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새 산재보험법 시행 한 달 전 自車 출근길 사고도 업무상 재해"
[노동] "새 산재보험법 시행 한 달 전 自車 출근길 사고도 업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20.01.08 16: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행법] "헌재 결정 따라 소급적용해야"

자기 소유의 화물차를 운전해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일용직 전기공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통상적 경로에 따른 출퇴근 중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새 산재보험법이 시행되기 약 한 달 전에 발생한 사고였으나 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을 근거로 신법 조항을 소급적용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12월 12일 새 산재보험법이 시행되기 약 한 달 전인 2017년 11월 29일 자기 소유 화물차를 운전해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일용직 전기공 A(사망 당시 56세)씨의 부인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85709)에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7년 6월부터 일용직 근로자(전기공)로 일한 A씨는 5개월 후인 11월 29일 새벽 시간에 동료 근로자를 자기 소유 화물차에 태우고 출근하다가 오전 6시 18분쯤 인천 서구에 있는 내리막 커브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주차된 버스의 후미를 추돌하는 사고를 내 병원에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오전 7시 16분쯤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A씨의 사고는 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 이전에 발생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구 산재보험법 37조 1항 1호 다목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규정했으나, 헌재가 2016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2017년 10월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통상의 출퇴근 사고)도 출퇴근 재해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37조 1항 3호 나목이 신설되었다. 새 법은 부칙에서 '이 법은 2018. 1. 1.부터 시행한다'(1조), '37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발생하는 재해부터 적용한다'(2조)고 규정했다. 그러나 헌재가 2019년 9월 26일 이 부칙에 대해 또 다시 헌법불합치 결정하고, 지난 번 헌법불합치 결정일인 2016년 9월 29일 이후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신법 조항을 소급적용하도록 해 A씨의 사망이 산재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재판부는 먼저 "헌법불합치 결정에서는 적어도 2016. 9. 29. 이후 통상의 출퇴근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입법자가 신법 조항을 소급적용하는 내용으로 위헌성을 제거하도록 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는 그 이후인 2017. 11. 29. 발생하였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처분이 2018. 11. 8. 이루어지기 전에 산재보험법 37조 1항 3호 나목의 시행일인 2018. 1. 1.이 도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고에 대하여는 산재보험법 37조 1항 3호 나목을 적용하여 업무상 재해 해당 여부를 결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아침 식사 후 동료 근로자를 자신의 화물차에 태워 김포시에 있는 공사현장을 향해 운전하여 가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지적하고, "A씨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던 중 사고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렀다고 할 것인바,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는 전기 배관 · 배선 · 트레이 설치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고, 업무 수행을 위해 펜치, 전동식 드라이버 등을 사용하였고, 공사현장의 근로자들은 자신이 사용할 공구를 개인적으로 준비하여 소지하고 다녔는데, A씨와 동료 근로자가 사용하는 개인공구(함마드릴, 코어드릴, 직소, 개인 벤치 등)의 무게만 하더라도 합계 수십kg에 달할 정도였고, 공사현장에 공구 보관이 가능한 컨테이너 3동이 있기는 하였으나, A씨와 동료 근로자는 공구 분실을 우려하여 위 컨테이너에 공구를 보관하지 아니하였고, 전부 차량에 실어 출퇴근을 하였다"며 "A씨와 동료 근로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하지 아니하고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출퇴근한 이유 중에는 위와 같은 개인공구의 운반 목적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