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자율주행 안전기준의 도입과 시사점
[리걸타임즈 칼럼] 자율주행 안전기준의 도입과 시사점
  • 기사출고 2020.03.0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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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로 순차적 도입…UN 국제기준 많이 반영

국토교통부는 2019. 12. 31. 자율주행과 관련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기준')을 개정하여 공포하였다(국토교통부령 제684호). Level 2 자율주행 관련 개정사항은 2020. 1. 1.부터, Level 3 자율주행 관련 개정사항은 2020. 7. 1.부터 시행된다. 다만, 2019. 12. 31. 당시 제작, 조립 또는 수입되고 있는 형식의 자동차에 대해서는 2021. 12. 31.까지 종전의 규정에 따라 Level 2 자율주행장치(운전자지원첨단조향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

◇김재화 변리사(좌), 안준규 변호사
◇김재화 변리사(좌), 안준규 변호사

1. 주요 개정 내용

(1)자율주행시스템의 정의 도입

"자율주행시스템"에 대한 정의를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주변 상황과 도로 정보 등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여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자동화 장비, 소프트웨어 및 이와 관련한 일체의 장치"로 규정하였다(제2조 제64호). 그리고 그 종류를 미국자동차공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ing, 'SAE') 분류기준 Level 3 내지 5에 맞춰 세분화하였다(제111조).

(2)운행가능영역의 지정

제작자는 자율주행시스템이 정상적이고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운행가능영역을 지정하여야 한다. Level 3 및 4 자율주행시스템은 지정된 조건 하에서만 작동되어야 하므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영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운행가능영역에는 주행 환경, 시스템 작동한계 및 기타 안전운행조건이 포함되어야 한다(제111조의 2). 이는 SAE J3018의 Operational Design Domain(ODD) 요건과 유사하다. 입법예고에서는 운행가능영역의 명시 및 구매자에 대한 고지의무까지 포함되었으나, 제작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 우려로 인해 실제 공포된 안전기준에서는 명시 및 고지의무가 제외되었다.

(3)Level 2 자율주행 안전기준 정비

기존에는 10km/h 이하 속도제한이 있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인해 속도제한 없이 Level 2 차로유지기능 및 차로변경기능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운전자가 일정 시간 이상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있으면 시각 및 청각 경고신호를 발생시켜야 하며, 그래도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으면 해당 기능을 정지시켜야 한다(별표 6의2 제10호). 이는 국제기준과 조화된 규정으로서 UN Regulation No. 79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4)Level 3 자율주행 안전기준 도입

Level 3 차로유지기능의 성능기준, 시스템 고장에 대한 안전기준, 운전자모니터링시스템의 성능기준을 마련함으로써, Level 3 자율주행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가 갖추어야 할 성능 규정이 제시되었다(제111조의3 및 별표 27). 이는 UN 자동차실무위원회(UN/ECE/WP.29)의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자동차 전문가 그룹(GRVA)에서 논의 중인 사항을 선반영한 것이다.

2. 시사점과 전망

(1)제작자의 부담 가중 우려

Level 2 차로유지기능을 예로 들면, 기존에는 작동 중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을 때 경고신호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안전기준 위반은 아니었고, 사안에 따라 자동차관리법 제31조제1항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리콜 대상이 될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에 따라 2020. 1. 1. 이후 제작, 조립 또는 수입되는 새로운 형식의 자동차는 Level 2 차로유지기능 작동 시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뗀 시점부터 늦어도 15초 이내에 다시 핸들을 잡지 않을 경우 시각경고신호를 표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안전기준 부적합이 된다(제89조 제2항, 별표 6의2 제10호 가목2)나)(5)).

형사처벌까지 가능

그 결과, 해당 제작자는 리콜뿐만 아니라 판매중지, 과징금부과 및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자동차관리법 제30조의3 제1항, 제31조 제1항, 제74조 제2항 제1호, 제81조 제9호). 즉, 자율주행 안전기준의 도입은 자율주행차를 설계 · 제작하는 제작자에게 규제적 불확실성 해소를 넘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2)혼란 가능성 예상

Level 2 자율주행 안전기준(별표 6의2 제10호)이 정비되면서 자동명령조향기능(ACSF) 등에 대한 세부기준이 마련되었지만 적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방법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Level 3 자율주행 또한 마찬가지로 안전기준(별표 27)은 마련되었으나 확인 시험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Level 3 자율주행기능 중 하나인 "자동차로유지기능"의 경우 별표 27에서 정의 및 안전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별표 6의2 제1호의 "자율조향장치" 또는 제10호의 "범주 B 자동명령조향기능"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자율주행시스템의 운행가능영역에 대해서는 사실상 안전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고려하도록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운행가능영역이 적절하게 지정되었는지 판단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3)우회장치 장착 방지 규정 도입 필요

현재 시중에는 "차로유지보조(LKAS) 유지모듈" 또는 "Autopilot Helper"라고 명칭되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는 Level 2 차로유지기능 작동 중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뗄 경우 발생하는 경고 및 시스템 자동해제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는 장치('우회장치')이다.

이러한 장치를 부착하면 운전자는 해당 기능을 켜둔 상태에서 운전 중 다른 일을 하거나 심지어 수면을 취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운행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우회장치를 쉽게 장착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설계, 제작해야 할 의무, 우회장치를 장착하지 못하도록 운전자에게 고지할 의무, 우회장치의 판매 · 장착에 대한 금지 및 단속 규정도 도입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Take-over와 HMI 중요

Level 3 자율주행차는 자율주행 중 필요시 운전자가 즉시 운전에 개입해야 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운전자-자동차간 제어권 전환(Take-over)과 운전자-자동차간 상호작용(Human Machine Interface, 'HMI')은 운전자가 적시에 운전에 개입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핵심 요소이며, Level 3 자율주행에 있어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신설된 안전기준 별표 27을 살펴보면, Take-over 또는 HMI와 관련된 기준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요시 즉시 운전에 개입해야

사고 시 법적 이슈도 주로 Take-over 또는 HMI 영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전환해야 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였는지 여부, 시스템이 운전자의 운전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제어권을 전환하였는지 여부, 운전자가 단시간에 운전 전환 요구를 인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경고를 발생시켰는지 여부, 운전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긴급한 상황에서 시스템이 다시 제어권을 이양받아 감속 및 비상조향을 적절히 작동시켰는지 등이 책임 소재를 정하기 위한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5)UN 국제기준과 조화

Level 2 자율주행 안전기준(별표 6의 2 제10호)에 대한 시험방법은 UN Regulation No. 79 Annex 8에 규정된 시험 규정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으로 향후 안전기준 시행세칙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Level 3 자율주행 안전기준(별표 27)이 UN에서 논의중인 내용을 선반영한 것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시험방법 또한 UN 국제기준과 조화되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UN 자동차실무위원회(UN/ECE/WP.29)의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 자동차 전문가그룹(GRVA)에서 논의 중인 안전기준 및 시험방법 초안은 UN/ECE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작자 등이 이를 미리 참고하면 미래에 제정될 안전기준에 맞춰 자율주행기술의 연구개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세부 기술 중 어떤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지식재산권을 취득해야 할지 결정함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재화 변리사 · 안준규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jhwa.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