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특집=2019 Lawyer of the Year] 국제통상 l 정기창 미국변호사
[리걸타임즈 특집=2019 Lawyer of the Year] 국제통상 l 정기창 미국변호사
  • 기사출고 2020.01.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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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수산물 분쟁 승소 기여
"일방주의적 보호조치 남발될까 우려"

글로벌 무역분쟁의 최고재판소 역할을 해 온 세계무역기구(WTO)의 상소기구(Appellate Body)가 12월 11일부터 '개점휴업'에 들어갔다고 전 세계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이 신임 상소기구위원의 선임에 반대, 중국 출신의 위원 1명만 남게 됨에 따라 최소 3명이 필요한 상소기구 심판부 구성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기창 변호사
◇정기창 변호사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가운데 이 뉴스를 특히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 있다. 지난 4월 WTO 상소기구 최종 판정에서 우리나라가 승소한 한-일 수산물 분쟁에서 정부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의 정기창 뉴욕주 변호사다. 정 변호사는 "앞으로 통상분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자간 분쟁을 해결하는 WTO 체제가 흔들리게 되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한층 불리해진다"며 "다자체제가 약화되어 일방주의적인 보호조치들이 남발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통상법무과에서 8년간 근무

정 변호사는 로펌에서 본격 활동하기 전 변호사로 특채되어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법무과에서 약 8년간 근무하며 한-캐나다 광우병 쇠고기 분쟁 등 WTO 분쟁업무를 담당한 통상전문가로, 한-일 수산물 분쟁 외에도 올 초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또 한 번 이긴, 보복중재 판정을 받아낸 한-미 세탁기 분쟁에서도 우리 정부를 대리했다.

정 변호사는 우선 한-일 수산물 분쟁 승소와 관련, "위생검역(Sanitary and Phytosanitary, SPS)에 관련된 WTO 분쟁에서 피소국이 실질적으로 승소한 최초의 분쟁"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 공무원, 원자력 전문가, 수산물 전문가 등 많은 분이 분쟁 초기부터 노력하고 합심하여 받아낸 값진 승리"라고 평가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상소기구 판정의 핵심 내용은 1심 재판부가 SPS 협정의 해석을 잘못했다는 것으로, 1심 재판부가 우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 측의 해석을 채택했는데, 그것이 상소심에서 바로잡힌 것이다. WTO 최종 판정에 따라 후쿠시마 주변 일본 8개현의 모든 수산물은 여전히 수입이 금지되고 있다.

삼성과 LG전자가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하며 구매자나 시기, 장소 등에 따라 이른바 표적덤핑을 했다고 해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한 한-미 세탁기 분쟁은 2016년 상소기구 판정까지 최종 승소했는데도 미국 정부가 이에 따른 이행을 안 해서 최근 다시 문제가 된 사안이다. 2018년 우리 정부가 WTO에 보복신청을 내자 미국 정부는 보복중재를 제기했고, WTO가 올 2월 우리 정부에 보복권한을 부여하는 중재판정을 내리자 이러한 내용의 판정 때문인지 미 측이 올 상반기 일부를 이행한 것이다. 미국이 낸 보복중재에서 우리 정부를 대리한 정 변호사는 "무역구제 분야에서 피소국이 제도를 개선할 때까지 계속 보복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외에도 우리 정부가 제3자로 참여한 미-EU간 보잉 · 에어버스 보조금 분쟁, EU와의 ITA(정보기술협정) 분쟁 등을 담당한 바 있는 정 변호사는 "미-중간 무역전쟁과 같은 슈퍼 파워간 충돌은 필연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가들,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기업들도 통상마찰을 주요 경영이슈에 넣어 미리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마찰은 주요 경영이슈"

미 로스쿨에 다닐 때 국제법 저널의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등 학생시절부터 국제법에 관심이 많았던 정 변호사는 제네바에서 WTO 분쟁실무 최고급 과정을 수료했으며, 하버드 로스쿨에서 객원연구원으로 WTO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강연과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