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쇠꼬챙이로 입 감전' 개 도살 유죄
[형사] '쇠꼬챙이로 입 감전' 개 도살 유죄
  • 기사출고 2020.01.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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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 해당"

동물보호법 8조 1항 1호는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된다.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어 감전시키는 이른바 '전살법(電殺法)'으로 개를 도살한 경우 처벌될까? '잔인한 방법'이냐 아니냐가 쟁점인데, 최근 서울고법이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12월 19일 전기 쇠꼬챙이로 개를 도살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개 농장주 이 모씨에 대한 파기환송심(2018노2595)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선고했다.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유죄판결의 일종이다.  

김포시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는 이씨는 2011년경부터 2016년 7월경까지 개 농장에 있는 도축시설에서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어 감전시키는 전살법 등으로 연간 30두 상당의 개를 도살한 혐의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전살법으로 도살한 경우 동물보호법 8조 1항 1호의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사가 상고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다시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먼저 "잔인한 방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도살방법의 허용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및 그에 따라 해당 도살방법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 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며 "특정 도살방법이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되는 도구, 행위 형태 및 그로 인한 사체의 외관 등을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도살방법 자체가 사회통념상 객관적, 규범적으로 잔인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인이 전살기에 사용한 전압은 380V였고, 개를 감전시켜 개가 쓰러진 후 방혈(放血)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도살에 있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의식을 잃게 하는 조치가 요구되고, 미국수의학협회의 지침에서는 전기 안락사 방식으로 ①머리에의 단일 전기 충격, ②머리에서 몸통으로의 단일 전기 충격, ③머리 및 몸통에 대한 두 차례의 전기 충격 방식 등 3가지 방법을 정하고 있으나 피고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동물이 감전에 의하여 죽음에 이르는 경우, 고통을 수반한 격렬한 근육경련과 화상, 세포괴사, 근육마비, 심실 세동 등의 과정을 거쳐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른바 전살법에 의해 동물을 도축할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동물을 즉각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조치, 즉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피고인은 전살법으로 개를 도살하는 과정에서, 미국수의학협회 지침에서 정한 전기 안락사 방식의 3가지 방법 등 인도적 도살 방법에 의하지 않았음은 물론, 즉각적 무의식 상태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개의 뇌에 전류를 집중하여 감전시키는 점에 대해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개를 도살한 방식은 완전하게 기절 상태에 이르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그에 이은 방혈 조치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개를 도살한 방법이 개에게 가하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더라도, 피고인이 사용한 도구, 개를 도살한 행위 행태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동물보호법 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다"고 판시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6조에 따라 제정된 동물도축세부규정에서는 돼지, 닭, 오리에 대하여 전살법은 기절 방법으로만 허용하고, 도살 방법으로는 완전하게 기절한 상태의 동물에 대해 방혈을 시행하여 방혈 중에 죽음에 이르도록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개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세부 규정이 없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개가 완전하게 기절한 다음 방혈을 시행하여 동물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와 변호인은 "동물보호법 8조 1항 1호와 이에 대한 처벌규정에서 정하는 '잔인한 방법' 등의 규정은, '동물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고통을 발생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만을 처벌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학대의 범의가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죄형법정주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 · 무효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애당초 돼지 사육에 종사하였는데, 구제역 발생 등으로 인해 더 이상 돼지를 사육할 수 없게 되자 이를 포기한 후,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 농장주로부터 개 사육 및 도축방법을 습득한 다음 영업적 도살행위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채택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