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긴급체포시 피의자가 임의제출한 휴대폰 증거능력 없어"
[형사] "긴급체포시 피의자가 임의제출한 휴대폰 증거능력 없어"
  • 기사출고 2020.01.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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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검사에게 '임의제출 동의 · 확인서' 제출했어도 마찬가지"

긴급체포 당시 피의자로부터 임의제출받은 휴대전화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 부장판사)는 최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 대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이같이 판시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750만원을 선고했다(2019고합441).

경찰은 필로폰 제공 혐의로 2019년 5월 1일 오후 10시 10분쯤 A씨를 긴급체포하면서 A씨에게 휴대전화가 어디 있는지 물어 A씨가 몸에 지니고 있던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와 아이폰을 확보하고 A씨와 함께 A씨의 주거지인 오피스텔로 가서 비닐팩에 든 백색 결정체 등을 압수했다. 이어 A씨에게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의 잠금장치 패턴을 해제하도록 한 후 필로폰 및 대마 매매와 관련하여 A씨가 공범 등과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및 A씨 등이 메모장 애플리케이션에 작성한 메모 내용을 발견하고는 그 중 일부를 경찰관의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같은 날 오후 11시 55분쯤 A씨와 함께 대마 재배 장소인 인천 부평구의 아파트로 가 대마로 추정되는 식물 등을 압수했다.

이후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에 A씨의 휴대전화 2대를 가져가 그중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에 있던 나머지 텔레그램 메시지와 메모 내용을 경찰관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틀 후인 5월 3일 경찰은 A씨의 차량, 주거지 및 대마 재배 장소에서 압수한 물건에 대해 사후 압수영장을 발부받았으나 A씨의 휴대전화 2대 또는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촬영한 영상물에 대해서는 별도로 압수영장을 받지 않은 채 이 영상물을 촬영한 내용을 출력한 자료를 기록에 첨부하였다는 취지의 수사보고를 작성하고, 그 후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이 출력물을 참고자료로 함께 검찰에 송부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검사는 '피고인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출력물 1권'에 대한 압수조서(임의제출)를 작성하고 A씨로부터 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제출받은 다음 필로폰 및 대마 판매 등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A씨의 휴대전화와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촬영한 영상물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피의자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의 방법으로 확보하는 것은 영장주의 원칙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다만 면도칼 등 날카로운 도구를 숨기거나 폭발물 등의 원격 조정에 사용되는 등 휴대전화가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는 수사기관의 생명 ·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무기로 사용되거나 피의자의 도피를 유발하는데 사용되는 경우, 약취 또는 인신매매된 사람의 위치 정보 등과 같이 휴대전화에 특수한 생명 · 신체와 관련된 위협에 관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경우, 증거인멸 또는 은닉의 방지가 긴급히 필요한 경우 및 용의자 긴급추적, 긴급구조 등 아주 예외적으로만 임의제출에 의한 휴대전화의 압수 · 수색이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와 같이 임의제출에 의한 휴대전화 압수가 예외적으로 허용돠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하여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가 행하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예외사유가 실제로 존재하였거나 이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 및 그 제출이 임의로 행하여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는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한 것인지 등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결국 피고인이 긴급체포 현장에서 패턴에 의한 잠금장치가 걸려 있는 위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였음을 이유로 수사기관이 그 휴대전화를 압수 · 수색한 것은 적법하다 할 수 없으므로 위 휴대전화 및 이에 저장되어 있는 영상물은 증거능력이 없고, 비록 그 이후 검찰 수사단계에서 피고인에게서 출력물을 임의제출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임의제출 동의 및 확인서'를 제출받고 '압수조서(임의제출)'를 작성하였더라도, 그와 같은 절차는 위 휴대전화에서 영상물을 탐색 · 촬영하여 그 내용을 출력한 다음 피의자신문이 진행된 이후 이루어진 것인 점, 사후 임의제출 의사의 확인에 의한 보완을 쉽게 인정하는 경우, 형식상으로만 임의제출의 방식을 취함으로써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잠탈할 위험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것만으로 증거수집 과정에서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수사기관이 형사소송법 216조, 217조에 의하여 위 휴대전화를 긴급체포 현장에서 압수 · 수색한 것이거나 긴급체포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소유하는 물건으로서 압수 · 수색한 것으로 보더라도, 경찰이 피고인을 2019. 5. 1. 22:10 긴급체포하여 그 현장에서 피고인의 위 휴대전화를 확보한 다음, 이에 저장되어 있는 전자정보를 탐색하여 영상물을 발견하였는데, 그 이후 위 휴대전화 또는 영상물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영장을 별도로 발부받지 않았다"며 "위 휴대전화 또는 영상물은 이를 영장 없이 압수하고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사후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이므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다른 증거들로도 A씨의 대마 재배, 필로폰 제공, 필로폰 및 대마 소지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