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무단결근 했더라도 버스기사 의견 안 듣고 노선 변경 위법"
[노동] "무단결근 했더라도 버스기사 의견 안 듣고 노선 변경 위법"
  • 기사출고 2020.01.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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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취업규칙 · 단체협약 따라 소명 기회 주었어야"

버스 운전기사가 무단조퇴 및 결근을 했더라도 버스기사의 의견을 안 듣고 버스노선을 변경했다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12월 5일 버스기사 김 모씨가 "무단조퇴 및 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근무하는 버스노선을 변경한 것은 부당전보"라며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57480)에서 "김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김씨를 대리했다.

2012년 7월 한 버스회사에 입사하여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2018년 5월 29일 버스를 1회 운행한 다음, 배탈, 설사를 이유로 회사에 '중도귀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동시에 개인 사정으로 다음날인 5월 30일 및 그 다음날 결근계를 제출하고, 5월 30일, 31일 한의원에서 어깨관절의 염좌 및 긴장으로 치료받았다는 진료확인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그러나 회사가 김씨의 조퇴 및 결근이 무단조퇴, 무단결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김씨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김씨가 근무하는 버스노선을 변경하자 김씨가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지노위에 이어 중노위에서도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지노위와 중노위는 "김씨에 대한 전보는 회사의 업무상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서 그로 인하여 원고가 겪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절차상 하자도 없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근로자에 대한 전보는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와 내용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징계전보사유가 있는 근로자를 통상적인 업무상 필요성을 고려하여 전보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지위를 절차적으로 보장한 취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징계절차에 따라 근로자에게 해당 전보에 대하여 의견을 표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가 근무하는 회사가 작성하여 시행한 취업규칙은 무단조퇴 및 결근을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다. 또 단체협약은 전직을 감봉과 동등한 수준의 징계처분으로 정하고, 모든 징계처분은 해당 근로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전보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원고의 행동을 이유로 하여 단체협약에서 징계처분의 하나로 정한 전직을 명령하기에 이른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에 해당하는바, 회사는 전보에 앞서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이 정한 대로 원고에게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였어야 한다"며 "전보를 업무상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보더라도 원고를 다른 노선으로 전보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회사는 원고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무단조퇴 및 결근을 하였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의 하나인 전직에 해당하는 전보를 명령하기에 이르렀으므로 회사로서는 근로자의 지위를 절차적으로 보장하려는 단체협약의 취지에 따라 원고에게도 전보에 대한 소명의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씨의 소명 없이 이루어진 전보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어 '절차상 하자도 없다'는 재심 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