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도로 개설 위해 토지 협의취득 후 5년내 착공 안 하고도 환매권 미통지…손해배상하라"
[행정] "도로 개설 위해 토지 협의취득 후 5년내 착공 안 하고도 환매권 미통지…손해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0.01.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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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실시설계용역계약 체결만으론 부족"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개설을 위해 땅을 협의취득해 놓고도 5년내 공사에 착수하지 않아 토지 소유자들에게 환매권이 발생했음에도 이같은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가 손해배상을 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9부(재판장 견종철 부장판사)는 12월 18일 제주도에 토지를 넘겼던 A씨 등 6명이 "환매권 발생을 통지하지 않아 환매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주도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9나2029196)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제주도는 원고들에게 1인당 1200여만원에서 1억 300여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제주도 서귀포시는 2007년 4월 도로 개설사업에 관한 2개의 사업 실시계획 등을 인가 · 고시하고 2007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A씨 등 6명이 서귀포시에 소유하고 있는 밭과 과수원 등 29필지를 협의취득했으나 각각의 토지 취득일로부터 5년이 지난 2014년 4월과 2015년 7월에야 공사에 착공, A씨 등이 "제주도가 토지를 취득한 날부터 5년 동안 취득한 토지 전부를 공익사업에 전혀 이용하지 않아 환매권이 발생했으나 그 사실을 통지하거나 공고하지 않아 1년의 환매권 행사기간이 도과하여 환매권을 상실했다"며 소송을 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91조 2항은 "취득일부터 5년 이내에 취득한 토지의 전부를 해당 사업에 이용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취득일 당시의 토지소유자 또는 그 포괄승계인은 취득일로부터 6년 이내에 그 토지에 대하여 받은 보상금에 상당하는 금액을 사업시행자에게 지급하고 그 토지를 환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각 토지를 협의취득한 후 실제 공익사업을 위한 공사에 착공하기 전까지 공익사업에 편입된 다른 토지의 소유자들과 보상협의 절차를 거치거나 실시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각 공익사업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토지보상법 91조 2항에서 말하는 '이용'이란 해당 공익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진행되는 여러 단계의 절차 중 적어도 실제 공사에 착공하기 위한 조사측량이나 준비공사 단계에 돌입하는 등 편입대상 토지 그 자체를 현실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의미하므로, 이에 이르지 않고 단지 토지 소유자들과 보상협의를 진행하거나 공사 관련 업체와 실시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토지 자체를 해당 공익사업에 이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피고는 2007. 7. 4부터 2010. 6. 24까지 토지를 협의취득한 후 그 취득일부터 5년 이내에 공익사업을 위하여 취득한 토지의 전부를 이용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은 토지보상법 91조 2항에 따라 각 토지에 관하여 환매권을 취득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토지보상법 92조 1항에 따라 도로 개설사업의 시행자로서 토지의 소유자인 원고들에게 환매권 발생 사실에 관하여 통지나 공고를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고, 피고는 토지보상법의 환매권 관련 규정을 숙지할 의무가 있고 각 토지의 이용 상황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위와 같은 통지나 공고를 하지 아니한 데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라며 "그 결과 원고들은 환매권 행사기간의 도과로 해당 대상토지의 환매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토지를 협의취득하며 원고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에 지가상승률을 곱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