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변호사시험 석차도 공개하라"
[행정] "변호사시험 석차도 공개하라"
  • 기사출고 2020.01.14 19: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경쟁 투명성 · 공정성 제고 필요도 있어"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성적 공개에 이어 이번엔 석차도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1월 9일 8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정건희 변호사가 "변호사시험 석차를 공개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64198)에서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부는 14일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그해 1월에 치러진 제8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정 변호사는 2019년 4월 법무부에 자신의 석차를 공개하라고 신청했으나, '이 정보의 공개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와 변호사에게 필요한 직업윤리와 법률지식 등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자격시험인 변호사시험 제도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과도한 득점 경쟁으로 다른 교육이 황폐화 되거나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가 재현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어 변호사시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성적과 달리 석차는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상대적 성취도를 부각하기 때문에 변호사시험 석차의 공개로, 변호사시험 응시자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석차를 달성하여 법조 직역의 진출이나 기타 취업 등에서 유리한 자료로 사용하기 위하여 변호사시험 준비에 치중하는 현상이 심화되거나, 법학전문대학원 사이에서 수석 합격자 등 상위 석차의 합격생을 배출하기 위해 과다한 경쟁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의 특성화 교육이 형해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와 같은 우려만으로는 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변호사시험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가사 위와 같은 우려가 일부 현실화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학전문대학원 내의 충실한 교과과정의 운영 및 엄정한 학사관리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이미 변호사시험법 18조 1항에 의하여 변호사시험의 성적이 공개되고 있고, 변호사시험의 석차는 성적에 의하여 산출되는 부수적인 정보"라며 "헌법재판소가 2015. 6. 25. 변호사시험 성적을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였던 종전 변호사법 조항에 관해 위헌결정(2011헌마769 등 결정)을 함에 따라 변호사시험의 성적이 공개된 후 이로 인하여 변호사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취득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 변호사시험의 성적에 따른 서열화,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특성화 교육의 형해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고 밝혔다. 또 "오히려 위와 같은 문제점들은 본질적으로 변호사시험의 낮은 합격률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즉,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생들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체계적인 교과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하기보다는 점점 변호사시험의 합격을 위한 시험준비에 몰두하게 되었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하여 변호사시험에 도움이 되거나,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수업 부담이 크지 않아 변호사시험 준비와 병행이 수월한 과목 위주로 수업을 듣는 경향이 있으며, 일부는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한 사설학원의 강의를 수강하는 등 법학전문대학원 외부의 교육에 의존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기 때문에 이 정보의 공개가 변호사시험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변호사시험법은 '피고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여 시험의 합격자를 결정하여야 하고(10조 1항), 선택형 필기시험과 논술형 필기시험 점수를 일정한 비율로 환산하여 합산한 총득점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되, 각 과목 중 어느 하나라도 합격 최저점수 이상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에는 불합격으로 한다(10조 2항)'고 규정할 뿐,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더욱이 피고는 변호사시험의 합격자를 정함에 있어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뿐만 아니라, 기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및 합격률, 법조인 수급상황 등을 고려하여 합격점수를 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변호사시험을 순수한 자격시험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시험이 의사국가시험 등과 같이 실질적으로 자격시험으로 운용된다면 합격자 석차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고, 그 정보공개에 관한 욕구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변호사시험의 실질이 자격시험이 아님에도 합격자 석차를 비공개함으로써 자격시험적 요소를 갖추고자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변호사시험 외에는 모든 법학전문대학원에 공통된 객관적 평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변호사시험의 석차는 변호사시험의 성적과 함께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학업 성과를 측정 · 반영한 것으로서, 각종 법조 직역의 진출이나 기타 취업에서 객관적인 평가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학업 성취도를 변호사시험을 통하여 평가받고,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물론 법학전문대학원 간에도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은 실력을 갖춘 전문 법조인의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현재 변호사시험의 성적이 공개되고 있으나,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법무법인 또는 법률사무소의 채용현황이나,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취업 등에 더 유리한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법학적성시험에 응시하는 사례 등을 보면, 여전히 법학전문대학원 사이에 이른바 명문대와 비명문대, 수도권대와 지방대라는 편견에 따라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평가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변호사시험 석차를 공개함으로써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법조 직역 등에 진출하는 데 경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여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변호사시험에서 얻은 성과인 석차 정보에 대해 알권리가 있고, 석차 정보를 법조 직역으로 진출하거나 그밖에 취업 과정에 활용할 실질적인 이익이 있는 반면, 석차 정보의 비공개로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과 운용, 변호사시험의 적정하고 공정한 수행이라는 공익이 유지 · 실현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러한 공익을 일부 인정할 수 있더라도 그 공익이 원고의 사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원고가 요청한 석차 정보는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는 타당하다는 것이다.

◇법무부 항소 방침=법무부는 1월 14일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해 다투겠다고 발표하고, 국회는 입법과정에서 석차를 제외한 성적만을 공개하도록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즉, 변호사시험 성적을 비공개하였던 옛 「변호사시험법」을 개정함에 있어 성적 및 석차를 모두 공개하자는 논의가 존재하였으나, ①성적과 석차를 구별하여 성적만을 공개하도록 한 헌법재판소 위헌결정의 취지, ②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적 성격, ③법학전문대학원 교육 형해화 등 폐해 최소화, ④석차 공개로 인한 개인별 · 대학별 서열화 방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회는 변호사시험 석차를 제외한 성적만을 공개 대상으로 규정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현행 「변호사시험법」 18조 1항은 석차를 제외한 성적만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입법자의 결단을 존중하여 현재 변호사시험 성적만을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입장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