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특집=2019 Lawyer of the Year] Corporate & M&A l 이경윤 변호사
[리걸타임즈 특집=2019 Lawyer of the Year] Corporate & M&A l 이경윤 변호사
  • 기사출고 2020.01.1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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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특수부터 아웃바운드 딜까지
발전단계마다 이름 올린 M&A의 산증인

이경윤 변호사는 외환위기(IMF) 직후인 1998년부터 20년 넘게 M&A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M&A역사의 산증인과 같은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운 좋게도 M&A 거래의 발전단계마다 다양한 거래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지난 20년을 회고했다. 이 변호사가 해군법무관 근무를 마치고 김앤장에 입사한 것은 외환위기가 본격화되던 1998년 봄으로, 한국의 많은 기업에서 부족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사업을 내다 팔면서 로펌마다 M&A 자문으로 정신없이 바쁠 때였다. 이 변호사는 "입사하자마자 한 3년 시쳇말로 굴러가며 선배들로부터 M&A 자문 노하우를 배우고 익혔다"며 "당시 한국기업을 사려는 외국 투자자들을 대리하며 엄청나게 바쁘게 일했는데, 한국에 다시는 이런 M&A붐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회고했다.

◇이경윤 변호사
◇이경윤 변호사

닷컴 붐 일었을 때도 활약

IMF 특수가 지나가자 이번엔 '테헤란 밸리'를 중심으로 닷컴 붐이 일었다.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IT 기업, 닷컴 기업을 사러 들어오고, 이 변호사 사무실이 다시 바빠졌다. 이 변호사는 "당시 회사 이름에 IT와 인터넷만 붙어 있으면 닥치는 대로 살 정도로 일종의 묻지마 투자로 진행됐다"며 "그래서 인수 후에 낭패를 본 투자자도 적지 않았지만, 김앤장 팀에선 엄밀한 실사를 거쳐 IT에 포커스를 맞춘 다양한 종류의 M&A를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M&A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2002~2003년, 이 변호사는 스탠퍼드 로스쿨로 연수를 다녀왔다. 그러나 2004년부터 다시 M&A 거래가 활기를 띠고, 2005년 말 우리나라에도 사모펀드(PEF)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만든 1세대 PEF인 H&Q를 대리해 만도 인수, 에스콰이어 인수 등 여러 거래를 수행하고 한국 기업 최초의 아웃바운드 딜로 소개되는 LS전선의 미국 Superior Essex 인수 건에 자문하는 등 본격적인 M&A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 변호사는 "리만 부도로 촉발된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국시장이 한층 성숙해졌다"며 "외국 투자자들도 값싼 노동력을 찾아 들어오는 게 아니라 좋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려 하고, 외국 PEF의 한국 투자와 국내 기업들의 아웃바운드 투자, 국내 대기업간 빅딜 등 한국 M&A 시장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스톤의 지오영 인수 자문

이 변호사는 올해 세계 최대 PEF 중 한 곳인 블랙스톤을 대리해 의약품 유통업체인 지오영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최근 클로징 된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거래에선 매도인인 CJ 측에 자문했다. 또 SI(전략적 투자자)인 SK텔레콤을 대리하여 재무적 투자자(FI)인 Macquarie와 공동으로 ADT캡스를 인수하는 자문을 진행해 2018년 말 거래를 종결하고, 포스코에너지를 대리하여 포스코와 부생발전사업은 분할해 포스코에 합치고, LNG 터미널 영업은 포스코에너지로 가져오는 계열사간 거래를 원만하게 마무리했다.

사안마다 의미가 적지 않은 거래로, ADT캡스 인수에선 서로 관점이 다를 수 있는 SI와 FI의 입장을 잘 조율하는 전략적인 자문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K텔레콤 · Macquarie의 ADT캡스 인수는 그해 '올해의 TMT딜'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CJ헬로비전 매각이나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 사이의 거래는 일종의 비핵심 사업의 교환에 의미를 둘 수 있는 거래로, 이 변호사는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해외투자 등을 추진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국내의 불필요한 사업 등을 팔아 몸을 가볍게 하고 투자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딜이 적지 않게 모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잘 나가는 회사들은 이미 1위여서 독과점 문제 등 때문에 국내에선 더 이상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게 쉽지 않아요. 시장도 크지 않은데다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입니다."

롯데 대리해 터키 인조대리석 업체 인수

CJ그룹과 롯데그룹의 아웃바운드 딜을 많이 수행해 온 이 변호사는 CJ대한통운의 중국 물류업체 로킨 인수와 아랍에미리트의 1위 물류업체인 이브라콤 인수, CJ CGV의 터키 최대 극장 체인 인수 등의 거래를 수행했고, 롯데그룹 아웃바운드 딜로는 올 초 롯데첨단소재가 터키의 인조대리석 제조업체를 인수한 거래가 있다. 직접 터키 현지에 출장을 가서 실사와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이 변호사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반덤핑 제재 가능성이 확인되고, 터키 리라화의 환율이 급격히 변동되는 등 상황의 변화가 있어 고객의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이익보호를 위한 장치 등을 마련해서 합의를 도출했다”며 "아웃바운드 거래에서는 법률적인 검토 이외에도 국제경제, 국제정치 등 대상회사의 교역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변수들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실감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련된 매너 돋보이는 'Smiling Assassin'='M&A 전문' 이경윤 변호사는 말쑥한 외모처럼 세련된 매너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신사 변호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때로는 공격적인 협상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M&A 자문에서 높은 인기를 끄는 비결이 뭘까. 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협상이 어그레시브하다는 거는 테이블을 손으로 치고, 목소리를 올리는 등 태도가 공격적이라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에 대한 포지션이 강하다는 의미"라며 "굉장히 점잖게 부드럽게 얘기하지만 논리를 세워가지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얻어낼 수 있도록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상 조용하게 상대방과 우호적으로 대화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그에게 붙여진 별명도 웃는 암살자란 의미의 'Smiling Assassin'. 앞에선 다 웃는데 끝나고 봤더니 다 내주고 말았다며 상대방 대리인으로 이 변호사와 협상했던 외국변호사가 붙여준 별명이다.

그가 후배 변호사들에게 주문하는 또 하나는 법률적 지식은 물론 고객이 하려고 하는 M&A의 대상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추라는 것. 사업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리스크 진단은 물론 나중에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데 있어 혹시 법률적인 장애는 없는지 정확하게 조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M&A를 할 때 법률적인 측면은 60~70% 정도라고 할 수 있고, 나머지 30~40%는 사업적인 측면과 전략에 대한 부분을 같이 봐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M&A 자문 20년이 넘은 그는 그런 맥락에서 'M&A 변호사'란 표현보다는 'M&A 전문가'로 불리길 더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