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아파트 1, 2층 주민에 승강기 교체비용 똑같이 내라는 건 위법"
[민사] "아파트 1, 2층 주민에 승강기 교체비용 똑같이 내라는 건 위법"
  • 기사출고 2020.01.1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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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법] "주택공급면적 따른 부과 잘못"

승강기를 쓸 일이 거의 없는 아파트 1, 2층 주민에게 노후 승강기 교체 비용을 다른 층 주민과 똑같이 부담시키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이광열 판사는 12월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한 아파트의 1층 입주자인 조 모씨가 "1, 2층 입주자에게도 승강기 교체 관련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소송(2019가단11986)에서 이같이 판시, "장기수선충당금 5만원 중 인상분 3만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94년 12월경 준공되어 4개동, 299세대로 이루어져 있는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낡은 엘리베이터를 교체하기 위해 장기수선충당금을 2만원에서 5만원으로 5년간 인상해 비용을 마련하기로 하고, 엘리베이터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1, 2층 주민 48세대에게도 균등하게 인상분을 부과해야 할지 의견을 묻는 안내문과 동의서를 전체 입주자에게 배부했다.

설문에 응한 262세대 중 142세대가 균등 부과를, 120세대가 차등 부과를 선택했으나, 입주자회의가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이 설문 결과를 토대로 2019년 5월 1, 2층 주민에게도 다른 주민과 동일하게 2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한 장기수선충당금을 부과하자 조씨가 소송을 냈다. 아파트 1, 2층 입주자 대부분은 장기수선충당금 균등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그 중 43세대는 조씨의 소제기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이 판사는 "피고는 승강기 교체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 부담비율 문제에 관하여 입주자들 사이(1, 2층 입주자와 3층 이상 입주자)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입주자의 의견을 듣지 않고 그에 관하여 결정할 경우 입주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원고를 포함한 1, 2층 입주자의 주장, 즉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으므로 승강기 교체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승강기가 공용부분임을 감안하여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1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직 ‧ 간접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2층 입주자는 승강기를 이용하더라도 3층 이상 입주자에 비하여 낮은 빈도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피고는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승강기 교체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 부담 비율을 결정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또 "안내문과 설문서 배부 결과 142세대가 균등 부과를, 120세대가 차등 부과를 선택하였는데, 피고가 원고를 포함한 1, 2층 입주자 주장의 구체적 내용과 합리성, 차등 부과하는 다른 아파트의 사례 등을 안내문에 함께 적었다면 그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오히려 위와 같은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120세대가 차등 부과를 선택한 것은 입주자들 사이에서도 차등 부과에 상당한 공감대가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며 "사정이 이러하다면, 입주자들의 대표인 피고로서는 원고를 포함한 1, 2층 입주자의 입장, 입주자들 사이 의견 대립, 균등 부과와 차등 부과의 장 ‧ 단점, 다른 아파트의 사례 등을 입주자들에게 충분히 알린 후 추가적인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결정을 하였어야 함에도, 피고는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위 설문 결과를 토대로 균등 부과를 결정하였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피고가 1, 2층 입주자에게도 장기수선충당금을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그에 따라 원고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인상하여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