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학폭대책위 학부모위원 선출에 하자 있으면 처분도 위법"
[행정] "학폭대책위 학부모위원 선출에 하자 있으면 처분도 위법"
  • 기사출고 2020.01.19 11: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지법] "학부모 총회 선출절차 생략하면 안 돼"

학교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의결을 거쳐 학생에게 학교폭력 조치 처분을 내렸더라도 학부모대표의 선출 등 학폭대책위 구성에 하자가 있다면 처분도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행정2부(재판장 장래아 부장판사)는 1월 16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인 A가 "학교폭력 조치 처분을 취소하라"며 이 초등학교의 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23700)에서 이같이 판시, "학교폭력 조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는, 대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6학년 1반에 재학 중이던 2019년 7월, 학교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대책위)를 개최하여 '2019년 4월 4~5일 카카오톡 대화에서 A가 (같은 반에 재학 중이던) B를 일방적으로 추궁하여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숙소에서 B에게 손가락 욕을 했으며, 휴게소 화장실에서 대기줄을 설 때 B의 등을 휴대폰으로 치고, 급식을 먹기 전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 B에게 2~3번 물을 튀긴 사실이 있다'며 A에게 피해학생 및 신고 · 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5시간, 특별교육 이수 4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4시간을 명하는 학교폭력 조치 처분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A는 "학폭대책위 학부모위원들이 학교폭력예방법에 규정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위촉되지 아니하여 학폭대책위의 구성이 위법하므로, 위법한 학폭대책위의 의결에 기초하여 학교폭력 조치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2018년 3월 23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전체 학부모들에게 학폭대책위 학부모위원 선출을 안내하면서, 학부모위원으로 활동할 의항이 있는 학부모는 3월 26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해 달라고 공지했다. 모집인원은 6명이며, 신청자가 초과할 경우 학부모 총회에서 전체 선거로 선출한다고 가정통신문에 안내되어 있었다. 이에 6명의 학부모가 학폭대책위 학부모위원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3월 28일 열린 학교 '소통 ‧ 공감의 날' 행사에서 이 학부모들이 학폭대책위 학부모위원으로 선출됐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령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요청 내용에 따르도록 정하면서 위와 같이 학폭대책위의 구성원과 그 구성절차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이유는, 청소년이 평화로운 교육환경에서 자신의 개성과 취향이 억압되지 않음과 동시에 상대방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교육을 받아 건강하고 행복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을 예방하되, 사회생활에서는 구성원 상호 간의 다툼이 발생하는 일을 피할 수 없는데 청소년은 아직 법질서에 따른 분쟁 해결에 익숙하지 않고 성장하는 교육과정에 있으므로 설령 법령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에 대한 조치는 학교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절차와 내용으로 관련 학생들의 바람직한 성장에 기여하는 교육적 방향으로 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학교폭력예방법령의 취지 및 학교폭력에 대한 조치가 해당 학생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 때, 학교폭력에 관한 조치요청권을 갖는 학폭대책위 구성에서 민주적 정당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구성된 학폭대책위에서 한 결의에 따라 이루어진 학교폭력예방법상의 조치는 위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고, 학폭대책위가 학교폭력예방법 13조 1항에 따라 적법하게 구성되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폭력예방법령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학폭대책위 학부모위원의 선출 절차는 학교폭력예방법 13조 1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입후보자의 수와 선출해야 할 위원의 수가 같다는 사정을 들어 학부모전체회의에서의 선출 절차를 생략하거나 그 외의 방법으로 위 선출 절차를 갈음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소통 ‧ 공감의 날' 행사 당시 개최된 학부모전체회의에서 학폭대책위 학부모위원이 직접 선출되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는 학부모전체회의의 개최 여부나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에 관한 일정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그 밖에 학교 홈페이지나 다른 가정통신문에도 자치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과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없으며, ▲학부모위원 후보자들의 소견 발표 여부,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 여부, 선출에 찬성한 학부모들의 수 등을 확인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다며 "피고의 주장과 같이 '소통 ‧ 공감의 날' 행사 당시 '학부모전체회의’가 개최되어 학폭대책위 학부모위원들이 '직접 선출'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따라서 "학폭대책위를 구성하는 학부모위원들이 학교폭력예방법 13조 1항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법하게 위촉되었다고 볼 수 없어 위 학폭대책위의 구성이 위법한 이상, 위 학폭대책위의 의결에 따라 이루어진 학교폭력 조치 처분 역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