 리모델링 등 이전수요가 발생, 사무실 이전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센트로폴리스 15개층 사용

그런데 새로 이전하는 장소가 왜 종로일까. 태평양은 3월 16일 종각역 종로타워 바로 옆에 위치한 센트로폴리스 B동으로 옮겨 28개층 중 15개층을 사용하게 된다. 3개의 빌딩에 분산되어 업무를 수행하던 구성원들이 모두 센트로폴리스 하나의 빌딩으로 합치게 되며, 특허법인 태평양도 태평양 본사가 위치할 센트로폴리스 인근으로 옮겨 시너지를 도모하게 된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3월 16일 이전할 예정인 종로의 센트로폴리스. 태평양은 강남으로 사무소를 옮긴 지 22년 만에 다시 메이저 로펌들이 몰려 있는 강북의 광화문-종로로 본사를 이전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3월 16일 이전할 예정인 종로의 센트로폴리스. 태평양은 강남으로 사무소를 옮긴 지 22년 만에 다시 메이저 로펌들이 몰려 있는 강북의 광화문-종로로 본사를 이전한다.

이와 관련, 태평양의 한 관계자는 "태평양의 종로 이전엔 단순한 거점 이전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한국의 로펌 역사가 시작된 광화문-종로로 옮겨 종로를 한국의 로펌타운으로, 아시아 법률서비스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태평양은 한국 로펌 최초로 개설한 북경과 두바이의 해외사무소를 비롯해 상해, 홍콩, 베트남의 하노이와 호치민시티, 미얀마의 양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등 모두 8개의 해외사무소 또는 현지데스크를 운영하는 글로벌 전략의 주인공으로, 앞으로 종로 본사가 이들 해외사무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태평양의 다른 관계자는 또 "종각은 인근에 대기업, 금융기관, 외국계 기업 등이 다수 위치한, 서울시청-광화문-종각을 잇는 업무 트라이앵글 지역"이라고 소개하고, "종로 이전엔 고객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자는 의미도 들어있다"고 덧붙였다. 센트로폴리스만 해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물론 넷플릭스, 맥쿼리, 칼라일, 도이치뱅크 등 유수의 해외기업이 다수 입주, 프리미엄급 오피스빌딩의 명성을 자랑한다.

서초동에 별도 업무공간 마련

태평양은 그 대신 서초동의 법원 인근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소송 등 법원과 검찰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한층 확대될 판교 분사무소와 함께 강남 지역 고객에 대한 밀착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종로 본사를 중심으로 판교 분사무소와 서초동 업무공간을 연결하는 3각 구도로 강북과 강남, 판교에 위치한 국내외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전방위로 커버하겠다는 것이 종로에서 또 한 번 도약을 꿈꾸는 태평양 사람들의 계획이다.

서소문에서 18년, 강남에서의 22년을 포함해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는 태평양은 그동안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며 매출 기준 2위의 국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세계 200대 로펌 중 한 곳이며, 국내변호사 1인당 매출도 김앤장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 태평양이 종로에서 구상하는 비상(飛上)의 방향, 목표는 무엇일까. 태평양은 해외사무소 개설, 업무팀의 신설 등 로펌경영에서 개척정신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온 주인공이다. 이번 종로 이전에 물리적 변화를 뛰어넘는 어떤 모멘텀이 들어있을지 국내외 로펌들이 비상한 관심 속에 지켜보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